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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7호-7) 시민운동가는 미래가 없다?
2002.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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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기 (경실련 정책실 부장)


경실련에 몸 담은지 7년째


  올해로 시민운동에 몸 담은지 7년째다. 돌이켜 보면 처음 경실련에서 일할 때는 나름대로 의미있고, 하고싶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 신명나게 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운동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날 때는 기뻐하다가도 때로는 별다른 성과없이 사업이 진행되고 몸이 지칠 때면 좌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운동의 성과와는 관계없이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커다란 행복이었던 것 같다.



부동산투기운동을 하면서도…


  지난 8월부터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투기 문제가 일어나고 그로 인해 사회양극화 등 각종 문제가 파생될 때 경실련은 정부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부동산 투기근절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시행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경실련의 활동은 이처럼 우리사회에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에 대해 정론을 피력해 왔으며 지금까지 경실련 활동의 사회적 의미는 크다할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운동의 중심에서 상근자로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 뿌듯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요즘,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각종 이슈를 대응하고 다양한 정책과 씨름하느라 분주하다가도 불연 듯 불안감에 휩쌓일 때가 있다. 그것은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다. 지금이야 내가 좋아서 이 일을 하고 있지만 5년, 10년 그 이후 나의 모습과 삶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나는 지금 이 업종(?)이 전망있다고 보지만 정말 그러한가, 나는 지금 불확실한 나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가, 앞으로도 나는 가장으로서의 나의 역할을 성실히 해 나갈 수 있는가 등등의 물음이 들 때면 이런저런 고민으로 마음이 불안해 진다. 물론 지금 내 나이가 나이인지라 그런 생각을 해야되고 할 때도 된 거라 볼 수 있지만, 어쨌거나 미래에 대한 문제는 지금 내게 맞닥들어진 아주 현실적인 문제다.


운동가들의 중년이후의 삶은


  최근 30대부터 기업가로 잘 나가던 50대 중반의 저자가 정년이 될 시점에서 새롭게 자신의 일을 찾아 성공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화제다. 저자는 젊은 시절부터 많은 기업가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50대 중반 이후에 사회적으로 뿐만 아니라 가정적으로도 자신의 존재의미를 찾지 못하는 게 되는 것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 그래서 자신을 포함한 중년세대들이 어떻게 하면 중년 이후의 삶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는가를 자신의 경험담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공감하며 자신의 삶과 미래를 어떻게 개척하고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도전과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일반 사회인 뿐 아니라 시민운동가에게도 이 저자의 문제의식과 실천은 참으로 유의미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소위 운동하는 사람들은 막말로 얘기해서 대책이 없는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운동한다는 것은 자신의 안위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고 우리 사회가 보다 살기 좋게 만들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해 가며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다른 업계와는 달리 시민운동판에서의 이직율은 상당히 높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일에 전념할 수 있는,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이 이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버텨주는 것은 일에 대한 확신과 사명감 뿐이다. 기억을 더듬어 우리 운동선배들을 떠올려보면 그들은 여기서의 운동적 경험을 토대로 정치쪽으로 발을 들려놓거나 자신의 전문성을 쌓기 위해 유학을 떠나는 이들이 있었던 것 같다. 또는 이쪽의 한계를 절감하고 업종을 바꾸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어떤가?


  그렇다면 현재의 상황과 선배들의 선례를 짐작해 보면서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까지 나의 미래에 대한 준비는 막연한 희망만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열심히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운동을 하다보면 나의 미래도 자연스레 열릴 거라는 믿음 말이다. 다른 하나는 안목의 부재가 아니었나 싶다. 매일 매일 쏟아지는 이슈와 사업을 진행하면서 현실에 함몰되어 발앞의 것만 보고 멀리 볼 수 있는 시야와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나는 이러한 일련의 고민들을 하면서 나에게 미래가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하다는 생각보다는 지금까지 7년간 해왔던 운동의 의미를 뒤돌아보고 다시 한번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내가 처음에 운동을 시작할 때 가졌던 신념과 믿음이 여전히 굳건하게 흔들리지 않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제 나는 운동의 미래를 만들고, 운동가의 내일의 모습을 만드는, 소중한 일을 늦었지만 시작하려고 한다. 그것은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이 강한 현실에서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운동의 선배가 시도하고 개척하여 지금과 같은 토대를 만들었던 것처럼, 나 자신과, 이 운동을 자신의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매진하게 될 운동의 후배들을 위해 준비해 나아가고자 한다.


웹진을 읽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