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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이야기] [같이 연뮤 볼래요] 뮤지컬 <하데스타운>, 사랑에 관한 오랜 이야기
2022.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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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2년 대선특집호]

뮤지컬 <하데스타운>, 사랑에 관한 오랜 이야기

효겸

임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설 명절은 다들 잘 보내셨나요? 이번 [같이 연뮤 볼래요] 12번째 이야기는 뮤지컬 <하데스타운>에 대해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붉은 꽃을 들고 있는 손이 그려진 빈티지한 포스터를 곳곳에서 보셨을 텐데요.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2019년 브로드웨이를 강타했던 엄청난 작품으로, 전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한국이 선택됐습니다. 한국 공연 역시 화려한 배우진들이 캐스팅된 명실상부한 2021년 대표작으로, 최근 열렸던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우리에게 익숙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리라를 연주하는 음유시인 오르페우스와 그의 아내인 에우리디케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는 아마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텐데요. 오르페우스와 결혼했던 에우리디케는 뱀에 물려 그만 죽고 마는데요. 오르페우스는 사랑하는 아내를 되찾기 위해 리라를 연주하면서 지하세계까지 내려가게 되고, 그의 음악으로 지하세계의 왕인 하데스마저 감동시켜 다시 그녀를 데리고 지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하데스는 그에게 절대 지상에 다다를 때까지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경고를 남기는데요. 오르페우스는 불안한 마음에 지상까지 딱 한 발자국이 남은 곳에서 뒤를 돌아보게 되고 에우리디케는 다시 지하세계로 사라져 버렸다고 하지요.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야기입니다. 오르페우스는 가난한 예술가로 봄을 불러 올 노래를 만들고 있습니다. 에우리디케는 가난하지만 독립적이고 강인한 여성으로 우연히 오르페우스가 일하는 카페에서 그를 만나게 됩니다. 첫눈에 에우리디케에 반한 오르페우스는 그녀에게 결혼하자고 프로포즈 하는데요. 둘이 사랑을 키워가는 한편, 지하세계에서 페르세포네가 봄을 이끌고 지상으로 올라옵니다. 페르세포네는 계절의 여신으로 지하세계의 왕인 하데스의 아내입니다. 그와 결혼했지만 1년의 반을 지상에서 나머지 반을 지하세계에서 보냅니다. 그녀가 지상으로 올 때 비로소 봄이 찾아오고 여름까지 사람들은 풍요를 누리며 즐기며 살 수 있지만, 가을이 되고 그녀가 지하세계로 돌아가게 되면 힘겨운 겨울이 찾아오는 것이지요. 1년의 반이 지나가고 다시 겨울이 오게 되는데 오르페우스는 아직 노래를 완성하지 못했고 에우리디케는 배고픔과 가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지하세계에 하데스가 구축해 놓은 광산, 하데스타운으로 찾아가게 됩니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무대 위에 오케스트라가 위치하는데요. 극장에 들어서면 마치 오래된 재즈바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흥겨운 트럼본 소리와 함께 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하는 전령의 신인 헤르메스의 넘버 ‘Road to hell’로 극이 시작됩니다. 헤르메스는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사회자와 같은 역할로 오래전부터 내려 오는 이야기를 소개하며 그 이야기에 등장하는 신과 인간들을 함께 소개합니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넘버들은 올드 재즈, 포크, 블루스 장르의 곡들인데 재즈바에 들어온 것처럼 흥이 저절로 올라오는 멜로디로 이루어 져 있습니다. 실제로 ‘Road to hell’ 넘버 때는 관객들도 다 같이 박수를 치면서 리듬을 즐기기도 합니다. 트럼본 이외에도 아코디언 소리가 기존의 현악기와 더불어 매력적인 사운드를 뿜어냅니다. 아울러 배우들의 목소리도 하나의 악기처럼 어우러지는데요. 헤르메스가 ‘우리 머리 속을 휘젓는 목소리’라 일컫는 운명의 세 여신은 곳곳에서 극 중 캐릭터의 마음을 흔들어 대는데 그 무반주 아카펠라의 내용은 잔인할지 몰라도 소리는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오르페우스는 높은 가성의 목소리로 마치 천상의 노래와 같은 넘버를 부르고, 하데스는 지하 세계의 왕답게 단단하고 엄한 저음의 목소리를 구사합니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을 보면 최근 극들과는 다르게 스크린 영상을 따로 쓰지 않는데요. 그 대신에 회전무대와 더불어 물리적으로 넓어지고 좁아지는 무대 구성으로 공간의 변화를 단적으로 알려줍니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지만 조명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다채로운 공간을 구현해내는데요. 심지어 조명이 꺼진 암흑 같은 어둠을 활용해서도 극의 깊이를 더합니다. 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백미 장면은 에우리디케가 하데스타운으로 간 것을 알게 된 오르페우스가, 그녀에게 자신이 가겠다고 맹세하는 ‘Wait for me’ 넘버입니다. 천장에서 내려온 조 명을 그네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장면을 통해 오르페우스가 하데스타운으로 찾아가는 험난한 길을 보여주는데요. 이윽고 지하세계에 다다른 오르페우스는 그의 노래로 굳게 닫힌 철문을 열어내는데, 이때 엄청난 조명이 노출되고 높이 올라가는 철벽을 통해 하데스가 설계해 놓은 감옥 같은 지하광산이 등장합니다. 영상으로 구현한다면 더욱 쉽고 멋있게 나타냈을지 모르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무대와 조명을 보고 있으면 ‘아, 이것이 정말 뮤지컬의 묘미구나’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오르페우스는 마침내 완성해 낸 노래를 하데스 앞에서 부르게 되고, 하데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내는데요. 이 ‘Epic’이란 넘버는 그림자와 밤의 왕인 하데스와 아름다운 페르세포네가 사랑했던 오래전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내 사랑에 빠진 사람의 마음을 그려냅니다. 오르페우스를 연기하는 배우는 직접 기타를 연주하면서 이 넘버를 부르는데 관객과 배우 모두가 숨을 참을 정도로 이 장면에 빠져들게 됩니다. 이 넘버 이후에 하데스는 다시 한번 페르세포네와 춤을 추면서 오르페우스에게 에우리디케를 데려갈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Wait for me, rep’ 넘버는 오르페우스가 지상으로 올라갈 때 에우리디케가 뒤에서 그를 따르며 부르는 넘버인데요. 오르페우스와 마찬가지로 에우리디케도 절절히 본인을 기다려 달라고 부르짖지만 안타깝게도 오르페우스에게는 들리지 않습니다. 어두운 조명과 함께 운명의 여신들이 나타나 관객들도 무대 위 에우리디케가 있는지 의심할 정도로 오르페우스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는데요. 결국 안타깝게도 오르페우스는 지상으로 나아가는 계단 앞에서 불현듯 뒤를 돌아봅니다. 그리고 ‘거기 있었구나’라는 그의 대사가 채 흩어지기도 전에 에우리디케는 다시 하데스타운으로 사라집니다.

무대 위 헤르메스가 나타나고 그는 다시 ‘Road to hell, rep’ 넘버를 부릅니다. 그리고 무대 한쪽에서 다시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가 나타납니다. 헤르메스는 비극이었지만 이번에는 다를지 모르는 이야기의 끝을 전하기 위해 다시 오랜 노래를 시작합니다. 어쩌면 이번은 다를까, 매번 이를 들여다보는 신들의 루틴이 저에겐 좀 눈물겨운 순간이었는데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는 다시 만나고, 페르세포네는 다시 지상으로 봄을 이끌고 올라옵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이 노래를 부를 것이라는 마지막 메시지와 함께 극은 끝을 맺습니다.

뮤지컬 <하데스타운> 커튼콜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술잔을 높이 들고 페르세포네의 마지막 넘버를 청해 듣는데요. ‘푸르른 들판 피어난 꽃들, 그들이 아니라 흰 눈 속에서 피어난 꽃들, 너희를 위해 건배. 잔을 들어 건배하고 높이 들어 들이켜네. 오르페우스와 우리를 위해, 굿나잇. 형제여, 굿나잇’. 이 마지막 노랫말이 귓가에 오랫동안 머물렀는데요. 특히나 이런 어려운 시국을 살아내는 우리도 마치 흰 눈 속에서 피어난 꽃들 같다는 생각이 들어, 페르세포네가 현생의 우리에게 위로를 전하는 것 같았습니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2월 27일까지 엘지아트센터에서 진행되고, 3월에는 대구에서 공연된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뮤지컬 <하데스타운>을 통해 추운 겨울 한 줄기 위로를 받았으면 합니다.


[같이 연뮤 볼래요]에서는 같이 이야기하고픈 연극과 뮤지컬을 소개해드립니다.
필자인 효겸님은 11년차 직장인이자, 연극과 뮤지컬를 사랑하는 12년차 연뮤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