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CCEJ 칼럼] [특집] 정치인의 못 말리는 토건(土建) 사랑
2021.04.02
53

[월간경실련 2021년 3,4월호 – 특집. 서울·부산 1,300만의 선택(5)]

정치인의 못 말리는 토건(土建) 사랑

장성현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간사

2월 26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2월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지 8일 만이다. 그리고 3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법안을 공포했다. 국토부가 밝힌 가덕 신공항 총 사업 예산은 28.6조 원이다. 국토부 예산이 과다 책정됐다며 부산시가 내놓은 사업비도 18조 원 가량이다. 현 정부가 입이 마르고 닳도록 ‘적폐’라 비판했던 MB정부의 4대강 사업 23조 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어마어마한 예산이 소요되는 토건 사업을, 제대로 된 사전조사 없이 특별법 하나 달랑 만들어 추진한단다.

가덕도 특별법이 통과됐으니, 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될까? 그간 신공항 추진 경위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경남권 신공항 계획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은 김해 항공기 추락 사건을 계기로 동남권 신공항 검토를 지시한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당시 건설교통부가 신공항 타당성 검토를 시작했고, 부산 가덕도, 경남 밀양으로 신공항 후보지가 압축된다. 정권이 바뀐 후 건설교통부는 두 곳 모두 부적합 판정을 내리고, 신공항 건설은 백지화된다.

신공항은 박근혜 정부 때 재추진된다. 정부는 재차 동남권 신공항 필요성을 발표하고,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에 신공항 타당성 조사를 맡긴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은 신공항 건설이 아닌,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낸다. 이에 따라 한국개발연구원이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착수한다.

바통은 문재인 정부로 넘어간다. 한국개발연구원은 김해신공항 확장안에 대한 예타 결과를 발표했고, 예타는 통과됐다. 예타가 통과되자 국토부는 다음 단계인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한다. 여기까지는 신공항 건설 절차에 맞게 진행됐다.

하지만 느닷없이 2018년 9월 부·울·경 단체장이 신공항 실무검증단을 구성한다. 검증단은 김해 신공항 확장안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을 낸다. 논란이 커진 것인지, 논란을 만든 것인지 모르겠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무총리실 직속으로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를 구성한다. 2020년 11월 검증위는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결정하고, 이후에 사태는 여러분들도 아시는 바와 같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의 내용 및 통과 과정의 지난함은 반복해서 얘기하고 싶지 않다. 지면을 통해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원칙’에 대한 이야기다. 동남권 신공항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06년부터 진행된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신공항 건설 관련 법률 및 절차에 따라 진행되던 사업이 하루아침에 비전문가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뒤집어졌고, 공항부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타 면제 등의 특혜 조항이 들어간 특별법이 통과됐다.

현 정부에서 적폐라고 일갈하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의 과정만 살펴보자. 동남권 신공항 필요성이 제기되자, 정부는 우리나라 엔지니어링 업체가 아닌 세계 3대 공항 엔지니어링 업체인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 업체를 조사 주관으로 선정했다. 조사 주관단은 1년여간의 경제정, 환경성 등의 사전 타당성 조사를 수행한 후 신공항 건설 대신, 김해 신공항 확장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냈다. 이후에도 절차에 따라 한국개발연구원이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한 예타를 착수했고, 예타를 통과함에 따라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했다.

공항이 무슨 동네 버스정류장도 아니고, 어떻게 모든 절차를 생략한 채 요상한 특별법 하나 만들어 공사를 강행하려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일국의 법이 이렇게 얼렁뚱땅 재정될 수 있다는 것도 믿을 수 없다). 추정 예산만 28.6조 원. 이는 단순히 추정 예산에 불과하다. 경실련이 2019년 준공한 100억 원 이상 공공공사를 분석한 결과 평균 30% 이상 공사비가 증가했고, 공사 기간은 20% 이상 증가했다. 단순 계산하면 37.2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어마어마한 사업을 준비도 안 된 법안 하나로 강제하려는 현 정부의 추진력에 박수를 보낸다.

현 정부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한 갈망과는 무관하게 신공항 사업이 예상대로 추진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간 추진 과정만 보더라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 않나? 네 번의 정권에서 건설추진과 백지화를 반복했다. 정권이 바뀌어 관련 절차도 법률도 무시한 채 신공항 부지를 이전해 버리거나 백지화할지 그 누가 알 수 있겠는가? 그것도 아니면 현 정부의 추진력을 본받아 ○○공항, △△철도, ◇◇도로특별법을 만들어 자기 멋대로 국가 예산을 쏟아부을 수도 있다.

한 가지만 기억하자. 토건 사업에 쏟아붓는 수천, 수조 원은 모두 시민의 피땀 어린 ‘혈세’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