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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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이야기] [인터뷰] 김철환 새안산상록의원 원장(경실련 중앙위원회 부의장)
202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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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9,10월호 – 특집. 의대정원 확대, 제대로 해야 합니다(5)]

“정치권과 정부와 시민들이 숙의 과정을 통해
더 좋은 의료제도를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김철환 원장* 인터뷰

 

정리 이성윤 회원미디어국 간사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전공의와 의사들이 파업을 진행했습니다. 이 시기와 겹쳐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면서 이 문제는 사회적인 쟁점으로 떠올랐는데요. 의사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지 경실련에서 오랜 기간 활동 중인 김철환 원장(안산의료사회적협동조합 새안산상록의원)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최근에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의사들이 파업을 진행했습니다.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가 파업까지 해야 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의사 입장에서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의사도 파업을 할 수 있죠. 단 이유가 공감이 가야 하고 넘지 말아야 할 금도를 지켜야 합니다. 그것은 응급실이나 중환자실과 같이 의사가 개입하지 않으면 바로 생명의 중대한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책임을 끝까지 지는 것입니다. 생명 수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의사의 존재 이유이기도 합니다. 남은 의사들과 일부 파업 비참가자가 대신 근무를 해서 위기를 넘기기는 했습니다만 파업 참가 전공의들이 응급실과 중환자실까지 근무를 거부하고 파업에 참가한 것은 비난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오
래 기록에 남겨서 되돌아보도록 해야 합니다.

의사 다수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정부가 의사들을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와 사전에 상의도 하지 않고, 의대 정원 증원을 발표한 것에 분노했습니다. 공공 의대, 비대면 진료, 한약 첩약 보험화도 문제 제기를 했지만 가장 큰 이슈는 매년 의대 정원이 400명씩 10년간 증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부의 발표가 성급하고 내용도 충분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시민사회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같은 진보적인 의사 그룹도 지지하지 않은 정부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상의하지 않았다는 것이 파업 이유로 타당하지 않습니다. 정부안에 문제가 있으니 다시 상의하고 조절할 수 있는 문제였으니까요.

Q. 정부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한 이유로 의사 수 부족이나 지역 간 의료 불균형 문제 등을 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의료 현실의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공공의료의 양적, 질적 부족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 수를 늘리는 것도 필요합니다만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공공의료의 양과 질을 높이는 것이죠. 예를 들어 공립유치원이 부족한데 유아교육과 학생 정원만 늘리면 되겠습니까? 공립유치원 자체를 늘려나가야지요. 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공의료가 열악하면 이를 개선해야지 이런 대책이 없이 단지 의대 정원을 늘리는 정책만 발표하니 누가 지지하겠습니까? 2021년도 예산안에도 이런 획이 없습니다. 현 정부와 여당의 공공의료 확대에 대한 진정성이 없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정부와 공공의료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국민 모두가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공병원의 병상 부족, 공공의료를 맡고 있는 전문가 부족 및 예산 부족은 여전합니다. 진주의료원도 다시 만들어야 하고 국립의료원도 국가의 중심 병원으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응급의료체계도 아직 정비가 덜 되었고 외상외과와 같은 필수적인 인력과 의료서비스도 더 보충해야 합니다. 1차 의료도 주치의제도가 없어서 닥터쇼핑이 심각하고 국민 1인당 진료횟수도 과도하게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의료제도는 개선할 점이 많습니다.

Q. 말씀하신 것처럼 여러 문제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의사 수 부족이나 의료 불균형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나라마다 역사와 현황이 다르고 국민 정서도 다르지만 선진국, 특히 복지국가의 사례를 보고 우리의 장점과 단점을 같이 보면서 의견을 모으다 보면 큰 방향의 개혁에는 동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원칙은 지역이나 소득에 관련 없이 누구에게나 의료의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의 질과 만족도를 높이면서 예방을 중시한다는 원칙입니다. 이를 위해 경실련은 보험급여 확대나 의료개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고 의사 수도 늘리라는 요구를 해왔습니다. 또한 대통령만 주치의가 필요한 것이 아니고 국민 누구나 주치의를 정해서 자신의 건강 문제를 상의하면 의료의 질이 높아지면서도 의료비는 아낄 수 있습니다. 국민주치의제도를 만들어서 1차 의료부터 체계 있게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열악한 지역의 의료접근도를 높이는 것과 함께 필수의료를 포함한 공공의료를 확대하려면 의사 수 증가도 필요 조건입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의사 수를 갖고서는 적정부담과 적정진료가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공공의료에서 일할 의사와 함께 의사 수 자체를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단계적으로 의사 수를 늘리고 10년마다 평가해서 다시 줄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Q. 이번 젊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의학교육/수련의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이번 의사 파업의 이유는 의사들, 특히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의사 수가 느는 것에 대한 반감이 큰 것이었습니다. 의학교육이나 전공의 수련 문제가 핵심은 아닙니다. 다만 대형병원마다 싼 인력을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전공의를 수련시키다 보니 수련 자체보다는 인력 활용에 주안점이 있습니다. 현재 전공의는 주 80시간 이상 근무를 법적으로 막고 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제대로 수련받지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그치지 않습니다. 전공의 수련 기간 제대로 수련을 못 받으니 전문의를 취득해서 다시 전임의를 수년간 받습니다. 영국의 경우 모든 의사는 의대 졸업 후 2년의 공통 수련을 받습니다. 이후 각 과의 전문과목은 병원의 각 과에서 4년 혹은 5년을 수련받습니다. 1차 의료를 담당하는 의사(GP/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병원에서 2년, 1차 의료기관에서 2년 총 4년의 수련을 더 받은 후 1차 의료를 담당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수련 과정이 없어서 전문의 취득 후 바로 전문의로서 역할을 잘 하지 못합니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전공의 수련 비용을 국가가 지원해주면서 전공의를 제대로 수련하도록 하는 제도도 논의해야 합니다. 의료가 공공재인 것은 맞습니다만 의사를 공공재라고 하고 국가가 공익을 위해 일하도록 의무를 지우기에는 공적 지원이 너무 부족합니다. 앞으로 정치권과 정부와 시민들이 숙의 과정을 통해 더 좋은 의료제도를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Q. 지금 의료사협(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 근무를 하고 계신데요. 이에 대해 생소하신 분들이 꽤 있을 것 같습니다. 의료사협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의료의 주도권은 의사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개인과 가족에게 있습니다.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고 문제가 있을 때 해결하는데 주도권을 시민들이 가져야 합니다. 의사는 조언자이고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지요. 건강이라는 헌법적 권리를 잘 누리도록 하려면 국가의 제도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시민들의 건강 욕구를 다 충족할 수 없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의료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을 만들고 그 거버넌스를 주민들 스스로 갖자는 것이 의료사협입니다. 협동조합 정신을 의료에도 적용하자는 것입니다. 저는 학생 때 기독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주말마다 달동네 진료를 다녔고 방학 때 농촌활동을 했습니다. 그때 같이 했던 선배와 후배들이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만든 것이 의료사협입니다. 저도 언젠가는 의료사협에서 일하겠다는 꿈이 있었는데 교수 정년 10년을 남기고 결단을 내렸습니다. 제가 안산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교수 때의 보람도 크지만 이곳에서 지역주민을 건강을 돌보고 의료사협의 여러 직원들과 조합원들과 힘을 합쳐서 같이 건강 활동도 하고 봉사도 하고 지역 운동도 하니 재미있고 보람도 큽니다.

Q. 의료사협(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지금 우리나라 의료 문제 해결에 어떤 대안이 될 수도 있을까요?

A. 의료사협이 우리나라 의료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과도한 평가인 것 같습니다. 정치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듯이 의료도 지금보다는 더 질이 높아져야 합니다. 의료사협은 하나의 모델을 보여주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런 협동조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장애인 주치의 맺기나 왕진, 복지와 의료를 연결하여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커뮤니티 케어 사업을 모두 의료사협에 먼저 시작했고 제도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이런 원래 취지에 공감하고 같이 활동하는 의료사협이나 의료생협이 30여 개가 되고 연합회로 조직화되어 활동합니다. 그 외 의료생협이 수백 개 있는데 협동조합 취지에 맞게 운영되지 않는 곳이 있어서 정부는 작년부터 의료사협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운영하지 못하도록 단계적으로 조정하고 있습니다.

아픈 사람을 중심에 두고 이를 감당하는 개인과 가족에게만 맡기지만 말고 지역사회 주민들이 힘을 합해서 조직을 만들고 협동조합 방식으로 돕고 함께 살아가는 운동이 의료사협입니다. 더 많은 시민사회세력이 의료사협을 만들고 운영하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경실련 중앙위원회 부의장,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부이사장, 새안산상록의원 원장, (전)인제대 의과대학 교수, 가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