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소송자료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재정] 국립암센터 건립 관련 예산낭비 의혹 감사원 감사청구
2000.02.17
16,367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10만 여명의 암 환자가 생기고 있고, 매년 5만명 넘는 인구가 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사망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질병인 암으로 인한 국민건강 훼손은 결코 방관해서는 안되며, 이에 대해서는 보다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관리가 절실하다.


그러나 이처럼 중차대한 암문제를 둘러싸고 지난 10년 가까이 국립 암센터를 둘러싼 정부의 정책 혼선과 무책임성 그리고 부처 이기주의 등은 국민의 혈세인 국가 예산이 얼마나 낭비되고 있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암센터의 기능을 하고 있는 원자력병원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고 대형병원마다 암연구소가 설치되어 있는 가운데 굳이 새로운 암센터가 굳이 지어져야 하느냐하는 의혹 속에서 시민사회의 충분한 공론화 없이 진행되었기에,  국립암센터는 어쩔 수 없이 끊임없는 이권세력에 의한 각종 로비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기존의 기관을 활용하여 적은 예산으로 효과적인 사업을 전개하기보다는 새롭고 거창한 사업을 시작하고 보는 관급 행정은 예산낭비의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행정의 일방주의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최근의 암특별법 제정 시도에서 보듯 또 다른 예산낭비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음을 볼 때, 현재의 각종 국가 정책 결정과정이 보다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새로운 접근방식이 절실함을 보여주고 있다.


1. 애당초 설립이 불필요했던 국립 암센터


  국립 암센터는 애당초 설립될 필요가 없는 시설이었다.  암치료 전문병원으로 우리나라에는 과학기술부 산하의 원자력병원(Korea cancer center hospital)이 개원되어 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표1 참조). 더구나 서울시내 대형 종합병원에는 대부분 암관련 연구소 혹은 암센터가 운영되고 있고 95년 말 현재 서울에만 암치료 병상이 2천 개가 넘고 있는 실정이다(표2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비슷한 대형규모의 국립암센터를 정부가 기능중복에 대한 아무런 협의나 조율 없이 진행해온 것이다. 암 진료 및 연구를 목표로 하는 암전문병원인 원자력병원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는 1996년 발표된 <국가핵의학 활성화 방안에 대한 연구>에서도 지적하고 있다(표3 참조). 결국 똑같은 기능을 하는 대형병원을 두 개씩이나 국가 특수법인으로 만듦으로써, 필요치 않은 부분에 대한 투자로 인해 2000억에 가까운 예산이 이미 낭비되었거나 낭비될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다. 


  한편 임상환자 확보를 위해서는 적정규모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500병상이나 되는 대형병원을 처음부터 계획하였지만, 애초부터 적정규모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았다. 현재 암센터 건립은 일본의 국립암센터를 모델로 하고 있다. 일본의 국립암센터는 500병상 규모의 진료기관을 가지며, 치료중심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연구 중심으로 암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국립암센터는 불과 100병상에 불과하다. 원자력병원이라는 암치료 전문 3차 의료기관이 있음을 감안한다면, 일본 방식을 본떠 500병상이나 되는 암병원을 만든다는 얘기는 설득력이 없다.


2. 사업타당성에 대한 검토 없이 진행된 전형적인 밀어붙이기식 행정
  
  국립 암센터의 건립이 애당초 불필요한 시설이었다는 것은 사업타당성에 대한 검토나 계획 없이 무리하게 추진되어 온 과정을 통해서도 파악할 수 있다. 91년 당시 계획에는 418억원이면 500병상의 암센터를 건립할 수 있으리라고 제시하였으나, 시간이 경과할수록 암센터의 규모나 예산은 점점 늘어나 결국 1437억원이 이미 소요되었고 최근에는 이를 다시 2천여 억원으로 수정하여 추진하고 있다. 더구나 규모에 있어서는 92년 암센터가 기공될 당시의 계획이던 지하 1층, 지상 10층에서 거의 변동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총투자액은 예상액인 630억원이 아닌 2000 여억원으로 3배 이상 불어나고 있다(표4 참조).  


또한 91년부터 부지매입비와 설계비, 토목공사비, 골조공사비 등 95년도까지 투입된 재정은 1992년 제시된 예산 630억원 중 91%에 이르는 574억원에 이르지만, 이 시점에서의 전체공정은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처음의 건립 계획이 얼마나 허구적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표5 참조).


3. 정부의 마구잡이식 추진과 잦은 계획 변경


  정부가 충분한 계획성 없이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마구잡이식 행정추진으로 시행착오만 거듭해 온 예는 지난 9년간의 과정에서도 충분히 드러난다. 1994년 말 청주 오성단지에 암, 성인병 등의 국내 의료관련 연구기능 시설들을 총 집결시키는 보건의료 과학기술단지 조성계획이 발표되자, 국립암센터에 유치할 예정이던 암연구소를 오성단지로 이전하기로 하고 암센터 건립계획을 축소하였다. 그러나, 1년만에 이 계획은 철회되고 다시 암센터는 예정대로 일산에서 추진된다. 이 과정에서  95년 말에 준공한 뒤 96년 초 개원할 예정이었던 암센터는 결국 1999년 이후로 미루어졌다. 결국 공사기간은 3년이나 걸렸고, 계획변경에 따른 예산만 630억원에서 1,013억원으로 두배나 늘어나게 된다.(표6 참조) 


  그 후, 운영주체를 둘러싼 각 부처간 논란은 건물을 97년에 완공하고도 시설 및 기자재 설치를 못한 채 1년간 시간을 낭비하다가 99년 7월 1일에야 겨우 준공을 보게 되어 건물유지나 관리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예산을 낭비하였다.(보건복지부는 정부가 전적으로 운영하고 직원을 공무원으로 채우는 방안을 주장한 반면 기획위와 예산청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책임운영기관제 도입 또는 민영화를 주장하였고, 결국 99년 6월에야 암센터를 ‘국립암센터설치법’에 근거한 특수법인의 형태로 개원할 방침으로 의견 조율이 됨) 


애초 계획성 없이 시작된 암센터 건립은 이제 건물을 완공하였지만 그 운영에 있어서도 정상적인 정부예산지원이 가능하지 않게 되자, 재정확보를 위하여 암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게 된다.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2000년도 예산에 암센터 운영비로는 12억 밖에 책정되어 있지 않은 현실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가뜩이나 재정이 어려운 의료보험에 또다시 부담을 가중시키거나 이미 독자적인 계획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을 암센터 운영기금으로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최근에는 암특별법 제정 노력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4. 대표적인 전시용 및 끼워넣기식 행정


  잘못된 정책은 또 새로운 잘못된 정책을 낳고 있는 과정을 암센터 건립과정은 보여주고 있다. 1996년 정부는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는 암에 대해 국가 차원의 장기 종합적 암관리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암정복 10개년 계획안’을 발표하였다. 추진계획은 정확한 암통계 확보, 암예방사업 실시, 암 조기진단사업, 암관리 조직체계 마련, 암 정보체계 기반조성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거창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의 과정을 보면, 암정복을 위해 정부가 추진한 사업은 결국 국립암센터 건립을 위한 예산 마련을 위한 것임이 드러났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암연구와 퇴치를 위해 7810억원의 예산을 투입키로 했지만 실제 1999년까지 4년간 투입된 예산은 목표액(1660억원)의 3.6%인 60억 4천만원에 불과하다. 이 기간 동안 암센터 건립에 투자한 871억원을 위해 정부는 거창한 ‘암정복 10개년 계획안’을 발표하였던 것이다(표7 참조).


5. 이권세력 로비 의혹과 계속되는 예산낭비


  현재 암센터 건립과 관련하여 항간에는 서울대학교와 서울대 관계자를 위해 짓는 병원이 아니냐 라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암센터 소장 공모에 있어서도 책임자 선정 대상 교수 3명이 모두 서울대학교 재직 중이었고, 1차 선정되었던 박찬일 교수뿐 아니라 다시 선임되어 암센터 소장으로 임명된 박재갑 교수도 현재 서울대에 재직하고 있으며, 개원 이후 병원운영 및 연구소 종사자 역시 대부분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파견될 계획이다. 특히 지난 1998년 11월 국무총리 주재로 가졌던 장관회의에서 암센터를 민간위탁으로 최종 결정하면서 서울대병원을 참가시킬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이러한 의혹을 더욱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올해 7월 1일에 암센터 건물이 완공되었지만 인력보강 및 관리운영 등의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건물을 단순 유지하는 비용으로만 최소 1억원 이상이 매월 소요되고 있어 예산낭비는 계속되고 있다(표8 참조). 특히 올해 말에 일산에서 개원될 예정인 일산 백병원이 암센터보다 오히려 그 규모가 큼에도 불구하고 암센터의 공사비보다 더 저렴하고, 공기도 2년에 불과한 점을 보면 암센터의 예산낭비는 자명하게 드러난다(표9 참조).   


경실련은 금번의 국립 암센터 건립 관련 의혹을 감사원에 감사 청구하는 것을 계기로 보건의료정책이 보다 신중하고도 책임있게 결정되어지기를 원하며, 암센터 건립과정에 관한 각종 의혹이 철저히 규명되어지기를 기대한다.


첫째, 감사원은 원자력병원과의 기능중복이나 대형병원에 설치되어 있는 암센터 등을 고려할 때 설립 자체가 불필요했으며, 이러한 논의는 건립과정 중에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담당 부처가 이를 무시하고 강행하였던 배경과 이에 대한 행정상의 책임을 규명하여야 한다.


둘째, 사업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계획 없이 암센터 건립이 추진됨으로써 빚어진 예산 낭비와 애초의 계획과는 달리 갈수록 부풀려져 애초의 공사비에 3배 가까이 예산이 늘어나게 된 이유와 공사비에 감추어진 예산 낭비를 밝혀 그 책임자를 밝혀야 한다.


셋째, 96년에 발표된 ‘암정복 10개년 계획’과 국립암센터와의 상관관계 및 지난 4년 동안 이 계획이 극히 미진한 실적에 머물고 있는 이유를 밝혀 정부 정책의 난맥상을 규명하여야 한다.


넷째, 현재 암센터 건립과 관련하여 항간에 일고 있는 이권세력들의 로비의혹에 대해 감사원은 진상을 밝혀야 한다.


다섯째, 최근 완공된 암센터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관리유지비로 매월 수억원씩 지출되고 있는 예산낭비의 현황과, 암센터의 운영기금 확보책으로서 암특별법 제정이 추진되는 과정상에 나타나는 정책혼선 및 로비의혹에 관한 진상을 규명하여야 한다.  


1999. 9.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