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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특집] 7대 비리 관련 공직자는 추천하지 않겠습니다
202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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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1년 11,12월호 – 특집. 문재인 정부가 남긴 과제, 그리고 2022(4)]

7대 비리 관련 공직자는 추천하지 않겠습니다

이하람 정책국 간사

 

들어가며

대학시절 ‘인사는 만사다’라는 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쓰는 시험문제와 마주한 적이 있었다. 내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에만 해도 여전히 달달 외워 답을 작성하는 시험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생각해서 답을 작성해야 하는 문제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인사는 만사’라는 말은 결국 사람을 뽑는 일이 모든 일이라는 뜻인데, 그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심도 있게 고민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굉장히 장문의 답안지를 작성해서 제출했었다. 일이라는 건 결국 사람이 행하는 것이니 당연히 인사는 만사라는 생각과 앞으로는 사람보다 기계가, 그리고 로봇이 하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기계와 로봇은 사람이 아니니 인사가 만사는 아니 라는 생각을 동시에 했었다.

그러나 결국 나는 어차피 기계와 로봇을 설정하여 원하는 결과치를 얻게 하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인사는 결국 만사다’라는 답안지를 제출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事’에 해당하는 ‘일’이라는 것을 하며 느꼈다. 어떤 사람이 내 상관으로 있는가, 어떤 사람이 실무자로 일하는가에 따라 조직의 흥망이 갈린다는 것을. 작은 조직에서의 인사도 조직의 성패를 가르는데,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자리의 인사는 얼마나 중요한 일이겠는가.

이러한 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병역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공직에서 배제 추진’이 지켜지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쉽다. 17년 11월 문재인 정부는 5대 비리에서 더 나아가 7대 비리 관련 고위공직자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을 발표했음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 후보자 추천이 계속되었고 여전히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도덕성만을 판단하는 자리, 여야 간 정쟁이 끊이지 않는 자리로 남아있다.

대통령이 추천하고 국회에서 검증 및 승인하는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강력한 권한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더 나은 인사를 선출하여 국가운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제도임이 분명하다. 이에 국민의 신뢰가 ‘0’에 가까운 인사청문회 제도의 신뢰도를 제고하고, 효율적인 제도로 자리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한국 인사청문회 개선방안

인사청문회 도입 이전에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 결정은 언제나 대통령의 독단적인 권한이었으며, 누군가가 검토하고 검증할 대상이 아니었다. 대통령이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않고 원하는대로 고위공직자를 임명하는 경우 인사의 불확실성은 더욱이 높아지게 된다. 그리고 적절치 못한 인물이 고위공직자로 임명될 경우 정부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물론 대통령은 문제가 되는 공직자를 언제든지 경질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빈번한 인사 교체는 국정 운영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정부에 대한 신뢰가 감소하게 되고, 결국 잘못된 인사는 통치의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게 된다.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에서는 부적절한 인사에서 기인하는 ‘망사’들을 바로잡기 위해 인사청문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였다. 그리고 97년 김대중 후보가 인사청문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한 이후, 2000년 국회법 개정과 인사청문회법 제정 의 과정을 거쳐 인사청문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가 적격한지 심사하는 자리이다.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경우 대통령은 자신이 후보자로 내세운 사람이 국회에서 검증 받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후보자 지명에 더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대통령은 더 나은 사람을, 더 능력 있는 사람을, 공직자로서의 자질을 갖춘 사람을 후보자로 내정하게 된다. 또, 대통령이 혹시라도 적절하지 못한 인물을 지명한 경우 국회의 검증을 통해 사전에 차단할 수 있고, 잘못된 인사에서 기인하는 문제들을 예방할 수 있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입각한 인사청문회제도가 좋은 제도라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하지만 한국에서 인사청문회의 신뢰도는 높지 않다. 도입 취지를 살려 적격한 사람을 추천하고, 적격한 사람이 공직자가 될 수 있도록 평가하는 자리가 되어야 하지만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는 정치적 이익에 따라 여야가 막말을 주고받는 자리로 전락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청문회 제도는 자칫 무소불위의 권력처럼 작동할 수 있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고, 올바른 인사를 단행해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국가운영을 지속하게 해주는 제도라는 점에서 반드시 개선하여 운영해야 하는 제도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개선되어야 하는가?

먼저 국회가 고위공직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7대 비리 관련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을 제시하고 기준에 부합하는 후보자는 선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다시 문제가 되었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로 내정해서는 안되는 기준을 정치권이 먼저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은 기준을 위반한 후보자를 내정해서는 안되는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후보자에 대한 사전검증제도가 확립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고위공직 후보자를 지명하여 상원에 동의안을 제출하기까지 상당히 강도 높은 사전 인사 검증이 이루어진다. 백악관 내 인사관리처는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정보를 확보하고 후보자의 명단을 작성한다. 그리고 명단은 대통령에게 전달되며, 대통령은 후보자 중 몇몇을 추천한다. 이렇게 추천된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백악관 내 법무심의 사무실의 감독하에 이루어진다. 그리고 FBI, 국세청 과거 경력, 신용 상태, 세금 납부 등과 관련한 조사를 수행하는 등의 조사가 진행된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 후보자 사전 검증만 해도 2~3개월이 소요된다. 한국에도 분명 미국식 사전 검증 제도와 비슷한 절차는 존재하나 사전 검증 절차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여 후보자에 대한 내실있는 검증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국회의 기준에 맞춘 엄격한 사전 검증제도가 도입된다면,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에 치중된 국회 인사청문회를 상당 수준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인사청문 기간의 확대가 필요하다. 현행 인사청문회법 제6조 제2항은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심사 또는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20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후보자의 능력과 도덕성을 모두 검증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한국의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능력을 검증하는 자리가 아닌, 도덕적 공격을 하는 자리로 변질되어 버린 것일 수 있다. 따라서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인사청문 기간을 확대하여 후보자의 도덕성과 능력을 모두 검증할 수 있는 기간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나가며

한국의 인사청문회 제도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이유는 비단 제도의 결함이나, 절차상의 하자 때문만은 아니다. 대통령이 추천한 후보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하여 나라의 살림살이를 책임질 적격자를 선택하는 중요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여당이 방어하고 야당이 공격하는 자리가 되어 버린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이다. 다시 말하면 인사청문회의 기간을 늘리고, 후보자에 대한 사전검증을 철저히 한다고 할지라도 인사청문회가 여야 간의 정치적 싸움의 장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는 의미이다.

인사는 만사다. 그 시작인 인사청문회가 근본 취지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의 인식과 행태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그릇된 인사는 모든 일을 해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일이 국가의 존망을 결정하는 중대사임을 절대 잊어서는 안될 것이며, 제도개선 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