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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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에 대한 경실련 논평

헌재의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 인용결정은
정당해산의 엄격성, 제한성, 협소성 원칙을 벗어난 것이다.
 

 

오늘(19일) 10시, 헌법재판소가 정부에 의해 제기된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청구에 대해 다수의견으로 이를 인용하고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선고했다. 통합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헌법 제8조 4항에 명시된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결정한 것이다. <경실련>은 이른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과 RO 등의 행위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건이 가지는 헌법적 가치의 중요성에 의거 국민적 이견이 존재하지 않을 정도의 충분한 심리와 검토를 기대했지만 다수의견의 결정 내용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문제점들이 존재하여 결정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이 높을지 의문이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으로 또 다른 정치적 논란과 국가적 분열이 진행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첫째, 이번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의 다수의견이 정당해산 결정은 매우 엄격하고 제한적이며 협소하게 인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원칙을 유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며, 정당해산결정을 이러한 소수정당을 다수정파의 권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수단으로 규정하고 운용했는지 의심이 든다. 다수의견은 이른바 해산청구의 직접적 계기가 된 RO회합과 이석기 의원 등의 행위를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증거없이 통합진보당의 행위로 귀속하고 있다. 일부 구성원의 개별행위에 대해 국가보안법과 선거법으로 처벌해야 할 사안까지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한 행위로 규정하여 통합진보당 해산의 근거로 적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일부 구성원의 행위를 다양한 이념과 사고로 구성된 대중정당인 통합진보당의 행위로 오해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정당이든 구성원의 일부가 국가보안법이나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으면 해산되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통합진보당을 위헌정당으로 규정하기 위해서는 통합진보당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직접적이고도 확정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목적에 의해 현실적인 위험을 야기하는 행위를 해야 하며, 무엇보다 이러한 점들이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는 증거에 의해 드러나야 한다. RO 등 일부 구성원의 행동을 두고 정당이 이들을 두둔했다는 것만으로 명확한 근거 없이 강령에 명시된 ‘진보적 민주주의’나 ‘민중’ 등의 이념이나 용어가 북한의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 내용과 일치하는 숨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거나 RO와 정당 노선과 강령이 같다는 다수의견은 명시되지 않은 정당의 목적을 ‘추정’해 정당의 해산 사유로 삼는 것으로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우리 헌법을 포함해서 민주국가들의 헌법은 위헌정당강제해산제도를 민주주의의 본질을 다원주의에 두고 다원성 보장 차원에서의 정당 보호라는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다. 현대국가에서 위헌정당해산제도는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인 이러한 다양성과 다원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소수정당을 다수정파의 권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수단으로 규정되고 운용된다. 그 어떠한 정당이라도 폭력에 의해 체제를 파괴하고자 하지 않는 한 헌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며, 체제에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위험을 야기하지 않는 한, 그리고 그 위험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한 강제해산 당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현대 국가의 확약이 바로 위헌정당해산제도이다.
             
둘째, 통합진보당의 전체가 다수의견과 같이 즉각 해산하여 위험을 제거해야 할 시급성이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위헌정당해산은 정당이 민주적 헌정질서의 전복을 기도하면서 그 수단으로 폭력을 사용하거나 폭력 사용을 지지하는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 또한 정당의 활동과 개별 당원의 활동은 별개의 문제로 보아야 하며, 정당의 금지나 해산은 판결 이전에 제소 단계부터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현대헌법해석의 기본이다. 그러나 통합진보당 활동의 위헌성에 대한 가장 큰 근거인 소위 ‘이석기와 RO(Revolutionary Organization)의 내란음모사건’은 1·2심 판결이 엇갈린 채 대법원에서 계류 중인 사안이다. 정당 해산의 기준인 당 전체 차원의 반체제 활동을 한 조직의 존재 자체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으며, 조직과 정당 활동의 연관성 여부도 밝혀지지 않았다. 사안의 핵심 근거에 대한 법적 판단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이를 근거로 헌법재판소가 정당해산이라는 초유의 결론을 내린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와 같은 대륙법 체계인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는 1950년대 공산당을 정당해산결정을 하면서 무려 5년여 가까이 심리하여 결정내용이 어떠한 문제제기가 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것이었다. 우리 헌재가 1년에 안되어 심리종결하고 하고 이러한 결정을 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충분한 심리와 검토를 거쳤는지 의문이다.    

오늘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 결정은 결과적으로 정치적 다원주의 부정과 엄격함과 협소함, 제한적이어야 할 정당해산제도를 광의로 해석하는 헌법해석의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집권세력이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른 정당과 소수당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이번 헌재의 판결은 매우 위험하다. 헌법에서 위헌정당해산과 같은 민감한 정치적 사안의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맡긴 이유는 정치적 다수의 횡포를 통제해 정치적 소수자를 반체제가 아닌 민주체제로 포용해 내기 위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다양성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실체도 명확하지 않은 ‘종북’ 제거를 명분으로 헌법을 악용해 소수 정당을 억압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