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재벌/중소기업] 국회가 개정안 부결로 출총제 폐지 막아야 한다

오늘 국무회의는 출총제 폐지, 지주회의 부채비율 200%이내 제한 및 비계열회사 주식 5%이상 초과보유 금지 조항 폐지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의결하였다. 


경실련은 정부의 이러한 조치는 현재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과 경제력 집중 폐해만을 더욱 심화시켜 우리 경제를 더욱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상호출자에 대한 제한 기준도 자산2조원 이상에서 5조원이상으로 완화한 것을 상기한다면 정부의 이번 공정법 개정안은 사실상 재벌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을 상실하는 것이 된다. 특히 지주회사 요건 완화를 통해 현재 재벌들의 전근대적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실효적 수단들을 모두 용도 폐기하는 것이 되어 말 그대로 우리 경제를 재벌을 위한 경제로 내주는 꼴이 된다.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출총제 폐지 이후에도 대기업들이 과거와 같은 무분별한 확장을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는 경제검찰의 수장으로서 현실을 호도하고 있다. 이미 지난 6월25일 공정위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6월초 기준으로 자산총액 상위 10대그룹(민영된 공기업 제외)의 계열사는 459개사로 5년 전인 2003년 6월초에 비해 149개(48%)사가 늘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6개에서 38개로, SK그룹은 59개에서 83개로, LG그룹은 분할 전인 계열사 수가 50개였으나 분할 이후 LG그룹 37개, GS그룹 59개, LS그룹 23개로 모두 합했을 때 119개로 늘었다. 당시 공정위 관계자도 “재벌들이 사업을 지나치게 확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대책이 필요함을 인정하였다.


그런데도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러한 현실을 도외시하고 문어발식 확장을 막을 수 있는 제도를 없애면서 위와 같은 발언을 하는 것은 경제검찰의 수장으로서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이다. 현 상황에서 정부의 출총제 폐지는 결국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더욱 공고히 해주는 것뿐이다.  


더욱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은 최근 이명박 정부의 출총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조치가 공기업 민영화나 정부소유기업의 매각 조치와 맞물리면서 사실상 재벌들의 문어발식 확장과 경제력 집중을 현실화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건설, 하이닉스, 산업은행 등 지분매각을 추진 중이거나 민영화 대상 기업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벌대기업들은 차입경영 등을 통해 인수자금을 모으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는 현실이다. 심지어 이러한 재벌들의 차입으로 인해 국내 금융기관이 국제금융시장의 위기와 맞물려 또 다시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의 출총제 폐지나 금산분리 완화 조치는 재벌들의 영토확장 경쟁을 불러 일으켜 경제력 집중 폐해를 더욱 심화시키고 현 경제위기를 더욱 심각하게 할 가능성까지 존재한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출총제 폐지 결정은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재벌들을 위해서는 어떤 것도 할 수 있다는 친재벌 정부로서 자신들의 성격을 분명히 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런 의도가 아니라면 정부가 주장하는 투자촉진 등과는 무관하고 순기능이 없는 이러한 폐지 조치를 강행할 수 없다.


현재 재벌대기업들은 사내 유보율이 700% 가까이 되고 있으며 작년 11월 기준으로 7개 그룹의 출총제 적용제외 후 출자여력도 37조 4천억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출총제가 투자를 막고 있다는 재벌이나 정부의 주장은 근거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이번 출총제 폐지로 향후 재벌들의 투자여력은 일자리 창출과 같은 신규 순투자보다는 오히려 기업인수 합병이나 공기업 인수에 나설 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정부는 투자촉진이라는 이유로 출총제 폐지를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재벌들의 문어발식 확장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출총제는 경제력 집중 등의 폐해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 제도 손질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는 출총제 도입 취지를 고려하여 폐지를 우선할 것이 아니라 먼저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순환출자 금지나, 주주대표소송 및 집단소송 실효성 강화, 사적기회 편취제도 도입 등 새로운 규율 안을 우선 합의하고 진행하여야 한다. 대안 없는 무조건적인 출총제 폐지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과도한 시장지배력을 조장하여 무질서한 시장질서를 획책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현재 우리경제가 국제적 요인과 정책실패로 인해 전체적으로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이 와중에도 재벌들은 서비스업 등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범하고, 원자재 가격 폭등 등의 위기를 하도급이나 납품으로 묶여 있는 중소기업으로 전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재벌규제 완화 등과 같은 정책보다는 시장 다수가 공감하는 정책에 나서야 한다. 국무회의가 오늘 공정법 개정안 의결은 이러한 국민들의 바램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후 국회에서 충분한 개정안 심의를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검토하여 졸속적인 출총제 폐지를 중지하는 조치를 취해주길 재차 간곡하게 촉구한다.


[문의 : 정책실 02-3673-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