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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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후원 허용은 반(反) 정치 개혁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후원 허용은 반() 정치 개혁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4,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비례대표 확대,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탁 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 정치의 병폐 해소를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비례대표 확대와 같은 선거제도 개선안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정치자금 개선안 중 법인과 단체의 정치자금 후원을 허용하도록 하는 독소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경유착을 뿌리 뽑기 위해서 법인과 단체의 정치자금 후원은 여전히 시기상조인 상황에서 선관위의 이러한 개정의견은 제도 개선이 아닌 개악에 지나지 않는다.

 

정치 개혁의 방향은 깨끗하고 공정하면서도 합리적인 제도를 통해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에 있다. 지난 2002차떼기 대선 자금사건 이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불법적인 입법 로비를 막기 위해 금지했던 법인과 단체의 정치자금 제공을 선관위가 다시 허용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정치 개혁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비록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직접 정치자금을 주는 것은 여전히 금지하고 선관위에 연간 1억 원 한도로 기탁하도록 한다는 것이지만, 이는 고비용 정치구조를 조장하고 정경유착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정치자금 문화가 일정 부분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기업들이 특정 의원들에게 소속 직원 명의로 일명 쪼개기후원을 몰아주거나 출판기념회 등을 통해 법망을 피해 정치자금을 후원하는 등 정경유착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존재하고 있다. 금권 정치와 불법 정치 자금 수수 등으로 얼룩진 우리의 정치 현실과 매번 선거 때마다 끊이지 않는 정치자금법 위반 범죄자들이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정치 자금 후원의 문을 열어주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개선하고, 정경유착과 금권정치를 타파하겠다는 정치 개혁의 목적에 전면으로 위배되는 것으로 사실상 깨끗한 정치, 돈 안 드는 선거를 만들기 위한 그동안의 전 국민적 노력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현재 매분기별로 100억 원이 넘는 국고보조금이 정당들에게 분배되고 있고, 현재에도 정치자금이 부족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음에도 선관위가 이번 개정의견에서 국회의원의 개인별 모금 한도를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현행 15천만 원에서 2억 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여기에 더해 기업들의 정치자금 후원까지 허용하는 것은 선관위 스스로 정경유착이 판치던 과거로 회귀하자는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헌법기관인 선관위가 기업의 정치자금 후원 허용과 후원금 한도액 상향조정에 대해 정치인들의 의견만을 반영하고, 국민들에게 알리고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 개혁은 무엇보다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해 불법적이고 음성적인 정치자금 거래를 차단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만드는 것이다. 음성적인 정치자금 수수에 의한 정경유착과 금권정치가 만연한 이상 깨끗하고 공정한 정치의 구현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선관위와 정치권은 정치 개혁의 근본적 방향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치쇄신을 위한 우리 사회 전체의 노력을 짓밟고 부패와 비리의 시발점인 기업의 정치자금 후원 허용과 같은 개악을 진행한다면 국민의 정치 불신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