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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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살리기 특혜사면’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라
박 대통령, ‘재벌 사면권 엄격제한’ 대선 공약 이행하라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 대기업 재벌 총수들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살리기라는 미명으로 부정과 비리를 일삼은 재벌 총수들을 사면하려는 박 대통령과 정부의 행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경실련>은 공약파기, 재벌 특혜, 정권 불신 자초하는 재벌 사면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첫째, 경제 질서·법치주의 반복 훼손한 재범에 대한 ‘특혜사면’ 중단하라.
사면은 통상 재범 우려가 있거나 법 질서를 해칠 수 있는 수감자들에 대해서는 시행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사면 대상으로 언급되는 재벌 총수들은 대부분 과거에도 수차례 ‘경제살리기’라는 미명으로 사면의 특혜를 받았지만 또다시 범죄를 저질러 수감된 재범들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2008년 5월 1조5,000억 원대의 분식회계와 부당 내부거래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복역했지만 불과 두 달여 만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8.15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 됐었다. 그러나 사면복권 되자마자 다시 회삿돈 450억여 원을 빼돌려 개인 투자명목으로 사용하는 등 같은 유형의 범죄를 시작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1995년과 2008년 두 차례 특별사면을 받아 이번에 또 특별사면 된다면 무려 세 번째 특별사면이다. 당시에도 경제살리기란 명분으로 대대적인 재벌 사면이 이뤄졌지만, 오히려 사면 후 반복적으로 배임·횡령·주가 조작 등의 범죄로 공정한 경제 질서를 훼손했다. 이들에 대한 특혜 사면은 경제범죄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을 방해하고 경제범죄를 부추기는 행위로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법을 무시하고, 국내 경제를 어지럽혀 우리 경제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린 주범들인만큼 특혜적 관용없는 엄중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경제 살리기’가 아닌 ‘재벌 살리기’ 사면 중단하라.
재벌 총수의 사면이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역대 정권들은 경제위기 때마다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으로 기업인들을 사면해왔다. 김대중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만해도 무려 29차례의 특별사면이 있었다. 2008년 광복절 특별사면에서는 무려 45명의 기업인들이 사면되었으며, 2009년에도 이건희 삼성 회장에 대한 4개월 만의 특별사면이 있었다. 모두 경제 살리기라는 미명하에 시행된 특사였으나 실제 경제 활성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그 어떠한 근거도 찾아보기 어렵다.

진정 경제 살리기를 위한 특별사면이라면 이를 명분으로 재벌 총수들의 사면을 주장하기에 앞서 재벌 총수 사면을 통한 경제 활성화의 객관적 근거를 국민들에게 우선 제시해야 한다. 어떠한 객관적 근거도 없이 재벌 총수들이 사면되기만 하면 경제 활성화가 가능할 것처럼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추론을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셋째, ‘재벌 사면권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대선 공약 이행하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 공약에서 ‘재벌의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을 엄격히 제한한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실제로 지난해 서민 생계형 범죄에 대해 단 한 번 사면권을 행사했을 뿐 재벌이나 정치인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또한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특별사면이 논란이 되었을 때도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사면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개선에 나서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개선책이 나오기도 전에 스스로 재벌 총수들에 대한 사면을 집행하는 것은 스스로 내세운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이번 사면은 법치주의를 훼손하지 않고, 박근혜정부가 비판해 온 사면권 남용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 사면이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재벌 총수에 대한 사면으로 스스로 내세운 약속과 원칙을 뒤엎고, 국민들을 기만해서는 안 된다.

넷째, 국민 여론 무시한 자의적 사면권 행사는 법치주의 훼손 행위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은총’이 아니다. 사면권은 법치와 정면충돌하는 만큼 법을 엄격히 적용하는 경우 법에 의한 정의가 개인에게 실현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최후의 수단으로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 이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지키기 위함이다. 그러나 사면 대상으로 언급되는 재벌 총수들 대부분은 법적 사면 요건을 겨우 넘겼을 뿐, 형기의 3분의 2도 넘기지 못한 상황이다. 이는 일반인과의 법적 형평성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경제 살리기라는 미명 하에 진행되는 재벌총수들에 대한 특혜다. 사면권은 헌법에 의해 부여된 권한으로 사면권 행사에 있어 국민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재벌 총수에 대한 느슨한 법 집행은 국민적 법 감정에 대치될 뿐만 아니라 법치주의의 근간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재벌 총수 사면에 대한 부정적 국민 여론을 무시한 자의적 사면권 행사는 권한남용이며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행위다.

박근혜 정부가 주장해온 ‘법치의 실현’, ‘비정상의 정상화’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만인은 법앞에 평등하다’는 기본적 정의를 바로 세움으로써 실현되어야 한다. 재벌총수에 대한 특혜사면은 사회정의와 경제정의를 무너트리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합법화 시킬 뿐이다. 정부는 원칙을 지켜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재벌 총수 특별사면 움직임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하고 납득할 수 없는 사면은 정권불신을 자초하는 것임을 대통령과 정부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