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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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중소기업] 하이닉스 처리문제에 대한 경실련 입장

하이닉스 처리 문제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


  하이닉스 채권단 협의회는 어제(29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마이크론사와 체결된 매각 양해각서(MOU)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작성한 재무구조개선안에 동의, 오늘 오전 열릴 예정인 하이닉스 이사회가 이에 대한 승인 여부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이로써 지난 3년간을 끌어왔던 하이닉스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하이닉스 문제는 반도체시장의 침체로 인한 D램 가격의 급격한 추락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빅딜정책에 의해서 전자산업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이 별로 없으면서 높은 부채를 가지고 있던 현대전자로 하여금 무리하게 LG반도체를 인수하게 한데서 출발하였고, 그리고 그동안 다른 반도체 업계와는 달리 현대전자가 기업 내외의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서 그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하이닉스 매각 과정에 드러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은 국민경제의 발전과 시장 중심의 경제운영을 어둡게 하고 있다.


  먼저, 정부의 계속되는 시장에 대한 간섭과 지배, 그로 인한 시장경제질서의 마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에 경제부총리를 위시한 재정경제부 관리들은 하이닉스에 대해 정부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으며 채권단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하겠다는 발언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동안 회사채신속인수제를 통해 하이닉스에 편법적으로 자금을 지원했는가 하면, 얼마 전 마이크론사와의 협상 과정에서 협상당사자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에서 한빛은행으로 바뀌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하이닉스 매각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행사하였다.


  또한 채권단의 매각 양해각서 승인을 앞두고 투신사들이 이에 부정적이자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관치논란을 무릎쓰며 직접 투자신탁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투신사들이 이에 적극 협력해 줄 것을 부탁하며 이들을 설득, 압박하였다.


  이는 정부가 하이닉스의 부실원인이 정부의 인위적인 빅딜에 일정정도 기인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로서의 역할을 망각하고 하이닉스 매각문제를 조속히 매듭지음으로써 구조조정의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시장기능을 무시한 또 다른 관치라 아니할 수 없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사와 체결된 조건부 양해각서와 그 체결 내용은 납득의 수준을 넘어 허탈감을 갖게 한다. 5개월간의 협상결과 이루어낸 체결의 형식은 몇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양해각서 자체가 파기되는 조건부각서이다. 또한 그 체결 내용을 살펴보면 매각대금이 당초 예상했던 38억 달러보다 6억 달러 가까이 줄어들었으며, 하이닉스 채권단이 마이크론 본사의 보증도 없이 15억 달러의 신규 대출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리고 우발채무 문제를 비롯해 주요 쟁점사안에서 마이크론의 요구가 거의 대부분 관철된 내용이다. 이는 협상당사자의 무능함을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항간에 나도는 매각과정에서의 채권단에 대한 정부의 압력을 입증해주는 결과라 할 것이다.


  따라서 <경실련>은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금융시장의 규율이 바로 서기 위한 단초로써, 최근 하이닉스 처리 문제와 관련하여 정부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는 지금이라도 하이닉스 처리 문제에 대해 시장규율을 방해하는 더 이상의 어떠한 간섭이나 유혹도 배제하여야 한다.


  우선 정부는 주어진 권한을 넘어 시장경제원칙을 훼손하는 어떠한 간섭도 배제하여야 한다. 정부는 일부 채권 은행의 대주주이다. 대주주로서 은행 경영진에 대해 하이닉스 처리에 관한 의견을 개진 할 수 있다. 이것이 전부이다. 더 이상 어떤 형태로든 관여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일부 다른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매각에 찬성하도록 직접적으로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압력에는 채찍과 당근이 있기 마련이다. 금융감독당국이 어떤 특정 사안에 대한 대가로 다른 사안들에 대해 원칙에 어긋나게 처리한다면 그 자체가 금융감독시스템 나아가 경제 전체의 불투명성을 증대시킨다. 이는 우리 경제의 신뢰회복과 경쟁력 강화에 커다란 장애요인이 된다.


  만일 매각협상이 결렬된다면, 하이닉스는 법정관리로 가고 결국 청산되어 많은 실업자가 발생하고 금융권의 부담이 현실화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정부는 이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이것이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신뢰를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길이다. 이를 믿을 수 없다면 시장경제를 포기하여야 한다.


  둘째, 하이닉스 처리 문제는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전제하에 모든 처리과정이 투명하게 해결되어야 한다.


  정부는 모든 경제문제의 궁극적 목표가 시장경제의 활성화를 통한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實事求是的 관점에 서서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하여야 한다. 정부가 시장실패를 간과해서도 안되지만 정부가 시장보다 더 우월하게 문제해결을 할 수 있다는 오만을 가져서도 결코 안된다.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시장보다 강력한 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유혹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 이는 건전한 시장육성을 방해하여 장기적으로 우리 시장경제의 잠재력을 훼손하는 편법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이란 ‘다같이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인 바, 이는 ‘다같이’ 잘 살기 위해 형평의 중요성과 동시에 다같이 ‘잘살기’ 위해 효율의 중요성도 간과하여서는 안된다. 이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함에 있어서 결코 정부가 시장보다 우월할 수 없음은 이미 수세기에 걸쳐 선진국에서 증명된 바이다.


따라서 정부는 하이닉스 처리와 관련해서도 정치적인 유혹을 떨쳐버리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대명제하에 시장경제원칙과 투명성이 보장되는 개혁을 택하는 대도를 걸어야만 한다. 그 길만이 우리 경제가 다함께 잘살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