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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특집] 산업재해는 왜 은폐되고 있을까?
2021.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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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1년 7,8월호 – 특집. 오늘도 무사히(4)]

산업재해는 왜 은폐되고 있을까?

– 은폐된 산업재해 문제와 해결책 –

오희택 경실련 시민안전위원회 위원장

 

한해 평균 10만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당하고 있고, 2천 명이 넘는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다. 사무직 노동자보다는 육체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보다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위험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5년간 산재사고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은폐되거나 보고되지 않은 산재 건수가 4,600여 건에 이른다. 사업장에 부과된 과태료만 160억 원 정도다. 2017년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어 산재 은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었지만, 관행은 여전하다.
하지만 이것 또한 드러난 수치일 뿐, 실제 현장에서 산재 은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의 학술지 ‘산업노동연구’의 발표에 따르면 2011∼2017년 사업체 패널조사 자료에 나타난 산재사고 은폐율은 66.6%에 이르고, 이는 실제 산재로 인정되는 사례보다 2배 정도 규모의 은폐된 산재가 존재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산업재해 은폐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의 유일한 생계 수단은 노동이다. 노동을 통해 대가를 지급받고 생계를 유지해 나아간다. 하지만 자신들의 이윤추구 논리에 노동자들에게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시스템에서 힘없는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둘째, 법을 준수했을 때보다 법을 위반했을 때 이득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회사는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처벌, 작업환경개선 문제, 보험료 상승, PQ(입찰 참가 자격 사전심사) 감점 등 비용 부담을 우려해 산재처리보다는 공상처리를 하려는 경우가 많다. 또한 산재 은폐 문제가 적발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최근 산업재해의 유형을 보면 정규직 노동자보다는 비정규직 노동자 발생 비율이 훨씬 높다. 대부분의 산업에서 “위험의 외주화”가 진행되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율이 2배 가까이 된다. 비정규직 비율이 1% 증가하면 전체 노동자 1인당 산재 발생 비율이 0.7% 늘어난다는 통계 자료도 있다. 이는 ‘위험의 외주화’와 관련된 실증적 근거 자료이다.
기업은 위험한 업무에 대해서 설비를 안전하게 갖추고 전문인력을 투입하여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노력보다는 업무 자체를 외주화하고 있다. 이를 수주한 영세업체들은 설비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기는커녕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채용하여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기에 급급하다.
노조 가입자가 1% 증가하면 해당 사업체의 산재 발생 가능성은 0.7% 낮아지며, 발생한 산재의 은폐율은 4.1% 감소한다는 연구 분석 결과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단체협상 등을 통해 근로조건 개선 등을 협의해 작업장 안전조치나 노동강도 등 산재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수 있지만, 조직화되어 있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그나마 최근에 산재 사고와 관련한 내용들이 외부로 알려진 것은 극소수의 조직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산재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공론화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 중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1.9%이다. 전체 사망자 882명 중 639명, 72.4%가 50대 이상의 노동자다. 건설업은 전체 산업 중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가장 높고 고령화가 심각한 산업이다. 산업재해 통계와 학계의 통설이 대부분 일치한다.
건설업의 산업재해와 관련한 대책은 백약이 무효이다. 온갖 대책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 한마디로 헛다리를 짚고 있다. 건설업은 다단계 불법하도급이 만연해 있다. 하도급 구조가 많아질수록 밑으로 내려가면 공사비가 삭감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최종 시공단계로 내려가면 일명 오야지가 일꾼들을 채용하고 평당, 톤당 단가를 설정하고 시공이 이루어진다.
그러니 애당초 ‘안전, 부실시공 근절’이라는 단어가 성립할 수 없는 현장이 되어 버린다. 공사비는 삭감될 대로 삭감된 상태에서 현장은 무조건 ‘빨리빨리’라는 조건만 남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전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2020년 산재 사망사고 중 추락사고가 328명(37.2%)이다. 대부분이 건설현장 사고임을 알 수 있다. 추락사고는 안전고리만 걸어도 방지할 수 있다. 그런데 추락사고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건설현장 내에 안전고리를 걸 수 있는 시설이 없거나 안전고리를 걸면 작업반경이 줄어들기 때문에 작업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저가로 공사를 수주한 오야지 입장에서 안전고리 시설을 만들고 작업 효율성이 떨어지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저가수주를 만회하려면 장시간 노동, 무리한 공기단축이 기본이다.
건설업은 대표적인 수주산업이다. 수주산업이다 보니 경제 상황에 따라 고용과 실업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인력시장 구조 또한 철저하게 인맥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고용과 실업이 반복되다 보니 오야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건설업의 산업재해 문제를 해결하려면 불법하도급 구조를 개선해 나가야만 한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에 불법하도급 문제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불법하도급은 불법이다. 불법은 처벌하면 된다. 하지만 불법하도급으로 처벌받았다는 뉴스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건설산업기본법에 직접시공 조항이 일부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이 현장에서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위험의 외주화로 인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극한의 위험으로 내몰리고 있고, 건설업의 경우 불법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인해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이 멈추지 않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8조의2(건설공사의 직접 시공)
① 건설사업자는 1건 공사의 금액이 100억 원 이하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미만인 건설공사를 도급받은 경우에는 그 건설공사의 도급금액 산출내역서에 기재된 총 노무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에 따른 노무비 이상에 해당하는 공사를 직접 시공하여야 한다.

담장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더 이상 남의 회사 비정규직 노동자가 아닌 우리 회사 직원이 되어야 한다. 외주화가 아닌 직접 가동,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아닌 직접 시공 구조로 나가야만 근본적인 산업재해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재해 은폐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