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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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정부는 금융실명제 후퇴 입법안을 즉각 철회하라

정부는 29일 금융실명제 긴급명령에 대한 대체입법안으로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안]과 [자금세탁방지에 관한 법률안]을 발표했다. 이 법안들은 그동안 정부와  신한국당에서 일관되게 추진해온 금융실명제 무력화 조치를 법제화하는 것으로서, 문민정부의 유일한 치적이라고 자찬하는 금융실명제를 스스로 폐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므로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으며  따라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안]을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 


첫째, 지하자금을 양성화하여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정부의 논리는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며, 이를 빌미로  검은 돈에 면죄부를 부여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지하자금이 양성화되지 않은 것은 현재의 금융실명제 자체가 차명거래의 허용이나 과도한 예금비밀보호규정을 통해 지하자금의  거래가 용이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하자금  양성화를 위해서는 차명거래를 불법화하고 이에 대한 처벌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입법안의 제6조에 의하면 지하자금 양성화를 위해 중소기업 등의 출자자금에 대해서는 자금이 출처를 조사하지않는다고  되어 있으나, 이는 불법상속이나 검은 돈에 대해 면죄부만 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둘째, 금융거래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완화하겠다는 논리는 극소수 부유층을  위해 금융실명제의 기본  취지인 공평과세를 부인하는 것 이상이 아니다.


현재의 수준에서도 5년 이상 장기채권성 상품 등 총 13종에 이르는 제외 대상 금융상품이 존재하는 등 예외 조항이  많아 금융실명제가 구속력을 갖지 못하므로, 모든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원칙을 철저히 지켜 금융실명제가 본연의 기능을 발휘하도록 해야한다. 그러나 입법안에서는 최고세율에 의한 분리과세를  허용함으로써 40%의 과세만 부담하면 자금출처조사를 면제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차명으로 자금을  분산시킨 고액금융소득자들이나 명의를 그들에게 빌려준 자들은 보다 안심하고 차명거래를 계속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차명거래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이에 따라 합의차명예금이 성행할 우려가 크다.    


 셋째, 이번 입법안 중 유일한  보완책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금세탁방지법안 역시 고액현금거래의 한도나 불법정치자금이 성격 등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법안의 실효성 자체를 의심케한다.


입법안의 제4조에 의하면 일정금액 이상의 현금거래에  대하여 거래자의 실명을 확인하고 관련기록을 5년이상 보존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으나 현금거래의 범위 및 실명확인절차 등을 명확히  규정하지않고 시행령으로 넘김으로써, 정치적 타협에 의해 사문화시킬 여지를 만들어놓았다.


또한 제2조 5항에서 불법자금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규정하지않으므로써 불법 정치자금을 최소화하려는 정치권의 경향에 따라 불법자금의 범위는 극히 제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부패한 돈정치를 청산하고 깨끗한 정치를 구현할 것에 대한 전국민적 요구가 높은 시점에서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내려지지 않은 것은 깨끗한 정치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어느 수준인지를 가늠케 한다.   


 위와 같은 측면에서 볼 때 정부에서 대체입법을 통해 현행 금융실명제를 후퇴시키려는 취지는 여러 가지 명분에도 불구하고 설득력을 담보하기 어려우며, 검은 돈에 대해 면죄부를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므로, 정부의 대체입법추진 의도에 정치적 불순함이 포함되어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특히 금융실명제가 실시 된 지 4년이 가까워지도록 아무말이 없다가 연말 대선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서,  각계의 반대를 무릎쓰고 서둘러 입법을 추진하는 상황은 이러한 의혹을 더욱 증폭시킨다.


정부가 이러한 국민적 의혹을 불식시키기위해서는  금융실명제를 무력화시킬 것이 명백한 이번 입법안을 즉각 철회하고, 금융실명제의 제정 취지에 부합하는 대체입법안을 재상정해야 할 것이다.


1997년 5월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