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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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중소기업] 정부의 부당내부거래와 세무조사 유보에 대한 경실련 입장

  고건 국무총리가 어제(12일) 경제단체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경제가 나쁜데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 내부거래 일제 조사를 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며 한꺼번에 기업을 몰아치는 일이 없도록 속도조절을 통해 국정 조정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4일 삼성·LG·SK·현대자동차·현대·현대중공업 등 6개 그룹에 대해 4월부터 계열사 간 우회지원 등 부당 내부거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이날 고건 총리의 발언은 대기업정책의 주무기관인 공정위와 사전논의 없이 총리실의 일방적 결정이 당일 통보된 뒤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 한 달도 채 안된 상황에서 현실론을 내세워 시장 개혁을 후퇴시키는 것이 국가 신인도나 투자활성화 도움이 될지 대단히 의심스럽다. 투명한 시장이 기업경쟁력의 요체라며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노무현 정부의 개혁의 원칙만 흔들리면서 혼선만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역설적으로 정부의 논리는 ‘한 가정이 경제적으로 어려우니 그 가족 구성원의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덮고 모른 채 해주자’는 것과 같다. 이러한 논리는 결국 정부가 투명하고 깨끗한 시장질서를 흐리는 행위를 방조하는 것과 같다.


  부당내부거래나 세무조사는 경기와 아무런 연관성도 없으며, 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투자가 활성화되거나 경기가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SK사건에서도 보아왔듯이 재벌의 잘못된 행위가 문제이며, 재벌의 이러한 탈법, 불법 행위가 개선되지 않으면 경제는 항상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김대중 정부의 시장 개혁의 실패가 법만 만들어 놓고 공정하게 집행하지 않았기 때문임을 상기한다면 경제가 어렵다고 잠시 덮어준다면 문제만 더욱 심각해질 뿐 달라 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작금의 경제불황은 이라크전쟁우려와 북핵위기로 인한 대외적 요인에 더하여 지난 정부의 부정적 유산인 가계부채급증과 분식회계로 인한 시장의 불신으로부터 연유한 것이다. 따라서 경제불안에 대한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여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할 첫 번째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일시적 미봉책으로 덮고 갈 때에는 오히려 시장의 불신이 더욱 커져서 정말로 제2의 경제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최근에 검찰조사에 의해 불거진 SK의 분식회계문제는 사실상 금감위가 진작에 밝혀내어 사전에 경고하고 시장규율을 바로 세웠더라면 그토록 확대되어 시장에 충격을 훨씬 적게 줄 수 있는 문제이었다. 그러나 금융감독당국이 뒷짐지고 직무유기를 하는 동안 분식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었고, 급기야는 외국투자가를 위시한 시장 전체의 불신을 받게 되었다.


  따라서 정부는 시장의 신뢰를 조속히 회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기업들의 불법탈법행위를 눈감아 주는 것이 아니고 감독체계를 정상화하고 기업회계관행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시스템을 즉시 개선하는 것임을 알고 분식회계를 하지 않고 있는 건전한 기업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옥석을 구별하여 시장신뢰도를 높이는 조처가 급선무임을 알아야 한다. 즉,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국제적으로 신인도를 높이고 기업가치를 높여 투자유치가 가능하도록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확보하여 경제파고를 헤쳐나가도록 정도를 걷는 것이 지름길임을 알아야 한다.


  정부가 정말 경제가 걱정되면 재정운용의 조절을 통해 투자분위기를 촉진시키는 것은 정당하다. 오히려 공정한 질서와 관련한 행위에 대한 감시 감독행위를 포기하면 시장의 불확실성만을 높이는 결과가 되어 위기극복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당내부거래나 탈세 등의 행위에 대한 감독은 경제상황과 상관없이 일상적으로 유지해야 할 정부의 기본 의무이다.


  결론적으로 고건 총리의 발언은 노무현 정부의 시장개혁 정책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 그러므로 노무현 정부는 지금 시점에서 개혁의 원칙과 방향을 다시 한번 돌아보며 향후 일관되게 개혁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