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재벌/중소기업] 기업지배구조 개선 관련 상법개정안 후퇴에 대한 경실련 입장

상법개정안 후퇴는 경제민주화 포기



재계의 상법개정안 반대는 재벌총수의 기득권 유지 의도

상법개정을 통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제고해야

전경련 등 19개 경제단체는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기업지배구조 개선 관련 상법개정안에 대해 ‘정상적인 기업의 경영권마저 흔들어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을 더욱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이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주무부처인 법무부 장관은 재계 입장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으며, 여당은 개정안 수정 방침을 분명히 했다.

재벌총수의 전횡을 견제하고 이를 통해 기업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시킬 목적으로 추진 중인 상법개정안에 대해 재계가 이를 전면 반대하는 것은 재벌총수의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시도이며, 여기에 당정이 부화뇌동하는 것은 재벌 논리에 포획되어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를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먼저, 이번 상법개정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및 국정 과제로써 이의 후퇴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포기와 같다.

대기업집단 지배주주의 지배력 유지․강화의 원인이 되는 소유․지배구조의 투명성․책임성을 제고시키기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그에 따른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의무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만약 재계의 요구대로 당정이 이를 수정한다면 박 대통령이 이를 용인하는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경제민주화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복지지출을 위해 현실적인 대안으로 요구되는 증세에 대해서는 고집스러울 정도로 ‘증세 없음’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박 대통령이 왜 경제민주화 후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둘째, 상법개정의 목적은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재벌 총수의 전횡을 견제하고 그간 유명무실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다.

과거 1997년 외환위기의 주요한 원인은 재벌 총수 일가를 중심으로 한 비효율적인 기업지배구조에 있었다. 이러한 기업지배구조개선의 일환으로 내부감시강화를 위해 사외이사, 감사 및 감사위원회가 도입되었으며, 투명성 제고를 위해 공시제도가 강화되었다. 그러나 감사위원은 일괄선출 방식으로 독립성을 제고할 수 없으며, 집중투표제는 정관에서 배제할 수 있는 등 운영과 내용적인 면에서는 실효성에 상당한 문제가 있어 재벌총수 일가의 전횡을 견제하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결국 상법개정은 재벌총수 일가의 전횡으로 막기 위해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서 정상적인 기업활동 저해와는 무관한 사항이다.

셋째, 상법개정이 되면 경영권이 위협받는다는 재계의 주장은 과도한 것이며, 이는 기존의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시도이다. 

재계가 상법개정과 관련해 외국계 투기자본의 경영권 장악 우려와 경영효율성 악화로 투자와 고용이 하락할 수 있다는 논리는 과도한 주장이다. 외국 투기자본의 경영권 장악 사례로 든 SK와 소버린과의 경영권 다툼은 최태원 회장의 분식회계로 인한 기업가치의 하락이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이었으며 오히려 재벌총수 일가의 불법행위를 제도적으로 방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된 결과이다. 따라서 재계가 경영권 위협 운운하며 상법개정안에 반대하는 것은 재벌총수 일가가 그동안 누려왔던 기득권을 현상유지하겠다는 의도로 밖에는 볼 수 없다.

재벌총수 및 총수 일가 등 지배주주가 적은 소유지분으로 계열사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는 ‘소유와 지배의 괴리’ 문제와 이들의 지대추구 행위로 인한 ‘경제력 집중’ 문제는 그간 우리 사회의 경제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따라서 경영투명성 및 책임성 강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개선은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임을 분명히 하며 경실련은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먼저, 재계는 상법개정안 반대에 앞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책을 즉각 제시해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형제의 횡령 사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배임사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배임·탈세·횡령 사건 등에서 드러난 재벌총수의 전횡이 횡행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반성없는 상법개정안 반대는 설득력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의 상법개정안 반대는 앞으로도 재벌총수의 불법행위를 용인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재계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책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옳다.

둘째, 당정은 재벌 논리에 포획되어 무작정 이를 수용할 것 아니라, 면밀한 검토를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기업지배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지난 6월 경제민주화 입법 역시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여야가 재벌 논리에 포획되어 용두사미로 전락하고 말았다. 입법예고 단계에서부터 재계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당정이 재벌의 논리에 포획된다면 이번 기업지배구조 개선 역시 지난 경제민주화 입법과 같이 실효성없는 개선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당정은 재계의 의견을 무작정 수용할 것이 아니라, 재벌총수 일가의 전횡을 견제하며 경영투명성을 제고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기업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무엇인지를 강구해야 한다.

경실련은 이번 상법개정안에 대한 재계의 반대와 당정의 수정 움직임을 규탄하며, 상법개정안 국회 제출과 법안 심의 과정에서 적극 대응하며 올바른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