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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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왜 아직도 외환위기의 책임자는 없는가?

 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지 100일이 지났다. 지난 100일 동안 국민들은 한편으로는 모라토리움 가능성에 초조해 했으며 한편으로는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 나라의 위기를 구해보고자 금을 모으기도 하고  소액달러를 환전하기도 했으며 해외여행을 자제하며 한 푼이라도  달러를 아끼려는 노력을 전개하기도 하였다.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를 지킬 것을 요구하며 노동조합의 파업을 자제시키기도  하였으며 건전한 소비풍조를 만들기 위해 여러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국민들의 이같은 노력과 김대중 대통령이 연속하여 개혁에 대한 의지를 밝힘에 따라 외채협상이 순조롭게 되어 급한 위기를 넘겼다고는 하나 여전히  우리는 불안한 외환위기 아래 놓여져 있다. 뿐만아니라 국민들에게 다가오는 경제적 어려움은 이제부터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 직접적 모습은 실업으로 나타나 실업자가 백오십만명에 이르고 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으며, 비관에  따른 일가족자살, 생업범죄가 늘어나는 등 국민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들은 국민소득 1만불을 이야기하고 OECD가입으로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다고  자랑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왜 이런 사태가 야기되었으며 도대체 이 위기를 자초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지를 규명해야 한다고 믿고 있으며, 아직까지 환란의 책임자가 규명되지 않는 상황에 분노를 금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재경부  공무원 인사에서는 강경식 전부총리 밑에서 금융정책을 총괄한 사람과 청와대 금융담당경제비서관 재직중 원화 평가절하에 반대, 외환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을 자리만 비켜앉도록 하거나 요직에 중요했다. 이러한 사태는 환란의 책임자를 규명하고 문책해야한다는 국민 정서에 완전히 반하는 처사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감사원의 특감이 진행되고 있지만 김영삼 전대통령이 포괄적으로 책임을 시인한다고  하는 것 외에  특별히 다른 내용이 나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외환위기를 초래한   책임자가 누구인지, 외환위기의 전과정을 규명할 청문회를  정치권이 조속하게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 나라 전체를 위기에 빠트리고도  그 책임자가 규명되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정부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럼에도 경제청문회는 총리의  인준문제라는 정치적 판단으로 여야의 타협에 의해  연기되었다.


현재의  경제위기 과정에는 틀림없이 경제정책을 집행하는  당사자들의 정책결정과 집행이 있었을 것이 분명하므로  당시 책임자들의 판단과 결정에 대한 검증을 피할 수  없다. 단지 책임소재의  규명뿐 아니라 어떤 정책적 실수나 오류가 이같은 위기를 불러 왔는가를 규명하는 것은 동일한 실수나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다. 그럼에도 재경부, 청와대, 한은 등의 당시의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은  커녕 모든 책임을 금융기관과 기업쪽에만 떠넘기려  하고 있으며,  김대중정부 아래서도 자리를 유지하거나 심지어 승진하기도  하는 것을 보면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얼마전 끝난 시중은행의 주총에서도 금융권이 환란의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이 이 책임을 전혀 묻지 않음으로서 국민들로 하여금 은행에  대한 불신을 씻지 못하게 만들었고 재벌그룹들도 자신들의 책임을 떠 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누구도 현재의 외환위기를 책임지려는 사람과 집단이 없다.


이는 무엇보다도  가장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정부가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책임지지 않으면서  은행이 책임지지 않는다며 은행장의 교체  운운하는 것은  당연히 신관치라는 비판을 자초하는 것이다. 스스로  책임지지 않으면서 다른 경제주체의 책임을 거론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즉각 환란의 책임자를 규명하고  어떤 정책적 실수나 오류가 이같은 위기를  불러 왔는지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제청문회를 연기하지 말고 빠른 시일내에 개최해야 한다. 최소한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납득할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다른 경제주체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정치적  의도로 밖에 비치지 않을 것이며 현재의 경제위기 극복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정치권은 조속히 경제청문회를 개최하여 환란의 책임자를 규명하고 문책해야 한다.


1998년 3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