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CCEJ 칼럼] [동숭동칼럼] 철학과 원칙 있는 부동산 정책을 기대한다
2021.05.27
652

[월간경실련 2021년 5,6월호]

철학과 원칙 있는 부동산 정책을 기대한다

윤순철 사무총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편이 논의되고 있다. LH는 지난 5월 7일 LH의 경영과 사업 분야의 혁신을 총괄하는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고, 14일에는 임직원의 토지거래, 투기행위에 대한 외부 감시, 임직원 불법행위 조사 및 처리 과정에 대한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 ‘준법감시위원’를 가동하였다.

국회와 정부도 LH의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LH를 주거복지 기능과 자회사를 감독하는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고, 주택공급 기능인 토지, 주택, 도시재생 등 핵심 기능만 남기고나머지는 분리한다. 그리고 주택관리 등 여타 기능은 별도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이다. 지난 3월 2일 참여연대가 LH 직원들의 광명, 시흥 신도시 사전투기 의혹 공익감사청구를 제기한 후 정부가 약속했던 해체 수준의 개혁에는 못 미치지만, 조직과기능의 개편 방향이 자리 잡아가는 모양이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쏘아 올린 불꽃에 땅을 사랑하는 공직자들, 가짜 농민들, 관세청·행복청·기재부·행안부 등 부처들이 짬짜미로 만든 유령청사 등 공익보다 사익을 탐냈던 우리 공직사회의 민낯이 드러났다. 국회가 서둘러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하였으나 그 여파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지난 4년 동안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실패한정부, 집을 소유하고 있으나 곧 발부될 세금 고지서를 두려워하는 유주택자, 안정적인 주거지를 마련하지 못했으면서도 터무니없이 폭등한 집값에내 집 마련을 포기한 무주택자, 경제 부정의로 투기와 불로소득으로 지목하며 근절 활동했던 시민단체, 정책의 선순환과 지속성을 촉구했던 학계, 미래를 접은 청년세대까지 온 국민들의 분노는 이어질 전망이다. 7월과 9월의 재산세와 12월의 종부세 고지서가 발부될 예정이고, 올 가을과 내년 초 이사철에 집 구하러 발품 팔아야 하는 서민들은 또 한 번 억장이 무너지는 경험을 할 것이다. 켜켜이 쌓인 마음들은 내년 3월 제20대 대통령선거와 6월 제8대 전국동시지방선거로 향할 것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두 가지 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하나는 도시재생 중심의 정책이다. 도시재생은 신산업(하이테크·IT산업·바이오산업)으로 변화되는 산업구조, 신도시 위주의 도시 확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기존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여 부흥시키는 도시사업이다. 이러한 정책은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고, 이전 정부 시절 주택경기 하락으로 투기적 거래가 부활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 이 기조에서 정부는 주택의 수요를 대부분 투기적 가수요로 보는 정책들을 내놓았다. 주택의 수요는 투기적 수요도 있지만 자가 보유 욕구, 급증한 1-2인 가구, 헌집을 새집으로 바꾸려는 수요, 면적을 조정하려는 수요도 있다. 정부가 투기적 가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썼던 세제 강화로 다주택자들이 실수요 외의 주택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게 하겠다는 것은 다주택자들이 세금을 감당할 수 없는 한계점을 넘어야 해서 당장의 가격 안정이 필요한 대책과는 시간적 불일치가 너무 커 효과를 보기 어려웠다. 수십 차례의 대책에도 정책의 효과는 실종되고 가격이 폭등하자 강력한 금융규제 등 가능한 수단을 동시에 적용하면서 각 정책 간의 합리성도 상실하였다. 여기에 다주택자들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제는 과도한 혜택을 부여하여 당초 계획과 다르게 다주택자들이 주택 쇼핑에 나서게 만드는 역효과를 초래하였다. 다른 하나는 제대로 된 균형발전 정책의 부재였다. 골고루 잘사는 대한민국을 표방하였으나 실효성 있는 균형발전 대책은 추진되지 못하고 지방 도시들이 비전과 활력을 잃으면서 지역의 돈과 사람이 수도권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소멸되는 지방과 인구와 돈이 집중되는 수도권 확장 현상은 만성적인 주택과 교통 등 도시 인프라 부족을 초래하였다. 신도시를 아무리 많이 건설해도 이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여건이 되었다.

정부의 25번의 부동산 대책은 집값 안정화 실패, 실수요자 배려 없는 금융규제, 부동산의 취득-보유-양도 단계의 합리성 결여된 세금체계 등으로 어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정책 난맥을 초래하였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의 논의는 현 정부의 철학과 원칙이 실종된 채 자중지란의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정책은 국민들이 수용할 때 힘을 갖는다. 부동산 정책은 장기적 관점에서 인구 구성과 라이프사이클, 경제력에 부응하는 다양한 유형의 수요에 부합한 주택의 공급,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여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는 세제, 도시의 특성과 환경을 반영한 국토정책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비정상적인 가격 조정과 실수요자 지원을 위한 금융정책 등 장단기적인 계획하에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현 정부가 어떠한 철학과 원칙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특히 공공부문과 민간의 합리적인 역할 분담이 이뤄져야 당면한 LH 조직 개편 방향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09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역할과 기능을 명확히 정하지 않고 조직통합만 추진하여 비효율적인 거대 공기업으로 유지되는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실사구시로 현실을 직시하고 냉정하게 분석하며 시간이 가도 인내하여 바른 대책을 만드는 유연한 정부의 대응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