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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특집] 의대 정원 확대, 정부 발표부터 의사 집단휴진, 그리고 중단까지
202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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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9,10월호 – 특집. 의대정원 확대, 제대로 해야 합니다(2)]

의대 정원 확대, 정부 발표부터 의사 집단휴진, 그리고 중단까지

 

남은경 정책국장

정부와 여당의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치’ 추진계획이 중단됐다. 지난 7월 말 당정은 지방과 필수 진료과 의사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해 10년간 4천 명의 의사를 추가 양성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4대 의료정책의 철회를 요구하면서 8월 초부터 집단 진료 거부에 들어갔다.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세로 병원의 의사 공백 불안이 확산되자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파업 봉합을 위해 의협과 협상에 나섰고, 의협과 협의 없이는 정책을 추진 않겠다고 ‘백기 투항’함에 따라 사태는 일단락됐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과 의사들의 집단 진료 거부, 의협과 정부의 파업 중단 합의까지 국민은 볼모가 되거나 철저하게 소외되었다. 의료정책이 누구를 위해 어떻게 결정되어 왔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의대 정원 확대 추진과정의 문제를 짚어 본다.

의사는 부족하다
우리나라 의사 부족 문제는 심각하다. 2000년 의약분업 시행과정에서 의사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의대 입학정원을 300여 명 감축하였고, 이후 의료이용은 늘어났지만 의사는 늘리지 않았다. 매년 반복되는 전문의 부족 사태와 수도권 집중에 따른 불균형, 취약지역 의사 부족 현상은 이미 10년 전부터 예견되었다. 더욱이 메르스와 코로나19 등 감염병의 대규모 확산에서 나타난 필수 의료인력의 부족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OECD 국가 평균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는 3.4명이다. 경실련이 국내 광역시도별 의사 부족 실태를 분석한 결과 전국적으로 약 7만 명의 의사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시도별 인구 1천 명당 평균 의사 수는 약 2.0명으로, 국내 평균보다 낮은 지역은 세종시를 비롯한 11개 지역이다. 기준 미달 의사 규모가 가장 큰 지역은 경기도로 2만 4천 명 부족하고, 경북 5천 3백 명, 인천 5천 명, 충남 4천 명 규모다.

정부, 의사의 반대를 극복할 전략이 없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의사 확충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었으나 의사단체의 반대로 정부가 입조차 떼지 못했다. 의사 수 확대는 그들의 수입과 연관된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가장 극렬하게 반대했던 의약분업에서 정부 정책을 수용하면서 의료계가 챙긴 것은 입학정원 감축이었다. 즉 의약분업을 통해 감소할 수입을 보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사 수의 감축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문제이다.
경실련은 2012년 정부의 포괄수가제에 반대해 집단 수술 거부에 들어간 의료계의 행태를 보고 정부가 통제 가능한 공공의료의 확대가 불가피함을 주장했다. 포괄수가제는 병원마다 천차만별인 맹장 수술, 백내장 수술 등 7개 수술비 가격의 상한선을 제한하는 일종의 가격 제한 정책이었다. 오랜 기간 시범사업을 거쳐 건강정책심의위원회 합의를 거쳐 추진을 코앞에 두고 의협은 또 ‘집단 진료 거부’ 카드를 내밀었다.
의대 정원 확대 공론화에 정부만 아니라 국회의원들도 소극적이었다. 의사들의 극렬한 반대는 지역민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므로 정치인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당시 여당 실세였던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도 자신의 공약 실현을 위해 전남권에 국립 의과
대학을 유치하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한 어려운 숙제였다. 이해집단의 반대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전략이 필요했다.

의사 부족 문제, 코로나19로 정책 이슈가 되다
지난 4.15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지역 의사 확충 공약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감염병 대응에 취약한 의료체계가 드러났고, 지역의 의료 불균형 해소 문제는 총선에서 지역 유권자의 마음을 잡을 좋은 공약이 될 수 있었다. 선거 과정에서는 소수 기득
권보다는 다수 지역민을 위한 정책이 나올 수 있고, 민생문제인 의료에 정치인들이 눈을 돌린 것은 긍정적이다. 의과대학이 없는 지역은 의과대학 신설을, 공공병원이 취약한 지역은 인력 양성과 시설 확충을 약속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공공의료 확충문제가 선거를 통해 정치권의 의제로 채택되었다.

▣ 정부 정책의 문제 : 밀실에서 소수가 만든 정책의 불완전성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환영
4.15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지역 의사 확충 공약을 빠르게 정책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공약을 정책화하면서 사회적 논의나 의견수렴 없이 추진되었고, 이러한 졸속, 불통의 문제는 의사 파업에 빌미를 제공해 정책 추진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6월 초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언론에 최초 보도됐다. 확정된 안이 나오기 전이었지만 경실련은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 추진 움직임에 대해 환영했다. 의사들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기 때문인데, 20여 년
간 적체되어온 의사 인력 부족과 공공의료 불균형을 해소, 노인 인구의 증가와 의사 진료시간 감소 등 변화된 의료환경도 반영해 통 큰 증원 규모로 결정할 것을 기대했다.
이후 한겨레는 단독 보도를 통해 6월 2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10년간 4천 명을 늘리는 방안과 구체적인 ’의료인력 확대 방안‘이 논의되었음을 전하며 발표가 곧 임박했음을 알렸다. △중증·필수의료 분야에서 일정 기간 의무 복
무하는 ‘지역 의사’ 3천 명 △역학조사관과 중증외상, 소아외과 등 특수한 전문분야에서 일하는 의사 500명 △의료산업 연구인력 500명 등 총 4천 명의 의사 인력을 양성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뚜껑을 여니, 여전히 땜질식 대책
막상 발표된 정책은 한 달 전 당·청 검토안보다 의사 규모가 1천 명 줄었고, 20년 전 의약분업 시 졸속으로 축소했던 규모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봉책’ 수준이었다. 의사 확대 규모의 문제뿐만 아니라 양성방식도 지속 가능하지 못했다. 지방에서 근무할 의사는
지역 의사 특별전형 방식으로 기존 의대에서 뽑아, 장학금을 지급하고, 면허 취득 후 해당 지역에서 의무 근무하지 않으면 의사면허가 취소·중지된다. 문제는 선발 과정과 이수 후 진로가 다른 학생들이 동일한 교육과정을 함께 받으면서 발생할 학생 간 차별과
분리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장학금을 지급해 일정 기간 의무복무하도록 하는 기존 ‘공중보건장학제도’처럼 입학을 기피하거나 중도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학생에 대한 세심한 배려나 지역의사제도에 대한 중장기적 비전이 부족해보였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의사 확충이 시급한 공공의료에 대한 대책은 빠져있다. ‘지역 의사’는 지역 내 의료기관의 복무를 규정할 뿐 공공의료에 우선 배치한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공공의료 확충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대책이다. 지역선발 전형을 통해 의
대에 입학한 학생은 졸업 후 정부가 지정한 과목이라면 대학병원 의사로도 근무할 수 있어, 국민의 세금으로 민간병원의 의사를 확충해주는 정책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빈약한 공공의료를 확충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일부 병원 의료계의 요구를 수용한 민간 특혜정책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정부가 의료인력 확충 정책을 추진한다면 우선순위는 부족한 공공의료 인력 확충에 있어야 하며, 공공의대 설립을 통해 인력과 시설을 동시에 확충하는 것이 최선의 정책임은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새로운 정책 시도 없이 기존 민간의 의사 양성방식으로는 지역 간 의료 불균형과 공백을 해소하기 어렵다.

의협의 반대와 파업
의협은 다른 이유로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의대 정원 확대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인구 감소 추세에 따라 의료수요도 감소할 것이므로 의대 정원 확대는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의사가 증가하면 의료비가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사람을 더 뽑지 않고 기존
의사에게 수가 인상을 통해 처우를 개선해주면 가기 싫은 지방이나 하기 싫은 전공과목에 갈 수 있어 의료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한약 첩약 급여화, 원격의료 추진 등 4대 정책을 전면 철회
하지 않으면 8월 7일부터 시작된 의사들의 집단 진료 거부를 지속한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강경 대응
의사의 집단 진료 거부는 불법이다. 의료법에 의하면 의사들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 거부를 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이는 국가가 의사에게 면허라는 독점권을 통해 국민생명 보호 의무를 위임하였고, 의사의 집단 진료 거부는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환자 진료 의무를 회피할 수 없도록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독점적 권한을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이용하는 이기적 행동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이에 국민의 비난 여론이 쏟아졌지만, 사전 소통이 없었던 정부 정책의 허점과 확정되지 않은 선발 과정의 공정성 등을 시비 삼아 의사단체는 진료 거부를 굽히지 않았다.
정부는 의협의 파업 강행에 대해 초반 법에서 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대처했다. 늘 의사들과 대립을 피하고 정책수용의 대가로 편의를 봐주던 정부여서 강경한 대응방침을 읽을 수 있었다. 2차 파업이 시작된 8월 26일 복지부는 수도권 근무 전공의, 전임의
에 업무개시명령과 함께 공정위에 의협을 담합 혐의로 신고했다. 의료법 제59조 제1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의료업 정지, 개설허가취소, 의료인의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 즉,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집단 휴업하여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의료인에게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고, 위반 시 징역이나 벌금을 부과하고 자격정지 또는 면허취소를 할 수 있다.

의사 파업에 대한 ‘밥그릇 지키기’ 비난 여론 확대
정부의 진료 복귀 명령에도 의사 파업이 계속되자, 복지부는 8월 2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전공의 10인을 고발했다. 의약분업 이후 의사 파업에 대해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했지만 이후 전공의들의 휴진 참여가 확대되고,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까지 이어지면서 파업사태는 더욱 확산되었다. 8월 24일부터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로 격상되고, 8월 30일부터 수도권은 2.5단계로 격상되는 등 코로나19가 다시 대유행하려는 조짐이 나타남에 따라 의료공백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자 정치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치권의 개입과 협상
8월 31일 새롭게 출범한 더불어민주당(대표 이낙연) 지도부는 의사단체와 면담을 통해 파업 중단을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 9월 2일 민주당은 국회 내 협의기구 구성을 약속하였고, 의협은 9월 3일 대정부 단일안을 결정하고, 4일 더불어민주당과 보건복지부와 이행 확인서를 체결하고 집단 진료 거부를 끝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의사협회와 합의한 내용은 집단 진료 거부를 중단하는 대신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사실상 중단하고 이후 추진 여부를 의사와 협의한다는 내용이다.

국민은 빠진 그들만의 합의
이번 합의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보건의료정책을 이해당사자인 의사집단의 불법 행동에 굴복해 정책의 전권을 넘긴 비상식적 합의로 기록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파업 중단에만 급급해 국민을 배제한 섣부른 협상에 나섰고 결국 의사단체에게 정책의 전권을 넘기는 어이없는 실책을 범했다. 국민 생명을 볼모로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불법 행위도 불사했던 의사들이 처벌은커녕 당당하게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고 정부와 정치권의 항복을 받아내는 모습에 국민은 분노하고 무능한 정부와 정치권에 실망했다. 당정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의협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았다. 당정의 독단적 정책 추진과정은 이유를 불문하고 실책이다.
의대 정원 확대 정책추진은 논란 끝에 의정합의로 잠정 중단되었다. 그러나 국민이 빠진 당정의 그들만의 합의다. 의료인력 확충과 공공의료 강화는 더이상 늦출 수 없다. 정부가 의료계의 맹목적인 반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근거와 정책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상업의료의 팽창과 폐해를 극복하고 의료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획기적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의 면밀한 전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