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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특집] 공공의대 신설과 의사 정원 확대가 왜 시급한가?
202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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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9,10월호 – 특집. 의대정원 확대, 제대로 해야 합니다(3)]

공공의대 신설과 의사 정원 확대가 왜 시급한가?

 

신현호 변호사(법률사무소 해울)

 
경찰행정학과 신설 시 경찰 증원에 맞추어 인가하지 않는 것처럼 의과대학 신설과 의사 정원 확대는 전혀 다른 문제임에도 이를 동일시하는 착각에 빠져 있다. 의대를 졸업하였다고 하여 모두 임상 의사가 될 이유가 없다. 의대에서 배운 의학 지식을 보건행정, 제약, 의공학, IT, 언론, 법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OECD 인구 10만 명당 의대 졸업자 수는 평균이 13.1명인데, 우리나라는 7.6명으로 58%에 불과하다. 의대 졸업생이 적다 보니 OECD 기준으로 임상 의사가 총 7만 4천 명 부족하다는 수치도 나온다.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는 2.04명으로 OECD 평균 3.48명에 비해 턱없이 적다. 특히 감염 분야 전문의는 미국의 약 1/4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사태에서 우리나라 공공의료체계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대구 지역은 코로나19 감염병 환자를 수용하지 못해 타 지역으로 입원시켜야 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공공의료는 병원만 짓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근무할 의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의대 정원을 6천 명으로 2배 늘리고, 모두 임상으로 간다고 가정해도 2050년 2만 5천여 명이 부족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임상 분야, 해외의료원조사업까지 고려하면 그 이상 늘려야 한다. 늘어난 정원은 공공의대에 배정하고 지방공사의료원, 보건소, 질병관리본부, 군병원, 교도소 의무과, 경찰병원, 산재의료원, 보훈병원 등에서 의료취약계층 치료를 전담하도록 하여야 한다. 공공의료인 양성 비용은 국가가 직접 부담하여 우수한 인재가 공공의대로 진학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로스쿨 도입으로 대량 양성된 변호사들이 재판 업무 외에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면서 변호사에 의한 양질의 법률 서비스가 제공된 역사적 경험이 있다. 의사의 양성 역시 같은 효과를 거둘 것으로 생각된다. 공공의대 신설과 의사 정원 확대가 시급한 이유이다.

최근 의사의 파업으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잠정 중단됐다. 정부는 의대 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하지 않겠다고 의사협회와 합의했다. 의사협회가 합의하지 않으면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추진하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해설될 수 있다. 만약 의사협회의 반대로 정책 추진이 어려워진다면 의대 정원 확대 시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28조를 개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복지부와 협의 없이도 교육부 장관이 의대 신설과 정원 확대를 추진할 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