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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이야기] [같이 연뮤 볼래요?] 중력을 벗어나 날아오르는 당신들을 위한 내일, 뮤지컬 <위키드>
2021.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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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1년 3,4월호 – 우리들이야기(4)]

중력을 벗어나 날아오르는 당신들을 위한 내일,
뮤지컬 <위키드>

 

효겸

오랜만에 찾아온 [같이 연뮤볼래요?]에서 이번에 다룰 뮤지컬은 5년 만에 돌아온 대작 <위키드>입니다. 한창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뮤지컬 <위키드>는 낯선 분들도 계시겠지만 아마 ‘오즈의 마법사’는 어렸을 때 한 번쯤은 읽어 보셨을 것 같은데요. 이 뮤지컬은 바로 그 ‘오즈의 마법사’의 스핀오프1)인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마지막에 도로시가 양동이에 담긴 물을 부어 사악한 서쪽 마녀를 해치우는데요. 뮤지컬 <위키드>는 그 사악한 서쪽 마녀로 알려진 엘파바와 선한 글린다 두 명의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위키드(Wicked)라는 영단어는 한국어로 ‘사악한’이란 뜻을 나타내는데요. 극 중에서 사람들이 엘파바와 그녀의 동생 네사로즈를 가리켜 사악한 마녀들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들의 대척점에는 북쪽의 착한 마녀 글린다가 있습니다. 뮤지컬 <위키드>는 사악한 서쪽 마녀가 사라진 날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오즈의 주민들이 모여 축제를 벌이고 있을 때 글린다가 비눗방울 머신을 타고 나타나고 사람들은 글린다에게 과연 사악함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묻습니다. 게다가 그녀와 서쪽 마녀가 친구였냐고 되묻는데요. 그날로부터 시간은 돌아가 엘파바와 글린다가 학창시절 처음 쉬즈대학에서 만나는 날이 시작됩니다.

뮤지컬 <위키드>의 대표 넘버는 ‘Defying Gravity’라는 1막의 마지막 곡이지만 그 외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채로운 넘버들이 꽉꽉 채워져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야기와 넘버를 연결시켜서 설명을 드려 볼까 합니다.

엘파바는 태어날 때부터 초록색 피부를 타고나 가족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고, 사람들에게도 놀림과 차별을 받으며 자랐는데요. 그렇다 보니 예민하면서도 불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반면 글린다는 금발 머리에 아름다운 미모로 인기가 많고 선한 마음씨로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라왔습니다. 이 둘이 처음부터 잘 맞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당연하겠죠. 이 두 사람이 같이 부르는 첫 넘버는 ‘What is this feeling?’이라는 일명 ‘밥맛송’입니다. 서로 총체적으로 밥맛이라고 칭할 정도로 싫어했거든요.

사실 엘파바는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똑똑했으며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요. 그러던 그녀가 마법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안 모리블 학장에게 처음으로 인정을 받는 순간 엘파바는 오즈의 마법사와의 만남을 기대하며 ‘The Wizard and I’를 열창합니다. 후에 엘파바와 글린다는 댄스파티에서의 사건을 통해 서로 친해지게 되는데요. 글린다가 엘파바에게 본인의 애교 비법과 사교성을 전수하며 부르는 ‘Popular’는 사랑스러운 글린다의 모습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넘버입니다.

또한 마법사의 초대를 받은 엘파바와 글린다가 오즈의 중심인 에메랄드 시티로 찾아가 보내는 단 하루, ‘One Short Day’ 넘버를 통해 뮤지컬 <위키드>의 화려한 무대를 감상하실 수가 있습니다. 엘파바가 처음부터 여기 속했던 것처럼 에메랄드 시티는 모든 것이 아름다운 초록빛으로 빛나는데요. 에메랄드 무대 조명이 한가득 켜지면서 에메랄드 빛깔의 각종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무대로 쏟아져 나오는 순간 엘파바와 글린다의 표정은 더 없이 밝고 행복해 보입니다. 마치 한 편의 놀이동산 퍼레이드 같은 꿈과 사랑이 가득한 에메랄드 시티에서의 짧은 하루를 보여줍니다. 관객들도 마치 에메랄드 시티에 푹 빠져 있는 것처럼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을 것 같네요.

앞서 말씀드린 뮤지컬 <위키드>의 대표 넘버인 ‘Defying Gravity’는 엘파바가 선망했던 마법사가 사실은 무능력한 독재자였고, 그로부터 마법책을 가지고 달아난 엘파바가 본인이 믿는 진실을 따라 마법사에게 맞설 것을 선포하는 순간에 터져 나옵니다. 자신을 찾아온 경비병들을 따돌리고 엘파바는 무대 중심에서 하늘로 그대로 날아오르는데요. 바로 뮤지컬 <위키드>의 명장면이기도 합니다. 자신을 억압하는 모든 중력을 벗어나 한계가 없는(unlimited) 그녀의 존재감을 무대 전체에 드러내는 순간입니다. 아마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종종 이 넘버를 들어 보셨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무대에서 보면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몰입감이 엄청납니다.

이후 마법사는 그에게 맞선 엘파바를 사악한 마녀로 명명하고 이를 오즈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글린다를 이용합니다. 글린다는 비록 오즈민들을 선동하고 있지만 엘파바를 생각하고 그녀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데요. 마지막 순간 서로를 만난 엘파바는 글린다에게 사악한 서쪽 마녀로 불리는 자신을 더 이상 옹호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리고 ‘For Good’이라는 마지막 넘버를 함께 부르는데요. 가사를 보면 엘파바와 글린다가 그들의 진정한 우정을 통해 그들 스스로 얼마나 성장했는지, 서로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 가사인 ‘항상 너의 곁에서 널 지켜 줄게. 난, 너로 인하여 너로 인하여 달라졌어. 내가’라는 말이 참 가슴 시리게 좋은데요. 이후 엘파바는 도로시가 쏟아부은 물에 녹아서 사라지는 듯 보였지만 아무도 모르게 살아남아 오즈를 떠납니다. 그리고 다시 뮤지컬 <위키드>의 첫 장면으로 돌아와 축제 속에 극은 끝이 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의 어딘지 모르게 슬픈 글린다의 표정은 참 기억에 남습니다.

과연 사악함은 어디서 올까요? 태어날 때부터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구분될 수 있을까요? 필자는 뮤지컬 <위키드>를 보면서 이분법적 선악 구분 이면에 있는 진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생각보다 더 복잡한 존재라는 걸 느꼈습니다. 인간은 서로에 대한 선과 악의 판단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지요, 엘파바와 글린다처럼요.

필자가 뮤지컬 <위키드>를 특히나 좋아했던 부분은 바로 앞으로 나아가는 결말입니다. 마법사가 떠난 오즈는 선한 글린다와 함께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았고 그곳에서 글린다는 진정한 오즈의 지도자로서 오즈민들과 어울려 날아오를 것이고, 엘파바는 오즈를 벗어나 또 다시 약자들을 도우며 정의로운 그녀만의 이야기를 써 나갈 것입니다. 글린다와 엘파바가 비록 함께 있지 않지만 그녀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for good) 머물러 있겠지요. 그녀들이 나아가는 내일이 기대되는 건 저뿐만은 아니겠죠?

추신. 뮤지컬 <위키드>는 5월 1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진행되며, 이후 5월부터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개막될 예정입니다.

1) 스핀오프 : 기존의 작품에서 따로 나온 작품, 외전


[같이 연뮤 볼래요]에서는 같이 이야기하고픈 연극과 뮤지컬을 소개해드립니다.
필자인 효겸님은 11년차 직장인이자, 연극과 뮤지컬를 사랑하는 12년차 연뮤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