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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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중소기업] 경영권 방어 도움된다던 두 달전 브리핑은 어디로?

윤은숙 간사 (경실련 경제정책국)


열린우리당과 정부가 모두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폐지를 합창하고 있다. 대기업의 투자 및 경영권 방어능력 확충을 위해 출총제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은 출총제와 금융산업구조개선법 등으로 외국기업들보다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에 출총제 검토 여부를 언급했고, 열린우리당의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연말에 출총제 폐지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강 의장은 특히 “(출총제 폐지로) 국내 자금을 끌어들여 외국인 지분율을 낮추는 쪽으로 가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해 외국자본의 적대적 M&A 위협을 출총제 폐지로 완화할 수 있을 것이란 견해를 보였다.


이런 열린우리당의 입장은 그동안 출총제가 기업의 투자를 위축해 경영권 방어에 걸림돌이 돼왔다는 재계의 주장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그런데 불과 2개월 전 2006년 1월 10일 국정 브리핑의 제목은 이러하다.


‘출자총액제한제 경영권 방어에 오히려 도움’


1월의 국정브리핑에서 이야기하는 출총제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출자총액제한제도의 근본 목적은 재벌의 계열사 간 순환출자를 통한 경제력 집중, 독립 중소·중견기업과의 불공정한 경쟁을 억제하는 데 있는 것이며,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어렵게 하는 제도가 아니다.


굳이 경영권 방어와 관련해 얘기한다면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소유지배 구조를 건전하게 해 오히려 경영권 방어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복잡한 순환출자에 의해 가공자본으로 연결돼 있는 재벌의 소유지배 구조 자체가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의 표적이 되는 요인이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지분이 높아 총수 일가에 대한 감시·견제가 충분하니 이제 출자총액제한제도는 필요없다는 주장도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지난해 4월 1일 현재, 총수 일가의 실질 소유지분 평균은 4.9%임에도 계열사 지분을 포함하여 51% 수준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2003년, 2005년에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가 우리나라 시장상황에 대해 연구한 결과는 아직까지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해도 될 만큼 시장 자율감시가 충분한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자세한 설명과 더불어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 교수의 말까지 인용하면서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해서는 “실패할 경우 국가경제시스템에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는 대기업 출자에 대해 일정한 수준의 정부 규제가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고까지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정부 역할은 공정 경쟁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라면서 출총제를 폐지하자는 성급한 발언은 재벌문제에 대한 시각 및 정책과 관련해 그동안 해 온 노력과 성과를 헛되게 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게 된다고 말한다.


물론 정부는 재벌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질 경우 내년 중반, 즉 다시 말해 2007년 중반 정도에 폐지를 검토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단다. 아직은 재벌이 개혁되었다고 할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국정브리핑이 나온 지 고작 2개월여밖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2개월 도대체 우리의 재벌 기업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가? 그새 모든 개혁이 완료되었단 말인가?



▲ 14일 열린우리당사 앞에서 열린 <강봉균 정책위의장의 출총제 폐지발언 항의 기자회견>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참여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였다. 노 대통령은 ‘국민의 정부가 취한 재벌개혁의 방향이 옳았고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으나 정권 말기에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대기업집단의 왜곡된 지배구조와 불투명한 경영, 불공정한 경쟁, 부당한 세습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출총제의 유지를 약속한 바 있다.


재벌이 우리 경제 성장에 어느 정도 역할은 해왔지만, 그동안 순환식 출자로 문어발식 경영을 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


이미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이미 비슷한 논리로 1997년에 한 번 폐지되었다가 계열사에 대한 대기업들의 내부지분율이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일어남에 따라 다시 부활하였다.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정치적인 논리와 단기적인 시각만 가지고 정책을 결정할 때는 이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정부는 출자총액제도에 대한 면밀한 검토 및 그 성과와 현재 기업 상황에 대한 자세한 조사를 거치고, 그 폐지가 가져올 영향을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2개월 만에 이런 식의 뒤집기는 단순히 정치논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이면 누구나 눈치 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