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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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정부는 쌀 재협상 잠정합의안을 재검토하라

정부는 지난 17일 미국과 중국의 동의를 받아 ‘관세화 유예 10년 연장’을 골간으로 한 쌀 재협상안에 잠정 합의하였고, 이는 태국 호주 인도 파키스탄 아르헨티나 이집트 캐나다 등의 이의만 없다면 최종 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쌀 재협상의 잠정합의의 주요 내용은 ▲관세화 유예 기간을 10년 연장 ▲쌀 의무 수입량(TRQ)을 1988~90년을 기준년으로 하여 2004년 4%(21만5천톤)에서 2014년 8%(41만톤)로 늘리고 ▲그동안 가공용으로만 사용하던 수입쌀의 일부를 2005년부터 대형 할인점이나 슈퍼마켓 등에서 일반인들에게 판매를 허용(2005년 10%에서 2010년 30%)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이번 쌀 협상으로 인해 쌀값이 한 가마니에 17만원이하로 떨어질 경우 80%를 보장해 주기로 하였다.


<경실련>은 그동안 전면적인 무역자유화를 요구하는 국제통상 조류를 이해하면서도 우리 농업과 농촌의 발전을 위해 관세화 유예를 주장하였으며, 쌀 재협상에 임하는 정부의 전략부재와 무능한 자세를 비판하였다. 그것은 쌀은 경제논리로만 따질 수 없는 비교역적 특성과 농업의 특수성으로 무역이 아무리 중요해도 쌀농사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며, 식량안보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우리민족 공동체의 뿌리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정부의 쌀 협상의 문제는 ▲자동관세화를 기정사실화 하여 개방하려는 성급한 개방주의 흐름, ▲관세화 유예 기준년도 설정 잘못, ▲협상 의제 중 국가별 수입물량 배분(각 국별 쿼터), 제3국(북한)에 쌀 지원, 수입쌀의 소비자 시판 비중(30%) 등 국내 정책들이 협상의제로 선정, ▲협상 대상국에게 경쟁국의 협상 내용 공개 등으로, 이러한 정부의 협상 전략부재와 무능은 쌀 재협상의 실패로 귀결될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또한 협상 전략과 관련하여 ▲관세화(완전개방)로 전환할 경우라도 수입쌀에 부과할 관세 상당치와 관세율 조정을 통해 쌀 수입을 억제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 줄 것, ▲현재 진행되고 있는 WTO, DDA 협상의 세부원칙(Modality)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관세 상한선이 얼마가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1차적으로 관세화유예 방안을 얻어내고 관망하는 전략적 판단 유지, ▲이번 협상에서는 2015년 이후 자동관세화(완전개방)를 전제로 협상하지 않을 것, ▲정부가 자동관세화를 주장하면서 관세화율은 어느 정도로 판단하고 있는지를 공개 할 것 등을 요구하였다.


그럼에도 협상의 잠정적 결과는


첫째, 10년 전 UR 협상안 보다 더 잘못된 결과를 가져왔다. 10년 전 UR 협상 당시 농림부장관 때에도 협상국들은 의무수입물량, 제3국 허용금지, 수입용 쌀의 국내시판 등을 주장하였지만 WTO(GATT)의 자유무역정신에 위반된다고 설득하여 ‘관세화 유예 기간 10년 연장 후 재협상’과 ‘쌀 의무수입물량 4%’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타결하였으며, 이의 결과로 이번 재협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쌀 재협상은 협상국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는 최악의 협상 결과를 가져왔다.


둘째, 쌀 의무 수입량(TRQ)을 1988~90년을 기준년도로 하여 ‘04년 4%에서 ’14년 8%로 합의하여, 사실상 관세화 유예 10년을 보장 받으면서 정부가 가이드라인으로 삼았던 TRQ의 7%도 관철하지 못하였다. 또한 기준년도를 국내 쌀 소비가 가장 많을 때로 함으로 인해 국내 쌀 소비량이 갈수록 줄고 있는 현재에 이 비율을 적용한다면, 실질적 쌀 의무수입물량은 국내 소비량의 13~14%이라는 점을 공개하지도 않으면서 언론플레이를 통해 국민들을 속였으며, 협상과정에서도 기준년도 변경문제를 제기도 하지 않았다. 더구나 관세화 이후에도 이 비율은 수입최저선으로 지킬 수밖에 없도록 하였다.


셋째, 그동안 가공용으로만 사용하던 수입쌀의 일부를 ‘05년부터 대형 할인점이나 슈퍼마켓 등에서 일반인들에게 판매를 허용(2005년 10%에서 2010년 30%)한 것도, 정부의 협상 가이드라인으로 이 또한 지켜지지 못했다. 이것은 협상의제에 포함될 수 없는 것을 정부가 협상의제로 삼았던 것부터 잘못이며, 이 결과로 국내산 쌀은 이제 저가의 각국 수입쌀과 가격 경쟁을 통해 생존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쌀농사가 대부분인 우리 농업의 몰락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넷째, 10년 후(2014)에는 자동관세화를 하도록 하여 쌀 재협상의 여지를 없애버렸다. 이번 정부의 협상은 협상국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재협상의 여지를 없애버려, 10년 후에는 무조건 자동으로 관세화가 되도록 하였다. 그러나 지난 UR협상 이후 우리는 100조 이상의 재정을 투입하고도 농업의 경쟁력은 저하되고 농가는 빚만 늘었던 점과, 의무수입량 확대로 재고가 쌓여 쌀값이 하락하고, 저가의 수입쌀이 가공용이 아니라 동네의 슈퍼마켓에서 주식으로 판매되어 국내 쌀과 가격경쟁을 통해 생존을 다투어야 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10년 후에는 관세화를 해도 된다는 보장이 어디 있으며 어떻게 책임을 진다는 것인가? 쌀 협상과정에서 민간 전문가 및 농민들과 충분한 협의와 동의를 구하지 않고 독선적으로 추진하면서 모양 갖추기 ‘토론회’를 하는데 누가 독선적인 정부를 믿겠는가? 오히려 10년전 UR 협상 당시 허00 농림부장관은 관세화 유예 기간 10년 연장 후 재협상과 쌀 의무수입물량 4%를 받아들이는 협상을 마무리 하면서 스스로를 ‘허완용’으로 지칭하였음을 상기할 때, 정부의 책임자는 스스로 진퇴를 결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경실련>은 정부의 쌀 재협상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첫째, 17일 발표한 잠정협의안은 전면 재검토해야한다.


이 협상은 원천적으로 잘못된 것이며, 미국과 중국 2개국과 합의한 것이므로 협상은 다시 시작되어야한다. 그것은 ▲개방을 기정사실화 하려는 성급한 개방주의 흐름을 버릴 것, ▲이번 협상에서는 2015년 이후 자동관세화(완전개방)를 전제로 협상하지 않을 것, ▲현재 진행되고 있는 WTO, DDA 협상의 세부원칙(Modality)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관세 상한선이 얼마가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1차적으로 관세화유예 방안을 얻어내고 관망하는 전략적 판단 유지 할 것, ▲수입쌀에 부과할 관세 상당치와 관세율 조정을 통해 쌀 수입을 억제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 줄 것, ▲의무수입 물량의 최소화 ▲관세화 유예 기준년도 변경 할 것, ▲협상 의제 중 국가별 수입물량 배분, 제3국에 쌀 지원, 수입쌀의 소비자 시판 비중 등 국내 정책들을 협상의제에서 제외 할 것을 기준으로 하여, 협상팀을 전면 개편하고 재협상 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농업과 농촌의 과학화를 위한 종합적인 로드맵(전략)을 제시하고 국민적 동의를 얻기 위한 논의를 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농업과 농촌을 위하여 농지제도 개편을 통한 비농업인의 농지소유 허용 및 기업농 육성, 직불제 도입을 통한 쌀 농가 소득보전 정책, 양정제도 개편, 향후 10년간  농업․농촌에 향후 약 120조원을 투입, 이번 쌀 협상으로 인해 쌀값이 한 가마니에 17만원  이하로 떨어질 경우 80%를 보장 등 다양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이 서로 어떤 유기적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 어떠한 전략에서 이러한 정책이 추진되는지, 농촌의 생활개선과 농업의 구조개혁에 어떤 비전이 있으며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등에 대해서 전체적인 상이 명확하지도 않으며, 농민과 국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회피하려는 단기적인 정책들을 남발하는 듯 한 의혹을 주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런 의혹과 불신을 해소하고 농업과 농촌의 선진화를 위해 종합적인 로드맵(전략)을 제시하고 국민적 논의를 정부가 주도적으로 시작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셋째, 정부가 투입하려는 재정에 대해 투입목적과 결과를 분명히 하여 집행해야한다.


정부가 120조원을 투입하여 농업과 농촌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지난 90년 이후 정부는 농업에 농업구조개선 투융자 42조원, 농업농촌투융자 45조원, 농특세 15조원 등 100조원 이상을 투입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10여년 전과 다름없이 농업은 경쟁력을 갖지 못하고, 농가의 빚은 늘어났으며, 농업과 농촌은 여전히 개방의 불안감과 생존을 위한 기로에 있다. 앞으로 10년간 세계경제와 국내 경제구조의 개편과정에서 과학적 영농을 통한 농업의 구조 개혁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우선순위를 정하여 재정이 적재적소에 투입되어 실질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정부는 농촌․농민을 살리기 위한 겸허한 자세로 잘못을 시인하고, 전략부재와 무능으로 일관한 협상의 책임자를 문책해야한다.


정부는 관세화 유예(부분개방)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관세화(완전개방)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공언하였으며, 그렇게 될 경우 400% 미만의 관세율을 부과할 것으로 언론에 밝혀왔다. 그 정도 수준의 쌀 시장 완전개방이라면 중국이나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대규모 자본과 가격경쟁, 그리고 계절별 가격 변동 폭을 활용해 국내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렵지 않아 국내의 농업과 농촌이 몰락할 것은 자명하다. 또한 관세화 유예 기준년도 설정 잘못, 협상 의제 중 국가별 수입물량 배분(의무수입량의 각 국별 쿼터) 및 제3국(북한)에 쌀을 지원, 수입쌀의 소비자 시판 비중(30%) 등이 선정, 협상 상대국에 상대국의 협상 내용 공개 등으로 쌀 재협상의 시작부터 끝까지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게도 그 내용을 비밀로 하면서, 브리핑제도를 악용하여 언론플레이를 통해 국민을 속이고, 농민을 위협하고, 국가최고통수권자의 판단까지 흐려, 최악의 협상 결과를 가져온 전략부재와 무능으로 일관한 정책 실무진에 대해서 문책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문의: 정책실 02-3673-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