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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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국민통합 저해하고 경제정의 훼손한 사면

오늘(13일) 이명박 대통령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김인주 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과 노건평씨,김원기 전 국회의장,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서청원 전 친박연대 등 정치인들이 포함된 특별사면, 복권을 단행했다. 정부는 이번 특별사면에 대해 “정치인 등에 대한 폭넓은 사면으로 국민 통합을 도모하고 국가 발전에 다시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한편, 경제인 사면을 통하여 기업활동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사면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실련은 이번 사면은 정․재계의 무분별한 요청을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사법정의와 경제정의를 심히 훼손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특별사면 된 정치인과 기업인들을 보면 불법․탈법 행위에 대한 응당한 댓가를 치르기도 전에 사면이 단행되었다. 지난 해 8월에 형이 확정된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징역 2년6월, 집행유예 5년)이나 김인주 전 삼성전략기획실 사장(징역3년, 집행유예5년)을 비롯해 지난해 10월에 확정 판결을 받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징역3년, 집행유예 4년) 등 기업인들의 경우 형이 확정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고 형기의 4분의 1도 채우지 못했다.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2009년 4월 구속기소, 징역 3년6월)이나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징역 1년6월, 형집행정지등으로 6개월 복역) 등도 형기의 절반도 치르지 않았다.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함에 있어 법원의 형 확정판결 이후 형기의 2/3 정도의 기간이 지나야 사법권의 침해가 덜하고, 국민적 합의가 존재하여 국민통합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최소한의 요건이 존재한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민주사회에서 불법과 탈법 행위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에 따라 그에 합당한 댓가를 치르도록 하는 것이 기본적 요체임에도 불구하고 형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이들을 근거도 없는 ‘일자리 창출 등 경제살리기’ ‘국민통합’ 등의 명분으로 사법적 단죄를 받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은 대통령과 정부 스스로 민주사회의 기본 요체를 파괴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의 과제로 친서민 경제살리기,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해 왔고 이번 사면에서도 “국민 통합”과 “경제 살리기”가 취지로 내세웠다. 각종 불법과 탈법 행위로 인해 건전한 시장경제 발전을 저해하고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쳐 사법적 판결을 받은 기업인들을 법치주의의 원칙마저 무너뜨리면서 사면해주는 것이 과연 대통령이 강조한 국민과의 소통이며 친서민 경제 살리기인지 되묻고 싶다. 기업인들의 탈법∙불법 행위는 계속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우리 시장 질서를 어지럽혀지는 악순환이 여전히 반복되면서 오히려 일반 국민들이 고통을 받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는 불법과 반칙을 저지른 이들에 대한 엄중한 사법적 단죄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오히려 불법과 탈법 행위를 용인해주는 관행이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경제 살리기”라는 허울뿐인 명분의 사면은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다.  또한 자신의 임기동안 일어나는 비리·부정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대통령이 집권당내 계파간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국민과의 약속을 깨버리고 정치인을 사면하는 것이 과연 국민 통합인지 이해할 수 없다. 법을 지켜야할 대통령이 법 집행의 원칙, 즉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말았다는 비난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절대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무원칙하고 무분별한 사면에는 유명무실한 사면위원회에도 책임이 있다. 사면위원회는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개선하기 위해 설치되었고,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대해 사전 심사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그 이후 단행된 몇 차례의 특별사면에서도 여전히 사면위원회는 국민의 법 감정과는 동떨어진 채 합리적인 기준과 원칙에 따른 심사가 아닌 정부가 제출한 명단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거수기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특별사면이 발표되기 앞서 사면 예상자 명단이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무원칙한 사면에 대한 비판이 계속 제기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특별사면에 있어 사면위원회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 채 정부가 제출한 명단을 그대로 수용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사면위원회가 사면권의 남용을 견제하는 기구라는 본래의 취지를 잃어버린 채 오히려 법과 원칙을 무시한 사면에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방어 기구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국민의 법의식에 반하고, 권력과 돈을 가진 자에 대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이번 특별사면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돈과 권력을 가진 자에 대한 사법적 형평성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불신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무분별하게 단행되는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국민 통합을 저해할 뿐이다. 청와대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사면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또한 사면위원회가 본래 취지에 맞게 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며 회의록, 위원명단 등 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적 검증을 받아야 할 것이다.

[문의 : 정책실 02-3673-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