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사법] 대한민국 검찰은 청와대의 들러리인가

대한민국 검찰은 청와대의 들러리인가
정권 눈치보기 중단하고 즉각 항소로 진실 규명해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한 반면, 검찰은 아직도 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에 대한 항소에 미온적이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은 무죄가 확정되고, 국정원법 위반도 무죄로 뒤집혀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로 국민적 공분을 자아낸 이번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망설이는 것은 정권의 눈치를 보고 스스로 정치검찰임을 자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경실련은 검찰이 정권 눈치보기를 중단하고 즉각적인 항소로 민주주의의 원칙과 사법적 정의를 바로 세우기를 강력히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첫째, 검찰은 즉각 항소를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라.

이범균 재판부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행위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는 해당할 여지가 있지만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는 대법원 판례와 정면 배치된다. 2011년 대법원은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던 시민단체가 선거운동을 벌였다는 혐의로 기소된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내렸다. 시민단체들은 4대강 반대 운동을 한 것일 뿐 선거운동은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대법원은 “단체가 기존에 행하던 활동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이라 해도 그 활동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할 목적 또는 선거운동을 위한 목적이 있다고 인정된다면 공직선거법에 의해 규제 받아야 한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원 전 원장에 대한 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은 현직 부장판사까지 지록위마(指鹿爲馬)의 판결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할 정도로 논리뿐만 아니라 지난 판례와 비교해 봐도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아직까지 항소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특히 대검찰청 공안부는 어제(15일) 장장 6시간에 걸쳐 ‘대공전담 검사 회의’를 열었지만, 잇따른 대공사건 무죄에 대한 대책과 인천아시안게임 인공기 게양 허용범위만 논의했을 뿐 원 전 원장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항소여부 문제는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만약 검찰이 국민적 비판에 직면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소를 포기한다면 이는 스스로 이 정권의 시녀임을 자처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검찰은 즉각 항소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규명에 다시 나서야 한다.

둘째, 검찰은 공직선거법 86조를 포함하는 공소장 변경을 통해 항소에 나서라.

그 동안 국정원의 선거개입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던 검사들은 모두 쫓겨나고, 이를 덮으려는 공안 검사들이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의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상규명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항소를 하더라도 공소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기소를 주도한 특별수사팀이 항소심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커 노골적인 원 전 원장 봐주기에 대한 우려도 크다.

1심에서 원 전 원장에 대해 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이 내려진 데는 재판부의 이해할 수 없는 법리도 문제지만, 무성의한 검찰의 수사 및 태도 역시 심각한 문제다. 지난 1심에서 검찰은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제85조 1항만으로 기소했었다. 공무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제86조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빠져있었다. 검찰이 ‘정치검찰’의 오명을 벗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직선거법 제86조까지 포함하는 공소장 변경을 통해 항소에 나서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데 앞장서야 한다. 검찰은 정권의 정치적 입장과 미래를 고려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또한 정권의 외압에 굴복해서도 더더욱 안 된다.

그 동안 검찰은 큰 사회적 논란이 된 사건에 대해 선고가 내려지는 즉시 항소 여부를 공표했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의 1심 선고공판이 끝난 지 5일이 지나고, 항소장 제출시한도 이틀밖에 남지 않았지만 검찰이 항소 여부에 여전히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철저한 진실규명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를 짓밟는 처사와 다름 아니다. 검찰은 정권의 들러리도, 대통령의 비서도, 청와대 법무팀도 아닌 대한민국의 검찰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즉각적인 항소로 법원에 의해 훼손된 사법정의를 바로세우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만약 이번 사건이 살아있는 권력에 면죄부를 주고 있는 수사임을 검찰 스스로 증명한다면 국민적 저항과 거센 특검 도입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