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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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법의 졸속 처리를 중단하라

어제(7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논란이 되어왔던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법안의 처리를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 각각 2인으로 구성되는 ‘4인협상위원회’를 만들어 수정안을 만들고 이를 16일 국회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방행정체제개편은 국가의 근간을 바꾸는 작업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경실련은 이미 여러차례 정치권의 일방적인 추진보다는 각계의 전문가와 지방정부, 지역주민들과의 다양한 논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동의할 수 있는 지방행정체제개편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시간에 쫓기듯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법의 일방적인 처리를 시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 경실련은 크게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볍법안은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는 독소조항들이 여기저기 포함되어 있다.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의 통합기준, 통합방안 등 지방행정체제개편의 가장 본질적인 내용을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 추진위원회에 백지위임한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국회가 지난 17대 국회부터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수년간 논의했어도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한 문제를 행정부의 대통령 소속기관에게 백지위임한다는 것은 국회의 책임 회피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추진위원회는 지역주민과 지방정부 등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의 의견보다는 중앙정부 소속 위원들과 중앙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될 수 밖에 없는 인사들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의 의견이 무시될 수 있는 추진위원회에서 지방자치단체의 통합과 같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은 도무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둘째, 여야가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법안은 법적으로도 여러 문제를 지니고 있다. 지난 4월말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에서 의결해 법사위로 넘긴 이번 법률안은 무조건 통과시키는데 급급해 여러 차례 변경하고 급조하다보니 문제투성이의 법안이 되어버렸다. 현재의 법률안을 보면 법률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법률의 체계가 전혀 맞지 않는다. 예를 들어 주민자치, 대도시사무특례, 대도시에 대한 재정특례, 사무중복금지, 교육자치개선, 자치경찰도입, 특별행정기관사무이양 등 대부분의 조항은 지방자치법이나 지방재정법 등 실체법에 규정하면 족한 것이지 한시적인 지방분권추진기구를 정하는 법에 규정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는 오로지 법률안의 내용적인 공백을 미화시키기 위한 장식으로 삽입한 것으로 법체계의 혼란만 가중시키는 규정들이다.

또한 특별법안에는 위헌적인 요소도 적지 않다. 특히 구의회를 폐지하는 것은 명백히 헌법 제118조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다른 조항들도 위헌의 소지가 적지 않다. 특히 지방교부세의 일부를 통합지역에 배분하여 특혜를 배분하는 것은 지방재정이 빈곤한 지역의 재정을 지원하는 교부세제도의 근본적인 취지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지역균형발전의 법리와 평등의 원칙에도 합치되지 않는다. 시군의 통합을 통하여 효율성과 경비절감을 괴하겠다는 목적을 내세우면서도 통합후 통합전 공무원의 유지, 기구상의 특례, 교부세배정의 특례 등 목적과 수단이 전혀 맞지 않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이러한 법리적 모순이 있는 법률안을 정당히 야합하여 여야가 통과시키려는 것은 국가의 장래를 위하여 용납될 수 없다.

국회가 이처럼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법안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함없이 일부조항만 적당히 수정한 문제투성이의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배경에는 창원지역(마산-창원-진해)의 통합을 취하면서 법률상 근거도 없이 무리한 각종의 특혜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법적 근거도 없는 각종지원과 특혜를 약속한 것부터 법치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일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실정법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음에도 중앙정부와 정치권은 무책임하게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창원 한 지역을 위해 전국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문제투성이의 법안을 무책임하게 통과시키려는 하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만약 창원시의 후속 조치를 위한 법률이 필요하다면 국회에서 창원지역의 특수성에 상응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법률안을 따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방자치의 근간을 뒤흔들고 지역주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법안을 내용에 대한 신중한 법리적 검토도 없이, 시간에 쫓겨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절대 안된다. 경실련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정치적 흥정을 통해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법안을 졸속으로 통과시키려는 반의회적인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이번 법안을 폐기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문의 : 정책실 02-3673-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