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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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재경부 남대문 출장소’를 스스로 자초한 한국은행


지난 금요일(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2.75%)으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일제히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이 시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임을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블룸버그>는 HSBC와 노무라홀딩스 이코노미스트의 말을 빌려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완화하는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정부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조절하는데 계속 실패한다면 외국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당국의 의지에 대해 의문을 품을 것이고 한국을 떠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듯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은 11일 당일에만 6,100억원 가량을 매도하며 지수를 2,000선 아래로 끌어내렸으며, 나흘 동안 2조 3,000억원 가량을 순매도 했다. 외환시장에서도 금요일에만 환율이 11.60원 상승하며 불과 며칠만에 30원 가량 폭등한 1,127원으로 마감했다.



수입물가 상승 → 생산자물가 상승 → 소비자물가 상승의 고리



이렇게 시장에서 한은의 금리동결에 대해 비판적인 이유는 물가상승 압력이 점점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4.9%, 12월 5.2%에 이어 올해 1월 생산자 물가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6.2% 폭등했다. 소비자 물가지수 또한 올해 1월 4.1%(전년동월 대비)오르며, 한은 목표치인 3.0±1.0%를 넘겼다. 다음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수입물가 상승(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생산자 물가를 높이고, 다시 소비자 물가를 연쇄적으로 높이는 구조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전년동월대비 물가지수 상승률 추이>



[자료: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유동성의 과도한 증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하는 것은 물가지수 뿐만이 아니다. 국내 유동성 추이를 살펴보면, 국가경제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유동성공급 수준을 나타내는 L(광의의 유동성)은 2006년초 약 1,655조원에서 2010년말 2,719조원로 크게 증가했다. 금융기관 유동성을 나타내는 Lf 지표 또한 1,390조에서 2,137조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는 908조원에서 1,100조원으로 증가한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유동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급속히 유동성이 증가한 이유는 2008년 금융위기에 대한 정부의 재정정책의 결과와 함께 부동산 경기활성화를 위한 주택자금대출의 확대에 따른 것이다. 이렇게 유동성 증가에 의한 인플레이션에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도, 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살리겠다고 또다시 대출을 장려하는 2.11 전세대책을 통해 타는 불에 기름을 붓고 있다.




<국내 유동성 증가 추이>



[자료: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물가안정보다 경제성장률이 더 중요한 이명박 정부



결국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김중수 한은 총재의 말처럼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동결된 것이 아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시장에서 느끼는 물가상승 압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금통위원들이 모를 리가 없다. 따라서 시장도, 금통위원도 원하지 않은 금리동결이라면 금통위가 독립적 운영을 전제로 물가안정이라는 본래 목표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즉, 청와대와 정부의 성장 논리에 부하뇌동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미 정부는 올해 목표를 ‘5% 성장, 물가상승 3%’로 제시한 바 있다. 물가도 잡아야 하는 것을 알지만 ‘경제성장률 5% 달성’에 상대적으로 더 목을 매고 있는 청와대의 의중이 이번 금리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명박 정부가 현재 추구하고 있는 저금리-고환율 경제구조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수출 대기업의 성장에게만 유리할 뿐이다. 수출 대기업이 사상 최고 매출액을 올리며 경제성장률을 뒷받침 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많은 국민들은 물가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정부는 공정위, 방통위, 금융위 등의 행정력을 동원하여 유통, 정유, 통신, 카드 등 내수 중심 기업을 강제로 찍어눌러 물가를 안정시켜 보려하지만, 결국 이러한 국가주도의 강압적인 단기 대증요법은 시간이 흐르면 시장에서 인플레이션과 금융위기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물가안정 본연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한국은행



이번 금통위의 금리동결 조치는 명백한 실기(失氣)이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이 정부의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예금은행의 가계 주택담보대출은 2009년 24.5조원, 2010년(1월~11월) 17.6조원이 각각 증가했다. 동 기간 중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증가분(2009년 20.9조원, 2010년(1월~11월) 19.9조원)의 각각 117%, 88.8%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증가하고 하여, 2010년 11월 65.3%까지 치솟았다.



대출증가에 따라 유동성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 이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금리인상을 늦춘다면, 추후 인플레이션 압력을 이기지 못해 시장예상보다 빠르게 금리인상이 단행될 경우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금통위는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통해 시장에 물가안정 의지를 표출하여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한국은행법 제1조는 한국은행의 목적을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하여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에 두고 있다. 정부의 경제성장 목표과 물가안정이 상충될 때 한국은행의 가장 우선된 목표를 경제성장이 아니라 바로 물가안정에 두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 때문에 경실련 뿐만 아니라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한국은행의 독립성 확보를 강조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본연의 물가안정 책무를 무시한 채, 정부의 5% 경제성장을 맞추기 위해 계속 금리인상을 실기(失氣)한다면, 결국 재경부 남대문 출장소라는 오명을 스스로 뒤집어쓰는 셈이 될 것이다. 끝.


[문의] 경제정책팀 02-3673-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