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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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정책 실패 관료들이 오히려 ‘고속승진’

 감사원이 12일 지난해 3월부터 실시해온 ‘외환은행 매각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과 관련해 불법 사실이 인정된다고 결론내리고, 매각취소 처분을 포함한  ‘적정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금융감독위원회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또한 외환은행 매각 관련 업무를 부적절하게 처리한 재경부, 금감위 등에 기관주의를, 김석동 전 금감위 국장 등 관련자 11명에게 주의를 촉구했다.
 
 감사원의 이번 최종발표는 국민들이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가지고 있던 의혹을 사실로 확인했다는 측면에서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국민들은 감사원이 엄연한 불법행위라는 결론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후처리를 금감위로 넘기는 등 미온적인 감사결과를 내놓은 점에 실망하고 있다.


 특히 김석동 당시 금감위 국장, 양천식 전 금감위 상임위원 등 외환은행 매각의 직접적인 관련자 11명에 대해 ‘주의’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린 점에서 그러하다. 경실련은 외환은행 불법매각에 연루된 고위관료들에게 엄격히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 제도개선을 촉구한다.


불법매각에 연루된 관료들은 오히려 ‘고속승진’


 경실련은 외환은행 불법매각에 관련된 고위관료(과장급 이상)들이 현재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아래 표와 같이 그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국내 굴지의 외환은행을 외국의 사모펀드에게 불법으로 매각하여 국민경제에 심각한 폐해를 야기하고 국부를 유출시킨 고위 관료들은 그 책임을 지기는커녕 고속승진하고 있다.
 
 김석동 당시 금감위 감독정책1국 국장은 매각이후 2004년 재경부로 자리를 옮겨 금융정책국 국장, 금융정보분석원 원장을 지냈고, 2005년에 재경부 차관보, 은금감위 부위원장을 거쳐 지난 2월 재경부 제1차관에 임명되었다. 양천식 당시 금감위 상임위원의 경우, 외환은행이 매각된 2003년 이후 금감위 부위원장,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에 올랐고, 작년 9월에는 재경부 산하의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장에 취임하였다. 또한 김중회 당시 금감원 부원장은 매각 이후에도 같은 자리를 유지하였고, 작년 말 김흥주 로비사건에 휘말려 구속되어 어제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여전히 현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



 인수자격이 없는 외국펀드에 불법으로 시중은행을 넘기는 중대한 정책실패를 한 고위직 공무원들이 책임을 지기는커녕 국회, 검찰, 감사원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오히려 초고속 승진을 했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고위직일수록 더욱 명확하게 나타났다.


정책실패에 연루된 관료들을 엄중히 문책해야


 이제 정책실패 사례에 대해 관료들에게 엄격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카드사태, 부동산투기와 집값폭등, 바다이야기 사태 등 시민들이 큰 고통을 겪어도 책임지는 관료가 없는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


 외환은행의 불법매각에 연루된 김석동 재경부차관은 감사원 권고에 따라 ‘은행법 개정과 재경부의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관리책임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재경부를 대표해 금감위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여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에 대한 직권취소 여부를 다뤄야’ 할 처지에 있다.


 또한 감사원 주의를 받은 양천식 씨는 수출입은행장으로서 ‘수출입은행에 손해를 끼친 외환은행 경영진과 모건스탠리 등 관련자들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손해회복 방안을 마련‘하라는 감사원의 통보를 이행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외환은행 불법매각의 당사자들이 외환은행 불법매각의 사후처리도 맡아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명백한 불법행위로 인한 정책실패에도 불구하고 승진을 거듭하는 고위 관료들의 잘못된 행태를 그대로 방치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를 얘기하고 중하위 공직자들의 청렴과 윤리를 말할 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과 감사원 감사결과 단순한 정책실패가 아니라 명백히 불법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만큼 외환은행 매각사건부터 해당 관료들에 대해 엄격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김석동 차관 등 불법매각 당사자들은 자진사퇴하는 등 책임있는 행동이 요구된다.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을 경우 경질, 해임 등 정부차원의 인사조치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명백한 불법행위가 없었다 하더라도 국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안겨준 정책실패 사례에 대해서도 인사불이익 등 엄격히 책임을 물어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직자상을 되찾아야 한다.


 은행법 개정, 금융감독기구 개편 등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책을 제시하라


 외환은행의 불법매각이 가능했던 또 다른 이유는 왜곡된 금융 감독체계와 관련기관간의 ‘책임 떠넘기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 문책과 더불어 은행법 개정, 금융감독기구의 개편 등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책이 같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외환은행 불법매각의 원인이 된 은행법을 개정하여 관료들의 자의적 해석을 통한 불법행위를 차단해야 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현행 금융감독체계는 재경부 · 금융감독위원회 · 금융감독원으로 3원화된 구조를 취하고 있다. 단일 감독기구에 의해 운영되어야 할 통합감독체계를 이들 세 공공기관이 관장하고 있으니 감독기능의 기관 간 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고, 재경부의 정책적 지배가 빈발하며, 문제가 생기는 경우 책임소재를 가리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세 기관이 서로 협력 · 견제하기를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카드대란에 이어 외환은행의 불법 매각에서도 드러났듯이 정부의 거시경제정책에 대해 시장의 건전성을 책임지는 감독 당국이 적절한 제어장치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으며, 각 기관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마저 반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독립적인 공적 민간 단일기구로 금융감독기구를 개편하는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 실행되어야 한다.


[문의 : 경제정책국 02-3673-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