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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특집] 동학과 서학개미의 등장, 그리고 주식시장 3000P 시대
202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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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1년 5,6월호 – 특집. 땀보다는 땅, 주식, 코인?(3)]

동학과 서학개미의 등장, 그리고 주식시장 3000P 시대

권오인 재벌개혁운동본부 국장

 

주식을 가지고 있었으면 공포를 느꼈을 2020년 초, 이어져 오던 미·중무역분쟁 영향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외국인 투자자들과 기관들이 1월부터 집중 매도함에 따라 코스피지수는 2000p대에서 하락하여 3월 2일은 1439p까지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개인투자자(개미)들은 오히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을 약 22조 원 가량 순매수하였고, 이후로도 매수세는 이어졌다. 그동안 막대한 자본과 정보력을 가진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로 인해 개미들은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었지만, 더 이상 당하지 않고 적극 매수로 저항하여 개미의 힘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동학운동의 농민에게 빗댄 ‘동학개미’란 용어가 본격 등장했다.

30대 이하 청년층을 필두로 한 개인투자자 1,000만 명 시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상장법인 주식 투자자만 919만 명이고, 전체 주식 활동계좌는 4천만 개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주식투자 보유금액은 662조 원으로 전년 419조 원 대비 243조 원(58%) 증가, 시가총액 2,368조 원의 28%까지 된다고 밝혔다. 2019년까지만 해도 약 700만 명 정도이던 개미들이 300만 명 가까이 늘어난 셈인 것이다. 놀라운 점은 30대 이하 청년층이 전년 대비 103%(160만 명) 급증했다. 이러한 ‘동학개미’들의 힘은 놀랍게도 코스피 주가지수 3000p시대를 여는 데 한 몫을 했다.

 
부동산 정책, 저금리, 유동성, 한시적 공매도 금지
주식시장으로의 개미 자금 유입이 급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부동산 가격 급등과 규제로 인한 부분이다.
현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통한 대규모 개발사업들로 인해 서울의 경우 30평 형(전용면적 99㎡) 기준 아파트가 평균 5억(78%) 원 정도 올랐으며, 100%가 넘게 오른 아파트도 속출했다. 이러한 부동산 가격 급등을 보며 소위 ‘영끌’을 통해 부동산 투기와 매수 대열에 참여하지 못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청년들도 주식시장에 신규 진입을 하게 되었다.

둘째, 지속되는 저금리로 예금이 아닌 주식투자를 선택하게 되었다.
0.5%까지 떨어진 기준금리로 인해 은행 예금금리 역시 2% 미만이 대다수여서 개미들이 저축이 아닌 주식시장을 선택한 이유도 있다. 실제 2020년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에서 중도해지된 정기 예·적금 통장이 843만 1,573개로 직전 2019년보다 105만 643개(14.2%)가 증가했다.

셋째, 시중 유동성의 증가이다.
한국은행이 5월 13일 발표한 ‘2021년 3월 중 통화 및 유동성 동향’ 자료에 따르면, 3월 중 시중 통화량(광의통화+M2)이 3,313조 906억원으로 집계되었다. 작년 3월 3,019조 6,015억원에 비해 293조 4,891억원(11%)이 증가한 수치이다. 이렇게 급증한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상당수 흘러들어 왔다고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만 해도 개인투자자들이 코스피 22조 2,228억원, 코스닥 3조 5,165억원을 순매수했다고 밝혔다.

넷째, 한시적 공매도 금지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예측하고 없는 주식을 빌려서 팔고, 떨어질 때 되사서 갚음으로써 차익을 얻는다. 이러한 공매도는 정보력과 자금력이 있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이었다. 공매도가 무조건 주가를 하락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악성루머, 불법 무차입 공매도와 함께 시장을 선도하는 특정 종목들을 공격할 경우, 자본력과 정보력이 부족한 개미들은 소위 매도세를 이기지 못한다. 특히 우리 매매시스템이 빌린 주식이 입고되기도 전에 수기입력을 통한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하여 공매도 세력들은 이를 악용하여 개미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혀왔다. 대표적으로 드러난 사례가 2018년 5월 156개 종목에 무차별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쏟아낸 골드만삭스 건이다.

2019년 말까지는 미·중무역분쟁, 한·일 무역분쟁으로 주가가 하락하다가 2020년 초에 와선 강력한 한방 즉, 코로나19로 인해 주가가 본격 폭락할 조짐을 보였다. 이때다 싶은 공매도 세력들은 2020년 1월 대차잔고를 71조 원 정도로 늘렸고, 이를 본 주식시장 참여자들, 특히 개미들은 공포감을 느꼈으며 여지없이 주가는 무너졌다. 때문에 경실련과 개인투자자들은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강력히 주장했고, 그 요구는 코스피 지수가 1439p까지 떨어진 3월이 되어서야 받아들여졌다. 결국 2020년 3월 16일부터 공매도가 한시적으로 금지되었고, 이후 두 차례 금지 기간연장을 거쳐 지난 5월 3일부터 코스피 200종목, 코스닥 150종목에 한해 공매도가 부분 재개되었다. 공매도가 한시적으로 금지된 1년 2개월 동안 예외를 제외한 공매도 물량이 나오지 않음으로 인해 하방압력은 받지 않았고, 공매도에 당해온 개미들의 심리는 안정되어 매수세로 이어진 부분이 있다.

 
막강해진 동학개미, 서학개미의 등장

1,000만 명에 육박한 개미들은 이제 정부와 정치권에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2021년부터 대주주 주식양도세 과세 기준이 3억 원으로 확대될 예정이었으나, 막강해진 ‘동학개미’들의 반발로 인해 눈치를 본 정치권과 정부는 공제범위도 5,000만 원으로 확대했고, 2023년부터 전면 과세한다고 꼬리를 내렸다. 아울러 동학개미들은 독립적이고 전문성을 가지고 운영해야 할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운용에까지 개입하여 지난 4월 국민연금에서는 국내 주식투자 비중을 현재 18.8%에서 19.8%로 확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개미들은 국내 주식투자에만 만족하지 않고, 이제 미국을 비롯한 해외주식까지 비중을 늘려 ‘서학개미’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해외주식을 쉽게 거래할 수 있는 증권앱과 프로그램으로 상당수 자본을 테슬라를 비롯한 해외주식의 매수에 나선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작년 서학개미들의 증가로 외화증권 결제금액이 88.9%가 급증해 3,233억 9,000만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개미들이 주도했던 ‘게임스톱’ 운동에도 상당수 국내 개미들이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빚투, 공매도 재개, 투자의 책임은 개인의 몫

2021년 은행 가계대출잔고가 1,000조 원을 돌파해 1,025조 원 가량으로 잡혔다. 4월만 해도 16조 원이 증가했고, 주택담보대출 4.2조 원을 제외한 기타대출(일반신용대출, 신용한도대출, 주식담보대출 등)이 11.8조 원이나 증가했다. 이 중 상당수가 국내와 해외주식시장이나 가상화폐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판단된다. 소위 ‘빚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공매도 또한 5월 3일부터 코스피 200종목과 코스닥 150종목에 재개되었고, 개인 공매도도 확대되었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주도하는 종목들에 공매도가 이어지고 있고, 개인들의 참여도 늘어나 시장이 혼란 상태에 빠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증권사와 언론 등은 주식시장으로 더욱더 자금을 유입시켜 돈을 벌기 위해 일부 개미 성공신화를 도배하고 있다. 노동의 가치가 사라지고, 부동산과 주식, 가상화폐로의 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보면서 씁쓸함을 느낀다. 땀흘려 일하는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대접받고, 건전한 기업가가 많아짐은 물론, 올바른 투자 가치관이 확립되길 바란다. 그리고 이를 감독하는 금융당국, 입법 권한이 있는 정치권이 바로 서 있기를 바랄 따름이다. 끝으로 주식시장을 오랫동안 감시해온 운동가로서 느낀 점은 개미들이 우리 주식시장에서 돈 벌기는 정말 어렵다는 것이다. 시장과 제도 자체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에게로 기울어져 있고, 정보에서도 이길 수 없다. 부도덕한 기업가와 불공정한 기업들도 많아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투자는 언제나 개인의 몫’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