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CCEJ 칼럼] [특집] 암호화폐 열풍의 본질을 봐야 한다
2021.05.27
710

[월간경실련 2021년 5,6월호 – 특집. 땀보다는 땅, 주식, 코인?(4)]

암호화폐 열풍의 본질을 봐야 한다

조연성 경실련 중소기업위원회 위원(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비트코인,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최근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들이 있다. 이를 모두 모아 세상은 암호화폐라고 부른다. 비트코인에서 시작한 암호화폐는 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을 활용하여 중앙은행이 독점하던 금융거래를 개인 간 기록으로 전환하여 새로운 형태의 거래 방법을 선보였다. 비트코인의 설계자인 사토시 나카모토는 개인의 디지털 서명을 기반으로 전자 화폐를 사용하면 코인을 소유했던 사람의 정보가 모두 기록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로써 기존의 중앙은행 중심의 금융거래 기록을 개인 차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암호화폐가 첨단 기술을 사용했다는 점 이외에도 우리의 시선을 끄는 이유는 단연코 가격 급등락에 있다. 기실 이 이유가 암호화폐를 둘러싼 투자 열풍을 만들었다고 보아야 한다.

암호화폐와 관련하여 최근 우리 귀에 익숙한 인물로는 일론 머스크가 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그가 던진 말 한마디에 도지코인은 가격이 급락했다. 이후에도 그의 말 한마디에 따라 암호화폐 시장이 출렁거렸다. 이처럼 암호화폐 시장은 21세기 자본주의 투자시장에 뜨거운 감자로 자리 잡았다. 더불어 암호화폐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하나의 흐름은 이를 새로운 투자자산 시장으로 보는 시각이다. 비교적 젊은 층에서 이러한 시각이 두드러진다. 반대 시각은 암호화폐 시장의 불안전성과 기존 유가 시장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큰 유동성에 주목하여 이를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주로 과거 투자방식에 익숙한 이들이 갖는 시각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높은 유동성을 보이는 암호화폐 시장에 모두 시선을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암호화폐 시장이 새로운 투자시장으로 자리잡은 것은 한국사회의 오래된 병폐가 낳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부의 증식은 부동산, 주식 등으로 대변할 수 있다. 특히 부동산은 망국병이라고 불릴 정도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다. 더불어 두 자산의 공통점은 이를 소유하여 부를 증식한 이들이 거대한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은 높은 사회적 진입장벽을 형성했고 경제활동의 후발주자인 청년층에게는 더욱 접근이 어려운 시장이다. 주식도 동학 개미라는 말이 있지만, 거대자본, 즉 기관투자 중심의 시장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반면 암호화폐 시장은 이러한 기득권 세력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러한 차이는 상대적으로 적은 자산을 보유한 청년층에게 암호화폐 시장을 매력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요인이다. 반면 거대자산을 축적한 기득권들에 암호화폐는 상대적으로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기 어려운 시장일 수 있다. 기술적 특성도 그렇지만 기존의 투자 법칙을 벗어난 의외의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기존 투자시장과 비교한 암호화폐 시장의 차이는 결과적으로 전통적 방식의 부의 축적이 만들어낸 또 다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누구나 원하는 부의 축적에 대한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암호화폐 열풍은 고용 불안, 소득 불균형 등의 사회모순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해당한다. 이 현상은 결과적으로 정상적 방식의 자산 증식이 어려운 이들의 부에 대한 갈망의 결과물이다. 이런 결과물이 나오게 된 사회적 맥락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열풍은 곧 광풍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견고한 자산 기득권의 대물림과 청년층에게 희망을 줄 수 없는 노동시장 등은 결국 정상적 자본주의 법칙을 벗어난 지름길을 찾게 하는 원동력이다. 암호화폐란 어떻게 보면 이런 원동력이 하나로 결집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암호화폐를 둘러싼 최근의 논쟁은 어쩌면 앞서 언급한 현상의 본질을 외면한 수박 겉핥기로 보인다. 정부를 시작으로 투자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 보호장치 마련 등의 문제만을 말한다. 이들 중 누구도 왜 광풍에 가까운 암호화폐 투자가 유행하는지에 대한 원인을 사회적 맥락에서 말하지 않는다. 새로운 투자시장으로 바라볼 뿐 이 시장에 열광하는 이들이 나타난 배경을 묻지 않는다. 그러면서 거대자본 역시 이제 암호화폐 시장에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암호화폐시장은 한국식 자산 증식 역사가 낳은 불평등에 대한 환멸이 유도한 새로운 시장이며, 이에 새로운 갈등 가능성을 내포한 곳일 수 있다. 지금이라도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정책당국과 정치인들은 표피적 현상에 대한 천착을 벗어나 이 시장에 열광하는 이들이 등장한 이유를 물어보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부동산으로 대변되는 전통적 포식자들의 언사에 얽매여 암호화폐 시장의 규제에만 몰두한다면 이는 부의 불균형 사이에 팽배한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이다. 근본적으로 기울어진 부의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때 암호화폐 열풍을 둘러싼 논쟁과 갈등을 잠재울 수 있다. 반대의 경우 암호화폐 시장이 갖는 높은 유동성에 피해는 보는 이들이 등장하면서 전통적 부의 포식자를 겨냥한 분노는 커질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구조적 불평등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벌어지는 암호화폐 시장을 둘러싼 정치인과 정책당국의 해법은 모두 꼼수에 불과하다. 불평등이 만들어 낸 시장을 새롭게 규제한다고 문제의 원인이 사라지지 않는다. 도리어 암호화폐 시장조차 언젠가 한국식 자본주의가 낳은 불평균의 고착화에 이바지하는 시장이 될 수 있다. 열풍이 광풍으로 번지기 전에 한국사회는 이에 대한 건강한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더불어 해결책은 기득권이 벌이는 초법적 불평등 행위에 대한 강력한 통제를 기반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