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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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국가 근간 바꾸는 행정체제개편, 성급하면 안돼

지난 15일, 이명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행정구역 개편을 서둘러 추진해야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정치권에 요구하는 한편 자발적 통합 지역에 대한 정부의 획기적인 지원을 천명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교부세 추가지원 등 지역경쟁력 강화를 위한 행정ㆍ재정적 지원 확대와 지역발전 및 주민생활여건 개선 지원 등 행정특례 부여 등 구체적인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야 정치권도 이명박 대통령의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 환영하면서 9월 정기국회에서 국회 행정체제개편특위를 통해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면서 행정체제개편 추진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경실련은 이같은 지방행정체제 개편 추진 논의가 참여와 분권이라는 지방자치 본질과 장기적인 국가경쟁력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고 근시안적인 구조조정에만 초점을 맞춰 성급하고 졸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특히 현재 국회에 제출된 의원 법안들 대부분이 지역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주민들의 불편을 가중시키는 등 지방자치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통령까지 촉구하고 나서면서 정치권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추진으로 결과 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100년 전에 마련된 낡은 행정구역이 지역주의를 심화시키고 효율적인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벽이 되고 있다”면서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역주의라는 것은 단순한 공간적인 개념이 아니라 문화적이고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그리고 심리적인 요인들을 통해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도 낡은 행정 구역으로 인해 지역주의가 심화되었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현재 정치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60-70개의 통합시 설치로 인한 소(小)지역주의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데도 대통령은 지역주의를 완화하는 해법으로 행정구역 개편을 언급하는 것은 잘못된 진단의 잘못된 처방이나 다름없다.

기초지방자치는 오랜 역사 속에 이루어진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사회적 생활공동체여야 한다. 무리한 시․군 통합 발상은 생활 자치,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기초지방자치는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통한 생활 자치가 가능하도록 근린성과 민주성이 철저히 보장되어야 하는 주민자치의 실현공간이다. 무리한 시·군 통합은 기초자치를 파괴하는 것이며, 지역정체성은 훼손되고 주민 불편은 가중시키는 문제를 가져올 것이다. 무엇보다 시·도를 폐지하고 시군을 통합하는 것은 기존 16개의 광역단체가 가지고 있었던 정치적, 재정적, 행정적 역량을 60-70개 정도의 통합시로 분산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지방의 자치역량은 축소되고 중앙정부의 통합시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이 증대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는 지역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중앙집권의 시대로 회귀하자는 시대 역행적인 발상이다.

지방행정체제개편은 주민의 편익을 증진시키고 지역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올바르게 전개되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는 생활의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생활자치 내지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단위여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기초자치단체는 평균 인구 20만명이 넘는 세계에서도 규모가 가장 크다. 따라서 시·군·구의 행정구역은 주민불편을 해소하고 지역정체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주민들의 자율적인 논의에 맡겨야 한다. 또한 시․도는 광역지방자치단체로서 지역의 산업과 경제 등을 책임지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역량과 규모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 세계적 추세에 맞게 중앙정부가 산업과 경제, 재정, 교육, 경찰, 계획과 관광, 문화 등 권한을 시․도에 대폭이양하고 국가내부의 지역경쟁단위로서 기능을 하고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국가의 근간을 손대는 것으로 시한을 정해 단시간에 끝낼 사안이 아니다. 잘못되면 회복하기 어려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대통령과 정치권은 조급한 개편에 집착하지 말고 학계와 시민사회, 지역사회의 진지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지역경쟁력을 높이고, 지역공동체를 살리며, 주민의 편익을 증진시키는 제대로 된 지방행정체제개편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정치권에 촉구한다.

[문의 : 정책실 02-3673-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