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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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 김진표 부총리의 법인세 인하 방침에 대한 경실련 입장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4일 법인세 문제와 관련하여 ‘동남아 등 경쟁국들이 법인세를 낮추고 있는 추세’라며 ‘경쟁국보다 좋은 여건에서 기업하도록 해 줘야 한다’고 언급해 법인세 인하 방침을 밝혔다. 5일의 국무회의에서도 법인세 인하정책을 수용함에 따라 재경부는 현재 27%인 법인세를 싱가포르 수준인 22%로 낮춘다는 목표아래 해마다 1%포인트씩 법인세를 낮출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공평과세 차원에서 신중한 추진을 지적하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우리는 이번 법인세 인하 논란을 지켜보면서 추후 이 같은 논의가 다시 재론하지 않기를 바라며,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김 부총리의 이러한 법인세 인하 방침은 최근 경기불안으로 인한 기업투자 활성화 모색과 계속되는 재벌 조사에 대한 재계 달래기로 이해되지만, 노 대통령의 경제개혁 정책과 배치, 적절치 못한 경기부양책 시도, 조세형평성 문제 그리고 재정수지 악화 등을 고려해 볼 때 잘못된 것이었다.


  먼저, 김 부총리의 말처럼 법인세를 인하한다고 해서 기업투자가 활성화될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미래수익 전망 등 객관적인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법인세를 1%씩 인하한다고 해서 기업의 투자가 곧바로 촉진되지는 않는다. 기업의 투자는 수년 전부터 계획되고 준비된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세금을 조금 감면해 준다고, 감액분이 곧바로 투자로 전환된다고 전혀 볼 수 없다. 따라서 투자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면 오히려 세제를 통한 단기적 처방보다는 장기적으로 기업투자 여건을 개선해나가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옳다.


   둘째, 현재의 경제상황만을 전제로 전체적인 세수확보 확보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법인세 인하는 자칫 재정수지를 악화시킬 수 있다 .


  현재 27%인 법인세율을 1%포인트 낮추면 연간 1조원 가량 세금이 덜 걷히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세율인하에 따른 세수감소를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통해서 확충할지가 전제되지 않은 채 성급하게 법인세를 인하할 경우 재정수지의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특히 천문학적 공적자금 투입 등으로 재정조건이 악화되어 있는 상황이고, 세수확보 방안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이러한 인하방침은 더욱 재정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셋째, 근로소득자 간의 조세형평성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 부총리가 각종 세금의 감면 축소와 자영업자 과세 양성화 등을 전제하고 이런 방침을 내놓았지만 법인세 인하는 조세 형평성을 떨어뜨리는 등 부작용이 클 것이며, 가뜩이나 좋지 않은 분배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법인세에서 줄어드는 세액을 근로소득세나 각종 간접세 등으로 메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법인세율 인하가 ‘공정한 질서’를 강조하는 새 정부의 의지와 달리, 법인세율 인하부담을 소득세, 소비세 감면축소를 통해 개인이 부담하는 역진적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넷째, 법인세 인하방침은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과도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노 대통령은 선거기간 중 ‘일부계층에 혜택이 집중된다’는 부작용을 들어 법인세율 인하반대 방침을 밝혀왔다. 당시 노 대통령은 이회창 후보가 재계가 요구한 법인세 인하 방침에 찬성한 반면, ‘법인세를 2% 인하할 경우 1조5천억원의 세수가 줄어드는데 그 중 1조2천억원의 감면혜택은 대기업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3천억원만 소기업이 혜택을 받게 된다’서 법인세 인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실제로 2001년 진념 당시 경제팀이 경기부양을 명목으로 국회에서 법인세를 1% 인하한 결과, 총 7천5백억원 세수감소분중 5천5백억원이 상위 0.3%의 대기업에게 돌아갔다.


  결론적으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섣부른 법인세 인하방침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단일 세목 하나만을 분리하여 재추진하지 말아야 하며, 불가피하게 필요하다면 조세체계 전반을 고려하여 과세형평성이 유지되는 가운데 세수확보 방안이 명확히 마련될 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는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수많은 경제정책 과제 중 우선해서 법인세 인하를 추진할 만큼 절실한 상황이 아니고, 오히려 과세 형평성과 조세 정의를 고려한다면 선거시 제시했던 상속증여세 포괄주의 도입 등을 우선해서 진행하는 것이 옳은 태도이다.


  현 김진표 부총리를 포함한 경제팀에 대한 조각이 관료위주로, 개혁보다는 지나치게 안정을 고려하여 구성되어 새 정부의 개혁정책을 적절히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시점에서 이번 법인세 논란을 보면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김진표 경제팀에게 현재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불필요한 정책의 추진보다는 새 정부 경제운용 전략을 마련하고, 이에 따른 구체 정책 추진 과제들에 대한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여 시장에 제시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다. 이럴 때만이 시장운용 주체들이 안심하고 정부정책 운용에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