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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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KIKO사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실패가 가장 큰 원인

 지난 10월 5일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금융파생상품인 KIKO문제를 전반적으로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전체 중소기업의 35%가량이 직·간접적으로 2조 4천억원을 넘는 피해를 입으며 2년 넘게 진통을 겪어 온 KIKO 문제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2007년 하반기부터, 시중은행에서 KIKO 판매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시작된 KIKO 문제는 국제금융위기로 인해 국내 외환시장 급등락이 반복되던 2008년 7월 경에 상품을 매입했던 중소기업체들의 피해가 전면적으로 드러나면서 수면위로 나타났다.
 이에 2008년 9월 KIKO 피해 기업인 태산LCD가 처음으로 도산되면서, 피해기업에 대한 정부대책이 마련되었다. 당시 정부는 2008년 10월 중 476개 피해기업에 대해 이른바 패스트트랙 프로그램을 통해 1.8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하였다. 9,713억원의 기존 KIKO 계약을 대출로 전환하고, 나머지 8560억원 가량은 만기를 연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책이 만료됨에 따라 은행의 추가담보요구 및 여신회수로 KIKO 피해 기업들은 최근 다시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지난 9월말, 정부는 다시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패스트트랙을 연장하여 일시적 유동성 부족기업에게는 보증한도를 확대하고, 재무구조 취약기업에는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 은행과 KIKO 피해기업간의 소송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들 피해기업에게는 패스트트랙 연장기한인 올 연말이 다시 잔인한 겨울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08년 8월부터 2009년 7월까지 1년 동안 KIKO 피해기업들의 총 피해규모는 약 3조4천억원에 이른다. 대기업 피해금액 9,528억원을 제외하더라도, 중소기업 피해만 2조4천억원에 이르는 엄청난 피해가 존재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국감에서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말 현재 기업들의 KIKO 피해는 총 748개 기업, 피해액은 총 3조 2247억원에 달하며 이 중 72%가량이 중소기업이 입은 피해였다. 드러나지 않은 피해까지 합한다면 10조에 다다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한다.
 더욱이 이런 엄청난 피해를 겪은 중소기업업체들은 은행과의 소송이 장기화 되면서 피해액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현재 약 130여개 피해업체가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150여개 기업들이 11개 시중은행을 판매기망행위로 집단형사고발 했고, 5월에 10여개 기업들이 추가로 형사고소 했다. 하지만 소송이 장기화 되면서 이들 피해업체들은 은행의 기존 여신 조기회수, 추가 담보요구 등 은행들의 자금 압박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공식적 부도 발표는 10개사이나, 은행의 가지급금 처리로 인해 부도유예, 즉 부도 직전에 다다른 기업은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하루하루 부도의 위험 속에서 지내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 8월 19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9개은행(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외환은행, 한국씨티은행, SC제일은행, 산업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을 대상으로 임직원 72명에 대한 징계결정을 내리고, 이어 9월 20일 제제내용을 공개하고 징계조치를 했다. 이중 4명에 대해서는 감봉 등 중징계 조치를, 나머지 68명에 대해 견책 14명, 주의 54명의 경징계 조치를 했다. 정부가 KIKO 문제에서 은행측 과실에 대해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어서, 은행들은 소송에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그간 정부는 피해 해당업체와 은행간의 사인간 계약관계로 판단해야한다는 입장이었다. KIKO거래 은행에 대한 검사를 이미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소송결과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연기해달라는 씨티은행의 요청에 안건을 유보하다가 지난 8월에야 경우 제재를 진행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금감원은 은행제재안을 발표하면서도, 불완전 판매 등의 핵심 쟁점을 빼놓은 채 건전성 여부만을 따졌다. 즉 고위험 파생상품을 취급한 점, 수출예상규모를 초과한 적합성 심사 부실, 기존 거래의 손실을 신규거래에 반영하는 불건전 거래에 대해서만 지적했다.
 
 앞서 다룬 진행상황으로 미루어 금감원 등 금융당국은 지금까지 약 2년동안 KIKO 사태에 대한 해결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 금융당국으로서 해야 할 직무를 유기한 셈이다.
 첫째, 금감원의 은행제재안에서 나타나듯 시중은행이 고위험 파생상품을 팔고 있을 때, 이에 대한 적절한 관리감독을 하지 못했다. 정부는 뒤늦은 2009년 12월 파생상품 모니터링 체계를 개편하여 파생상품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올해 6월 장외파생상품에 대해 사전심의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신규로 취급하는 상품에 대해서만 적용함으로써 KIKO 문제를 비껴갔다.
 둘째, 현재 드러난 중소기업들의 피해만 3조에 이르고, 드러나지 않은 것을 포함하면 약 10조까지 추산됨에도 불구하고 정부 금융당국은 KIKO 관련 피해기업에 대한 실태조사와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 단순히 이 문제를 은행과 피해기업간의 책임공방으로만 두기에는 그 피해액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정부의 역할과 주어진 관리감독 권한은 방기한 채 시장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무책임한 행동은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현재까지 KIKO 피해기업들의 분쟁조정을 신청한 이후 조정에 이른 것은 단 한 건 뿐이라는 것은 금융당국이 얼마나 KIKO사태에 대해 안이하게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증명하는 사례이다.


 정부는 KIKO사태 해결을 위해 전면에 나서야 한다. 먼저 KIKO 사태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정확한 실태조사 없이는 적절한 대책 또한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도 KIKO 피해에 대한 자료들은 대부분 키코피해공대위 측 자료가 많이 인용되고 있다. 이는 키코피해공대위에 가입된 일부 피해기업들의 피해액만 산출된 것 일뿐, 여러 가지 이유로 키코피해공대위에 함께하지 못하는 기업들의 피해액은 어림잡아 추정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액이 10조원이 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들리기도 하는 것이다.
 둘째, 보증지원을 통한 대출확대마저 올해 말에 지원이 종료되면, 이들 피해기업들은 대부분 부도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거나, 경영권을 헐값에 넘기는 등 제2의 외환위기와 같은 엄청난 피해를 당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법원의 소송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와 같은 지원 대책을 한시적으로 다시 연장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은행의 협박과 강압으로 피해기업들이 소송을 취하하거나 부도로 이어지지 않도록 금융기관을 감독해야 함이 마땅하다.
 셋째, 10조까지 추산되는 피해규모에 대해 대출확대를 통한 지원 대책은 이들 피해기업이 경영 정상화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유동성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일시적인 미봉책에 그치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실질적인 피해 중소기업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해야한다. 금융기관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중재와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함이 마땅하다. 이와 관련하여, 은행이익의 10%를 서민대출로 하기로 한 것처럼 은행권의 피해기업에 대한 지원과 함께 인도처럼 은행이 기업손실의 60-70%를 지원하기로 한 사례는 검토될 만하다. 또한 일부 국회의원들이 이번 국감에서 제안한 ‘키코피해기업 지원기금 설립’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KIKO 사태를 해결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 금감원은 관리감독 부실을 인정하고 거래를 면밀히 확인하여 최종 수혜자가 누구인지를 밝혀야 한다. 이와 함께 파생상품시장을 효과적으로 관리·감독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KIKO와 같은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위험이 금융시장을 넘어 실물경제에 얼마나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는지 우리는 두 눈으로 보았다. 앞으로도 금융이 발전하면 할수록 이 같은 위험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효과적인 규제를 통해 이러한 리스크를 관리 감독할 의무를 지니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길 바란다.



2010년 10월 18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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