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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시사포커스] 자동차 리콜제도, 기업이 아닌 소비자를 위해 존재한다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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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11,12월호 – 시사포커스(3)]

자동차 리콜제도, 기업이 아닌 소비자를 위해 존재한다

 

가민석 정책국 간사

우리나라 자동차 리콜제도가 방향성을 상실했다. 리콜제도는 제품에서 구조적인 결함이 발견될 경우 해당 제품을 회수하여 소비자를 보호하는 수단이다. 결함을 통해 생명과 안전에 지장이 있거나 그럴 우려가 있을 때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조치해야 그 취지가 실현된다고 할 것이다. 자동차 리콜제도는 국토교통부(이하 국교부)가 담당해 운용한다. 자동차의 결함은 특히 소비자들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기 때문에 주무부처의 확실한 대처가 필요하다. 즉 자동차 리콜제도는 근본적으로 기업이 아닌 자동차 소비자들의 피해구제와 예방에 중점을 둔 제도라 할 수 있다.

자동차 제작사가 직접 실시하는 자발적 리콜이 결함 시정의 대부분이지만 국토교통부가 명령하는 강제적 리콜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제조사는 재산상 손실과 기업 이미지 실추 등으로 리콜을 강행하기 어려운 이해당사자고, 소비자는 전문성과 정보의 부족 등으로 제품의 결함을 입증하기 힘든 상대적 약자다. 이 때문에 자동차 결함으로 피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올바른 결함 시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국가가 적극적으로 소비자 보호를 위해 나서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교부는 그 중대한 책임을 지고도 갈피를 못 잡고 헤매고 있다.

리콜 사안에 법적 근거 없는 무상수리 권고
2018년 6월 국교부는 현대·기아자동차(주)에서 제작·판매한 쏘렌토 등에서 일명 ‘에바가루’가 분출되자 해당 차량에 대해 공개 무상수리를 권고한다. 에바가루는 자동차 에어컨의 표면처리 불량으로 알루미늄이 부식되어 분출되는 백색가루로, 인체에 유해한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물질이 분출된다는 것은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명백한 제품 결함으로서 품질보증제도인 무상수리가 아닌 결함 시정을 위한 리콜 명령이 내려졌어야 하는 사안이다. 그러나 국교부는 리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과 더불어 「자동차관리법」상 법적 근거가 없는 무상수리 권고 조치를 내렸다. 적극적으로 시정 요구를 한 소비자를 등지고 제조사에 유리한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그런데 무상수리를 권고한 지 반년이 지난 2018년 12월, 국토교통부는 에바가루에 대한 위해성 평가를 진행한다. 위해성 평가는 특정 물질의 유해성과 노출량을 고려하여 인간에게 얼마나 위험한지 판단하는 것으로서 에바가루 사건에 대해 행정조치를 내리기 전에 거쳤어야 하는 절차다. 사실상 제조사에게 발생할 수 있는 부담을 최소화한 결정을 성급히 내려놓고 뒤늦은 평가를 진행한 것도 문제였지만, 위해성 평가 자체의 문제도 만만치 않다. 경실련이 국교부로부터 제공받은 위해성 평가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에바가루가 육안으로 식별되지 않는 자동차로 평가를 진행한 점, “나쁨” 수준의 포집량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잘못 해석한 점, 특히 특정 연령대에 위해하다는 결과가 도출됐음에도 자의적으로 과대평가되었다고 결론을 내린 점 등이 발견되었다.

조사 착수 한 달 만에 제조사에 면죄부부터 쥐여주더니 신뢰할 수 없는 위해성 평가로 어설프게 수습한 것이다. 국가가 이런 조치를 내리다 보니 현기차도 소비자 안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시정할 필요가 없어진 듯하다. 경실련이 에바가루 건으로 현기차와 가졌던 면담에서 자발적 리콜을 실시할 의지가 있냐고 질의하자 담당자는 ‘국토교통부가 무상수리를 권고했고, 공개 무상수리를 시행했다’고 답변했다. 문제 차종 전체를 회수해 시정해야 하는 리콜에 비해, 무상수리는 수리를 신청한 일부의 차주에게 특정 기간 동안 수리해 주면 그만이다. 리콜 명령이 내려지면 관련 내용에 대해 언론 보도의 의무도 발생하기 때문에 리콜에 여러모로 부담을 느꼈을 현기차에게 무상수리 권고는 대단히 반가운 조치였을 것이다.

늑장 대처와 리콜 명령 회피
제품 결함이 드러나도 늑장 대처를 하거나 심지어는 적극적으로 리콜 명령을 회피하기도 한다. 현대에서 제작한 코나EV(코나 일렉트릭)가 국내에서만 14번 화재를 일으켜 소비자들의 불안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국교부는 작년 9월 리콜 여부를 판단하는 제작결함조사를 실시한 이후로 1년이 지난 시점까지 아무런 결과도 내놓지 않았다. 결함으로 화재 가능성이 있는 수준도 아니고 화재 사건이 수차례 발생했음에도 리콜을 판단하기 위한 사전조사도 마무리 짓지 못한 것이다. 이러는 동안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코나 화재에 대해 문제 제기하자 서보신 현대자동차 생산품질 담당 사장이 결함을 인정하며 자발적 리콜을 약속했을 뿐이다.

제작결함조사 이후 리콜의 대상이라고 하는 결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근거 없는 무상수리를 권고하는 사례도 있다. 리콜의 절차는 간단히 ‘제작결함조사 →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 심의 → 제작결함판정 → 제작결함 시정(리콜) 명령’으로 이뤄진다. 제작결함조사에서 리콜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한국교통안전공단 기구인 위원회에서 그 결과에 대해 심의한다. 이 위원회의 심의 결과는 강제력이 없는 권고사항인데, 제작결함조사 결과 리콜 사안임에도 위원회의 무상수리 권고를 그대로 수용한 사례가 15년도부터 지금까지 8건 존재한다. 사례를 종합해보면 국교부가 기업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인지 리콜 조치를 함에 있어 대단히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이 아닌 소비자를 위한 제도 운용해야
‘현토부’라는 말이 있다. 현대차를 봐주는 국토교통부를 비판하는 용어로 최근 소비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다. 이런 조롱 섞인 지적은 일면 타당해 보인다. 자동차 소비자들을 위해 리콜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할 국토교통부가 제조사를 봐주며 본래의 역할을 망각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최근 현대차를 비롯해 국내 자동차제조사가 만든 차량에 결함 발생이 빈번하다. 올해만 해도 시동 꺼짐, 엔진 떨림 등으로 인한 수많은 자동차 결함이 신고되었으며 리콜 조치를 받은 차량임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제조 과정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올바른 국가작용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물론 법 개선도 필요하다. 자동차 리콜에 대해 규정한 「자동차관리법」 제31조에서는 “자동차 또는 자동차부품이 자동차안전기준 또는 부품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하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기준으로 결함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내년 2월부터는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이 “설계, 제조 또는 성능상의 문제로 안전에 지장을 주는”으로 개정되어 시행된다. 여기서 지금까지 브레이크나 조향장치와 같은 단순 부품에 한해서 리콜을 실시해왔던 한계를 극복하려면 안전결함의 기준을 “인명피해 사고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결함”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제작결함조사가 결과 도출 없이 방치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기한을 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결국 중요한 건 국토교통부의 역할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도를 통해서도 소비자 보호는 충분히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의 결함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며, 기업의 이익과 소비자 안전이 충돌하는 지점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적절한 대처와 예방이 중요하다. 리콜제도가 형성되고 국가가 제도 운용을 책임지는 이유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늑장 대처, 제조사 봐주기와 같은 행태를 반성하고 리콜제도가 담고 있는 본래의 취지대로 행정조치하는 것이 급선무다. 국토교통부가 하루빨리 방향성을 되찾고 현토부라는 오명을 벗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