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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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한국은행 독립성에 대한 강한 실천의지를 촉구한다

한국은행 독립성에 대한 강한 실천의지를


김중수 한은총재 내정자에게 촉구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김중수 OECD대사를 한국은행 총재로 내정하고, 23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정식 임명할 예정이다. 김중수 내정자는 김영삼 정부 시절엔 청와대 경제비서관으로 활동하고 참여정부에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지냈다가 현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에 발탁된 이력을 갖고 있다. 재작년 미국산 쇠고기 촛불시위의 책임을 지고 불명예 퇴진했지만 두 달 만에 OECD 대사로 복귀한 대표적인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사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현실과 맞지 않아 사실상 폐기된 747정책으로 대표되는 MB노믹스의 입안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실련은 경제안정을 기본 사명으로 하여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뿐 아니라 국제수지와 자산가치 안정도 함께 추구해야 하는 한국은행의 역할에 따라 한국은행 수장은 무엇보다 통화정책의 독립성에 대한 강한 의지와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데 과연 김 대사가 적임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경제 철학에 따른 강한 소신보다는 역대 정부와 모두 관계가 완만하여 좋은 자리를 두루 옮겨 다닌 처신으로 보건데 외부의 정치적 압력에서 벗어나 통화정책의 독립적 운영이 가능할지 많은 의문이 든다. 최근 대통령과 경제부처 관료가 경쟁적으로 한은 금통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발언을 쏟아내고, 심지어 이미 사문화된 한은법의 정부 열석발언권을 명분으로 기재부 차관이 금통위에 참석하는 등 한은법에 명시된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약화시키려는 현 정부의 의도의 연장선에서 ‘현 정부와의 친화성’만을 고려하여 이번 인사가 진행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경실련은 김 내정자가 내정발표 직후 언론을 통해 밝힌 ‘한은의 정치적 독립은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은 아니라고 본다’와 같은 인식으로는 결코 한은의 독립성을 이뤄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 측근으로서의 태도보다는 국민경제를 위해서 때로는 대통령의 뜻도 거스를 수 있는 용기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은의 독립은 가능하다고 본다. 실제로 과거 집권자들이 한국은행을 경제성장 정책의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한은의 독립성은 상실되고 한은이 정부경제부처의 출장소로 인식되는 비극이 발생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대통령과의 관계만을 의식하는 태도를 지속한다면 한은의 독립성 유지는 요원할 뿐 아니라 국민경제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김 내정자는 알아야 한다.


과거 정부 권력자의 외압을 이겨내지 못하고 정부 정책을 추종한 잘못된 통화정책으로 국민경제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친 중앙은행의 사례는 최근까지 존재한다. 근래 일본과 미국, 우리나라 경제의 어려움은 바로 이러한 잘못된 통화정책이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정부의 팽창정책에 밀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의 실기는 곧장 버블로 이어진다. 불확실한 경기, 안정된 물가를 이유로 금리인상을 주저했던 중앙은행들은 여지없이 자산가격 거품 문제에 직면했다.


일본은 지난 1985년 플라자합의에서 엔화강세를 용인하기로 한 뒤 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금리를 크게 낮추는 등 지나친 금융완화를 실시한 것이 버블생성의 직접적 원인이 되어 잃어버린 10년, 장기불황을 겪었다. 미국은 IT버블이 붕괴된 2000년대초(2000~2003년)에 당시 연준은 6.5%였던 기준금리를 사상최저인 1.0%까지 낮추며 경기부양에 뛰어들었고, 그 결과 상환 능력이 의심되는 사람들에게까지 묻지마 부동산 대출이 실행되며 잠재적 부실이 양산되었고 이는 전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린 서브프라임 위기를 만들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2002년 플라스틱 버블(카드위기)에 이어 부동산시장 거품이 서민들의 주머니를 현재까지 약탈하고 있다. 현재 현안이 되고 있는 부동산 문제도 당시 한은의 저금리정책에 따른 가계대출 급증이 직접적 원인이다. 2003년 당시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라 금리인상을 시도하려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긴축조치가 정부외압에 의해 무산되면서 저금리 정책이 지속된 것은 유명한 사건이다.


이상에서 본바와 같이 중앙은행의 역할은 정부의 경제 성장과 팽창 정책과는 상호 충돌되기 때문에 중립성과 독립성을 상실한 순간 그 후유증은 국민경제에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한은법에도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경실련은 향후 김중수 한은 체제가 과거 한은의 오역의 역사를 상징하는 ‘재무부 남대문 출장소’로 전락할 것인지 아니면 명실상부하게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유지하여 한은독립의 새로운 계기를 만들 것인지는 오로지 김중수 내정자의 의지와 태도에 달렸다고 본다.


현재 김중수 내정자에게는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재정투입이 경제 각 부분에 거품이끼지 않도록 적절한 시기에 출구로 이동하는 시점 선정과 한은법 개정을 통한 금융감독권 강화 등 한은의 위상 강화라는 단기적 임무가 부여되었다. 두 가지 모두 정부의 주장대로 끌려가서는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이다. 결국 김 내정자의 한은독립에 대한 의지와 소신, 그리고 용기에 의해 결정될 것이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경제 전체가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 있음을 김 내정자는 인식해야 한다. 경실련은 김중수 내정자가 한은의 역할과 새로이 인식하여 대통령 측근에서 벗어나 한은의 최고수장이라는 책임의식과 결의를 새롭게 가질 것을 촉구하며, 이는 한은의 철저한 독립성 유지에서 시작됨을 다시 한 번 환기하고자 한다.


*문의 : 경실련 경제정책팀(02-3673-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