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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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자율’통합 아닌 정부 주도의 ‘인위적’ 통합

오늘(26일) 행정안전부는 자율통합을 확정한 기초단체에게 특별교부세 50억 지원, 통합자치단체 추진사업에 대한 국고보조율 10%포인트 상향 등을 담은 시․군․구 자율통합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행안부가 발표한 내용에는 ▲기반시설 설치 등 광역·지역발전 회계사업 선정 때 우대 ▲공무원 정원 10년간 유지 ▲통합자치단체 자율편성사업에 대한 별도 인센티브 지급 등 매우 파격적인 지원 대책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행안부는 통합 대상으로 거론되는 전국 10개 지역이 10년 동안 3조9천억원의 통합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행안부의 발표는 지방자치단체간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통합보다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통한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통합을 시도하는 것으로 이는 지방의 자치 역량 강화와 지역의 책임성 확보라는 지방자치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실련은 깊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행정안전부가 시‧군․구의 통합에 대해 막대한 재정 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의 제공을 약속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유롭고 자율적인 결정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통합의 기대효과보다는 눈앞에 제공되는 국가의 막대한 재정지원 등을 얻기 위해 통합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면 지역주민의 의사결정에 왜곡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무리한 파격적 지원으로 국고는 낭비되고 통합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통합을 하지 않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강요당하는 것이 된다. 지역주민들이 지자체간의 통합에 따른 이해득실, 통합으로 인해 나타날 여러 문제점 등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한 후에 민주적 절차를 통해 논의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에 현혹되어 시·군 통합이 성급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지역주민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는 자율통합이라기보다는 중앙정부 주도의 인위적 통합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가 없다.

둘째, 정부가 주장하는 3조 9천억원의 지역통합 효과는 허상에 불과하다. 정부가 통합을 유도하려고 지원하는 정부 지원금을 제외하고 통합 효과를 통해 얻을 수 있는 1조 8천억원은 통합으로 인해 나타날 소지역주의로 인한 사회적 갈등 비용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명칭 문제를 비롯한 청사 소재지 문제, 각종 공공기관 설치 문제, 거점 지역 상실로 인해 지역 발전 동력 상실로 인한 갈등과 같이 충분히 예측가능한 갈등 비용을 고려치 않은 것이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정치권이 원하는 대로 시·군을 통합하여 60-70개로 개편하는 경우에 23조 내지 45조원에 가까운 비용이 든다고 한다. 정부가 검증되지 않은 편익분석에 근거하여 숫자놀음으로 지역주민을 현혹하려는 것은 자칫하면 국민을 기망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1990년대에 현재와 같은 논리로 이미 통합을 한 시․군의 경우에 기대한 행정 효율이나 비용절감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 기초지방자치단체의 통합을 단행한 외국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왔다는 보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마치 통합만이 능사인 것처럼 각종 인센티브 지원을 통해 사실상 인위적으로 통합을 유도하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자체간의 통합이 진정으로 비용을 절약하고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등의 효과가 있다면 굳이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으면서 통합을 사실상 강요하지 않아도 주민들이 발벗고 나서서 자연스럽게 통합이 이루어 질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의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평균 인구가 20만명 이상으로 선진국에 비해 이미 월등히 큰 규모를 가지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의 평균규모가 2천명 내지 1만명 전후에 불과하다. 기초자치단체는 지역주민의 직접 참여를 통한 생활자치가 가능한 공간이어야 하므로 현재의 규모도 너무 크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다. 만약 정치권의 의도대로 시·군을 통합하여 인구 70만 내지 100만 전후의 통합지방자치단체를 만든다면 주민 가까이에서 주민의 일상적인 생활을 챙기는 가까운 지방정부로서 기초지방자치 내지 풀뿌리 자치는 실종된다. 이로 인하여 주민은 불편하게 되고 작은 지역은 지역발전의 구심점을 상실하게 된다. 

넷째, 이번 행안부의 발표는 광역정부의 기능을 무력화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광역정부를 폐지하지 않더라도 60-70개의 통합시가 설치된다면 해당 광역정부의 기능과 역할을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될 수밖에 없다. 결국 기존 16개의 시·도가 가지고 있었던 역량이 60-70개 정도의 통합시로 분산되는 결과를 초래해 지방의 자치역량은 축소되고 지역경쟁력은 추락하게 된다. 국경을 넘는 지역간의 경쟁에서 우리나라의 지역은 외국에 비하여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게 된다. 

시․군․구 행정구역의 개편은 주민자치의 실현이라는 지방자치의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지역주민의 의사에 따라 자율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지방정책의 주무부서로서 행정안전부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지역의 자율적인 결정을 존중하고 이를 수용하여 제도에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정치권과 정부는 성급하고 졸속하게 지방행정체제를 개편하여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아니라 학계와 시민사회, 지역사회의 진지한 논의를 통해 순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문의 : 정책실 02-3673-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