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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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외환위기 규명 시민특별위원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금융감독위원회 구조개혁 기획단의 추정자료에 의하면 98년말에는 부실채권이 125조에 이르고 5년간 들어 갈 구조조정비용은 81조,  그 중 재정에서만 40조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이것을 우리 국민  개개인이 부담해야 할 액수로 계산해보면,  부실채권이 약 300만원, 국민 일인당 구조조정비용이 약 200만원, 국민일인당 재정부담액이 약 100만원이나 된다.   


이같은 국민부담을 안겨 준 외환위기의 책임자로 강경식 전부총리와 김인호 전경제수석의 구속되었다. 두 사람의 구속과 김영삼 전대통령에 대한 조사로 외환위기는 충분히 규명되었는가? 그들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에 관한 한 두가지 사례로 외환위기가 충분히 규명될 수 있는가?  외환위기는 그 두사람만의 책임인가? 이 두사람만의 잘못으로 우리는 이렇게 많은 빚을 지게 되었다고 결론을 짓고 안심하고 있으면 되는가?


 우리는 지금의 외환위기 규명작업은  본말이 전도되어 있다고  판단한다. 경실련이 이미 언급했듯이 외환위기 규명의 목적은 우리  사회가 같은 과오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냉철한 이성으로 과학적 조사를 통하여  위기의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와 외환위기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국내외의 경제전문가들이 앞으로 수년간 연구하고 토론해도 부족한 과제이다. 이를 단지 카타르시스적인 차원에서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외환위기의  원인을 분석하여 다시는 이같은 반복적인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역사적 교훈을 얻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저버리는 것이다. 도대체 지금의 경제위기의 원인과 책임문제를 감사원과 검찰이 어떻게 한 두달 사이에 밝혀낼 수 있단 말인가? 


 한 두사람은 책임을 지고 구속되는 데 반해 어떤 사람들은 똑같이 위기의 원인을 제공했으면서도 책임을 추궁당하기는 커녕 사회적으로 더 큰 역할을 맡는 개탄스러운 아이러니가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우리 사회에 한건주의가 발호하는 현상, 잘못된 결과에 대해 원인을 제공한 개인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도덕적 해이 현상을 막을 방법이 없다.  같은 실수가 반복해서 생산될 뿐이다. 태국도 이미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1년이 지난 이제야 위기의 전말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이미 우리 외환시장은 완전히  개방된 상태와 다름없다.  국내기업환경이 악화되는 경우 외국인 투자가들은 언제든지 외자를 회수해서  떠날 수 있는 것이 현실적여건이란 의미이다. 우리가 외한위기를 맞았던 원인요인을 찾아 이를 제거하지 못한다면 또는 외환위기의 주범인 관치질서를 청산하는 사회개혁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외국인투자가들이 이탈할 거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와환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이래도 우리는 두사람의 희생양을 구속하는 것으로 외환위기  원인규명을 끝냈다고 만족할 수 있단 말인가 ? 


 우리는 진실로 나라의 앞날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그립다. 경실련이 이미 몇차례 경제청문회를 시작할 것을  주장했으나 정치권은 이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 겨우 타정파에 대한 위협용으로 거론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어느 당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청문회를 준비하는 곳은 없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정치권이 진정으로  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조바심을 갖지 않으려 한다. 오히려 우리 스스로 오늘  우리 위기의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을 시작하려 한다.


 우리는 오늘부터 경실련 독자적으로 외환위기 규명  시민특별위원회를 조직할 것이다. 이 위원회는 비록 전적으로 이에 매달릴  인원도 부족하며 정보도 부족하지만 우리가 갖는 가설을 증명하기 노력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관련당사자, 관련기관과 언론의 협조를 간곡하게  당부드린다.


우리는 관련기관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하여 정보공개법을  최대한 이용할 것이다. 이는 관련기관의 절대적 협조없이는 우리의 노력이 쉽지 않을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는 또 관련당사자에게도 서면질의를  보낼 예정이다. 이에 대한 관련당사자의 성실한 답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필요하고 가능하다면 공개적인 토론의 자리도 마련할 예정이다. 우리는 이 과정을 시민경제청문회라 이름짓는다. 


 이 위원회는 시민경제청문회를 거쳐 외환위기 발발에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을 가려낼 것이다. 우리는 외환위기에 이르도록 원인을  제공한 관치질서를 청산하는 캠페인을 사회 전부문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구체적인 캠페인의 내용과 활동방향을 결정함에 있어서  외환위기 진상조사위원회의 전문가적 분석결과가 지시하는 바에 따를 것이다.  


 우리의 노력에 자극받아 정치권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외환위기를 규명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기를  간곡히 바란다. 책임떠넘기기식의 위기 규명으로는 진실로 우리 역사에 남는 교훈을 찾아낼 수  없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중립적인 위원회의 구성과 전문가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치밀한 조사활동을 함으로써만이 우리는 실패로부터 교훈을 배우는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다. 


 오늘 우리는 이같은  정신으로 ‘외환위기  규명을 위한 시민특별위원회(약칭 외환위기 시민특위)’ 활동을 시작함을 선포한다. 외환위기 시민특위 활동은 다음의 원칙을 준수한다. 


 첫째, 외환위기 시민특위는 외환위기 원인의 실체적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철저한 진상조사를 행한다. 


 둘째, 외환위기 시민특위는  그 활동과 인적구성에  있어서 정치적 중립성을 견지한다.        


1998.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