CCEJ 칼럼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CCEJ 칼럼] [특집] 의사 인력의 수급 실태와 의대 입학정원의 증원
2020.09.25
135

[월간경실련 2020년 9,10월호 – 특집. 의대정원 확대, 제대로 해야 합니다(1)]

의사 인력의 수급 실태와 의대 입학정원의 증원

 

김진현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서울대 교수

최근의 감염병 사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의사 인력의 적정 확보는 국가보건정책의 운영에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도 실시된 의약분업 과정에서 파업에 돌입한 의료계를 달래기 위해 정부는 의료계가 요구한 의과대학 입학정원 감축을 객관적 검토 없이 수용하여 2007년 이후 의과대학 입학정원은 그전의 3,500명에서 3,058명으로 줄어들어 지금까지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국민들의 의료 이용량은 해마다 급팽창하여 전체적으로 의사 인력의 공급이 부족하여, 지역 중소병원에서는 의사 구인난이 심화되고 있으며, 전공과목별로도 전공의 선발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과목이 절반 이상이다. 민간의료기관이 높은 임금을 지불하고도 필요한 의사를 구하기 어려우니 예산의 제약이 따르는 공공의료기관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전공의를 포함한 의사 인력의 절대적 부족으로 대형병원에서는 이른바 PA(physician assistant)를 의사 대신 불법으로 운용하고 있는 상황이고, 전공의 공급 부족은 근무여건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의료산업의 성장에 따라 임상 분야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등 비임상 분야와 의료관광 등 해외 부문의 수요도 증가하여 의사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취약한 공공의료, 인구 고령화의 진전,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 등 장래에도 의사 인력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의사의 공급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다.

의료시장은 일반적인 상품시장과는 다른 특성이 있다. 의사는 면허제도에 의해 법적 독점권을 부여받고 있으며, 동시에 입학정원 제한에 의해 의사 인력시장의 진입장벽이 높게 형성되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면허제도의 취지에 맞게 일정 자격 기준을 충족하면 의사면허를 부여하되, 면허의 개수를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 면허제도라는 측면에서 사실 운전면허와 의사면허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둘 다 면허 소지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무자격자에 의한 불특정 다수의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이다. 차이점은 운전면허증은 입학정원이 없고, 운전면허증의 수에 제한이 없어 독점력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의사 인력의 수급 적정성을 평가하는 지표로는 일반적으로 인구당 의사 수, 도시 근로자 소득 대비 의사 소득의 배수 등이 사용된다. 인구 천 명당 활동 의사 수는 OECD 국가 평균이 3.5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3명(한의사 포함)으로 65.7% 수준이며, OECD 국가 중에서 꼴찌이다. 이를 절대수로 환산하면 OECD 평균에 비해 우리나라의 활동 의사 수는 7만 5천 명이 부족하다. 인구 10만 명당 의대 졸업자 수는 OECD 평균의 58.0% 수준이다. 의사 소득/도시 근로자 소득의 배수는 OECD 국가의 경우 2~3배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6배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객관적 지표로는 우리나라의 의사 수가 외국에 비해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른 한편으로 국가별 보건의료체계가 다르고, 사회경제적 환경이 다르므로 이를 반영하여 의사 인력의 수급을 시장 상황을 통해 평가할 수 있는 모형으로 수급지수모형이 있다. 이것은 일정 기간 동안 의사 공급과 의사 수요의 상대적 변화 추세를 상호비교하여 수급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방법인데, 2001~2018년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면허등록 의사 수는 65.4% 증가한 데 비해 의료이용량은 94.7% 증가하여 공급 증가를 초과하고 있다. 또한 의사 소득/도시 근로자 소득의 배수가 2007년에는 3.5배였으나 2018년에는 6.2배로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의사 공급이 수요 증가에 못 미치고 있으며 수급 격차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의사 인력의 부족은 지역별 격차로 나타나고 있는데, 전국 16개 시도별 인구당 활동 의사 수를 살펴보면 전국 평균이 2.04명(한의사 제외)이며, 서울 3.12명, 대전 2.53명, 광주 2.51명, 대구 2.43명, 울산 1.53명, 충남 1.50명, 경북 1.38명 등 지역 간 격차가 2.3배로 나타난다. 또 전국의 256개 보건소 중에서 의사가 보건소장인 기관은 40.6%에 불과한데 서울과 광역시는 84.0%, 도 단위는 22.7%에 불과하다.

이러한 의사 인력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과대학의 입학정원을 최소 5천 명 수준으로 설정해야 2050년쯤에 공급 부족의 완화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추계된다. 의사 인력의 양성에는 10여 년 이상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단계적으로 증원하는 것보다는 단기간에 일괄 증원한 후 장래에 감속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국민의 불편과 고통을 최소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의과대학의 교육여건과 공공의료 기반 확충을 위해, 의과대학 입학정원의 확대방법은 기존 의과대학의 소규모 입학정원을 100명 규모로 증원하고, 권역별(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영남권)로 국공립대학에 100명~150명 규모의 의과대학을 신설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