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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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이야기] [인터뷰] 영화 ‘공기살인’ 조용선 감독
2022.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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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2년 5,6월호-인터뷰]

“ 다시는 이런 영화가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 영화 ‘공기살인’ 조용선 감독 인터뷰 –

문규경 회원미디어국 간사

 

1994년 세계 최초를 표방한 가습기 살균제는 17년 동안 1,000만병 가량 판매되었습니다. 이렇게 까지 팔릴 동안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2011년이 되어서야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가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알리며 제품 사용 중지를 권고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일상 생활 속에서 편리하게 쓰이던 가습기 살균제는 우리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고,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남겼습니다. 2022년, 지금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현재진행형입니다. 3월 말, 피해자단체와 기업 간 협의·조정을 통해 조정안이 나와 최소한의 피해 지원이 있기를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물거품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4월,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다룬 영화 ‘공기살인’이 개봉하여 관객들에게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경실련이 이 영화를 만든 조용선 감독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Q. 월간경실련 구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월간경실련 구독자 여러분!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2013년도에 서인국, 이종석, 권유리 주연의 수영 영화 ‘노브레싱’을 연출하고, 9년 만에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다룬 영화 ‘공기살인’으로 다시 찾아뵙게 된 조용선 감독입니다.

Q.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소재로 한 영화 ‘공기살인’을 만드셨습니다. 간략하게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1994년 첫 가습기 살균제 광고가 실렸습니다. 그때 가습기 살균제를 국내 최초, 세계 유일, 대단한 발견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에 가습기 살균제가 판매중단되기 까지, 그 과정에 연루된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와 그것에 대해 분노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담고 있습니다. 국내 유일 세계 최초인 그렇게 대단한 제품을 왜 수출하지 않았을까? 여기서부터 출발한 영화라고 보시면 됩니다.

Q. 이번 영화를 제작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2015년도 쯤에 영화 ‘터널’을 기획하신 유재환 대표님과 <소원>, <터널>을 집필한 소재원 작가님이 ‘균’이라는 소설을 영화화하고 싶은데 적임자가 누구냐에 대해서 논의를 했고, 그 결과 제가 영화를 맡게 되었습니다. 가장 참을성이 많은 사람이 맡는 게 맞다고 판단하셨다고 하는데, 정말 6년이라는 시간을 참고할지는 몰랐다는 이야기를 지금도 하십니다. 소재원 작가님이 원작자면서 각색까지 맡아주셔서 진실을 영화에 잘 담아내기 위해서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Q. 영화를 기획하는데, 6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작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나요?

A. 저희 영화 뿐만 아니라, 사실 모든 영화의 제작과정이 힘듭니다. 투자를 받고 나면 캐스팅이라는 난관에 봉착합니다. 시나리오를 고쳐달라는 요구가 있기도 하고, 그런 여러 이유들 때문에 저희는 첫발을 내딛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또,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아직 진행 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제작이 어렵다는 것이 투자사의 기조였습니다. 섣불리 우리가 손댈 수 있는 게 맞느냐에 대한 고민이었습니 다. 배우분들도 직접적으로 언급은 안하셨지만, 가습기 살균제가 국내의 수많은 기업들과 연관되어 있다보니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지점도 있었습니다.

Q.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현실 고증 작업도 철저하게 이루어졌을 거 같은데요?

A. 고증작업을 철저하게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보통은 어떤 사건에 대한 영화를 찍게 되면 과거에 이런 부분이 맞는지 안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순위인데 저희는 영화 들어가기 직전까지 새로운 사실들이 계속 나왔습니다. 조사했던 것과 다른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고증보다는 확인 절차에 가까웠다고 보시는 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세상에 공개되기 전에 제가 마음고생을 좀 심하게 했습니다. 이 영화가 기업체를 두둔하고 피해자들의 안 좋은 모습만 포함한 영화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피해자분들께서 고맙다, 감사하다는 응원을 보내주셔서 6년을 보상받고 있다는 뿌듯한 감정이 듭니다.

Q.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피해자들은 지금도 제대로 된 피해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최근 前배구선수 안은주 씨는 피해 구제자로 인정되 었지만 직접적인 사과나 배상·보상을 받지 못한 채 12년 투병 끝에 돌아가셨습니다.) 현재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제가 제도권 정치인들의 토론을 자주 보는 편입니다. 토론에서 여야를 떠나서 자주 언급하는 단어가 ‘글로벌 스탠다드’입니다.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는 이렇게 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언급한 그 나라들에서 발생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싶습니다. 과정을 떠나서, 결과적으로 그 기업들 다 없어졌을 것입니다. 토론에서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얘기하면서 왜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키지 않고 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저는 이 일을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똑같이 이 일에 처했을 때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무관심으로 대응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 일이 아니라서 돕기는 어려워도 좀 시끄럽고 피곤하다 싶어도, “그래 그럴 수 있는 일이야”라고 생각해주시는 게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 “이건 민사로 가서는 안됩니다. 이건 살인죄입니다.”, “너희들 때문에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잘못했다는 사람이 한 명도 없냐”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이 두 대사가 영화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습니다. ‘공기살인’이라는 영화 제목도 사실 그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죽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치는데 범인이 없습니다. 이번 일이 수 십 년 지났다고 해서 놔둘 게 아니라 늦었지만 더욱더 철저하게 해야 합니다. 안그러면 언제든지 사건은 공기처럼 또 사라지고, 이 같은 일이 더 생겨날지도 모릅니다.

Q. 이번 영화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A. 공무원도 그렇고 기업 운영하시는 분들한테 꼭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이 대단히 능력 있는 거 압니다. 그럴수록 자신보다 힘이 약하고 자신보다 어려운 환경의 사람들을 지켜주는 게 멋있는 행동일 것입니다. 그리고 용서를 빌어야 할 건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좋은 기업으로 발돋음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분들께 용서를 구하고 과거를 청산해야지 이걸 회피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관객분들께는 경각심 갖지 않으면 언제든지 이런 일은 다시 발생할 수 있고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남겨진 가족들이 힘을 낼 수 있게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면서 다시는 이런 영화가 나오지 않는 그런 사회가 되는데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는 게 제 소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