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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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TV 코메디프로그램에 관한 모니터 보고서

Ⅰ. 들어가며


  청소년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사회전반에 걸쳐 폭력추방에 관한 열의가 높아짐에 따라 폭력을 주요소재로 다루는 방송프로그램도 비판의 도마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코미디 프로그램은 과거에 비해 신체적인 폭력을 소재로 한 내용은 많이 줄어든 반면 언어를 통한 인격모독이나 선정적인 장면연출로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정서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메디 프로그램은 대부분이 가족들이 모이는 황금시간대에 배치되어 있어 청소년뿐만 아니라 가족구성원 모두에게 접하기 쉬운 방송장르로 자리잡고 있다. 바쁜 일상속에서도 잠시 건전한 웃음으로 휴식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코메디 프로그램은 더없이 좋은 친구이기도 하다.


  이에 본 회는 현재 방송되고 있는 평일 가족시간대의 코메디 프로그램의 모니터를 통해 현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수용자의 입장에서 바라는 방향제시를 통해 미래의 보다 질높은 코메디프로그램 생산에 일조하고자 한다.


Ⅱ. 분석기간 : 1997. 11. 13 ~ 1997. 12. 3


Ⅲ. 분석대상 : 평일가족시간대 방송되는 방송3사 코미디 프로그램


 KBS 2TV 열려라 코메디
 MBC 오늘은 좋은날
 SBS  웃으며 삽시다


Ⅳ. 분석결과


억지웃음 유발의 주요수단 신체적 폭력 – 내용과 무관한 무분별한 사용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도 웃음을 자아내기 위한 주요수단으로써 신체적 폭력은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도구를 사용하여 머리를 때리고 따귀를 때리고 발길질을 하는 등의 폭력은 내용과는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사용되어진다. 특히 KBS 『열려라 코메디』의 <자갈치 가족>코너에서 아버지(이봉원 분)가 막내 아들을 대상으로 9분동안 약 12회에 걸쳐 머리를 흔들고 등을 때리고 얼굴을 흔드는 등의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은 시청자로 하여금 억지웃음을 끌어내기에 급급하였을 뿐 ‘가족’이라는 소재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왜 그런 코너를 진행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신체적 폭력은 주로 상하의 사람관계속에서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거나 무시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빈번하게 코메디 프로그램을 대하는 청소년들에게 약육강식이라는 그릇된 인간관계를 알게 모르게 주입시킴으로써 청소년기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된다. 또한 우두머리격인 한사람을 중심으로 약자인 다른 한사람에게 여러사람이 집중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은 ‘이지메’로 인한 학원폭력의 심각성이 날로 더해가고 있는 이시점에서 과연 웃고 즐기는 소재로 적합한가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증가추세에 있는 언어적 폭력 – 대부분 상대방의 인격을 무시하거나 모독하는 발언으로 분석


  신체적 폭력이 감소추세에 있는 반면 언어적 폭력은 줄어든 신체폭력의 자리를 채우려는 듯 점점 증가추세에 있다. 언어의 폭력이 나타나는 양상은 크게 외모비하, 비속어 사용, 등장인물간의 관계에 적합하지 않은 비상식적인 대화 등이다. 그리고 여기에 새로운 언어수단으로 등장한 자막처리는 시각적 효과를 통해 의사전달의 범위를 확대시키려는 새로운 시도로 보여지나 대부분의 내용이 직접대사로 처리하기 어려운 속안의 부정적 느낌을 화면자막으로 구체화시켜 문제시 되고 있다.


방송에 나타나는 언어적 폭력은 직․간접적으로 상대방이 인격을 모독하거나 무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언어적 폭력의 주요한 행사자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사회자이다. 출연자의 약저을 이용하거나 인격을 격하시키는 등의 발언행동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려는 것은 천박하고 저급한 수준의 반영을 뿐이다. 한 예로 수능을 앞두고 있는 청소년 가수를 면전에두고 사회자가 “아무리 주위에서 격려해 줘도 본인이 (공부)못하면 못하는 거다”(KBS 열려라 코미디 중) 라고 말해 출연자를 무안하게 하는 ‘내용이야 어떻든 웃기고 보자’라는 식의 사회자의 발언은 코미디 수준을 잘 보여주고 있다.


  프로그램 사회자의 자질이 프로그램의 질 향상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가를 잘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누가 보아도 눈살을 찌푸릴 만한 대사들도 심각한 언어적 폭력으로 지적되었다. 예를 들면 ‘웃기고 자빠졌네’, ‘별 주접을 다 떠누만’(MBC 오늘은 좋은 날 중), 사람으 가르켜 ‘시접 쓰레기’(SBS 웃으며 삽시다 중) 라고 지칭하는 등 차마 입밖으로 내밷기 어려운 말들을 심심찮게 사용하여 불건전한 언어와 의식을 확대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형별로 언어폭력의 실태를 보면


1) 외모를 소재로 한 언어폭력


외모가 사람을 평가하는 주요한 기준으로 사용되어 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이런 경향을 지양하려는 노력은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실력과 재능이 있어도 미모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방송가에서 발탁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코미디 프로그램의 경우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사람에 대한 평가의 기준으로 외모를 최우선하는 대화와 분위기 설정이 많다. 대사의 경우 상당히 직설적이고 과감해서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MBC의 『오늘은 좋은 날』의 경우 조혜련, 김효진, 정경숙, 이경실 등 간판급 여자 연예인들이 서로서로 상대방의 외모를 비하하는 내용의 대사가 많아 여성에 대한 그릇된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2) 등장인물간의 관계에 부적합한 비상식적인 대사 – 가족을 소재로 한 코너에서 두드러지게 많아


엄마와 아들, 아버지와 아들간의 대화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비상식적이고 저속한 대사를 남발하고 있다. 핵가족화로 과거에 비해 가족간의 대화예절이 분명한 기준을 갖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볼 때 가족 모두가 함께 있는 가족시간대의 코메디 프로그램에서 가족간의 최소한의 규율조차 찾아볼 수 없는 비상식적인 대화를 통해 ‘재미’를 주고자 하는 것은 사회에 미칠 영향력에 대한 고려가 없는 무책임한 방송의 사례라고 보여진다.


3) 비속어의 남발


  코미디언이나 개그맨이 사용하는 유행어나 비속어 등의 전파력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막강하다. 비디오의 제명이나 상품이름 등에 흔히 사용될뿐만 아니라 사람들간의 대화속에서 자주 이용되어 그 영향력을 실감하기 어렵지 않다. 청소년의 경우는 거의 연예인들의 대사를 그대로 받아들여 자신들의 의사소통용어로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저속한 대사로 시선을 끌어 시청률을 높이겠다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은 극복되어야 한다.


  비속어의 사용은 자막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통해서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 연출 – 폭력적이거나 신체가학적인 요소 많아


  일상과 상식을 뒤집는 것은 코미디가 가지는 재미있는 특징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조금은 과장된 연기나 행동도 우리에게 웃음을 주며 경직된 사회분위기 속에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양념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과장된 연기나 행동이 폭력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신체에 가학적인 행위(물을 뒤집어 쓰거나 자신이 자신을 때리는 행위를 하는 등)를 하는 것으로 집중되어 나타나는 것에 심각성이 제기되고 있다.


  코미디에 나타나는 폭력과 신체가학의 장면은 예기치 못했던 상황에 대한 당혹함과 코믹한 상황에서 오는 ‘폭소’를 동시에 자아낸다. 그러나 위의 사례는 어린아이들을 지나친 제스츄어와 상황묘사에 유도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폭력적인 분위기연출로 상황설정에 비해 도에 지나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특히 어린이와 함께 꾸미는 코너의 경우 어른의 축소판으로서 어린이를 대상화하여 자라나는 어린이 정서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언어․신체적 폭력으로부터 무방비상태에 놓여있는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쉽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제시되었다.


메시지 전달의 부족


  각 방송사마다 나름대로의 소재선택에 있어서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MBC 『오늘은 좋은 날』의 서사극 형식의 <풍운의 별>은 ‘희랍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다루는 참신한 소재선택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극의 흐름이 사랑을 뺏고 뺏기는 사랑놀음에 맞추어져 있고 등장하는 인물간의 대사도 분위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자극적이고 저질적인 대사가주를 이루고 있어 아쉬움을 더해주고 있다. 신화에 등장하는 신의 이름과 의상세트만을 이용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신화에 나오는 많은 이야기거리를 끌어내어 문학과 코미디의 만남을 적절히 재구성했다면 신선한 ‘재미’와 함께 문학적 이해도 높이고 지적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좋은 코너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우주선안의 무중력상태를 묘사한 SBS의 <무중력 2001>의 경우도 음식을 가지고 장난치거나 상대방을 골려먹는 내용보다는 무중력 상태에서 나타날 수 있는 상상 가능한 여러 소재거리를 찾아 코너를 다채롭게 이끌었으면 한다.


  뮤직 비디오의 어제와 오늘을 비교해 볼 수 있는 KBS <복고 비디오>도 소재의 참신성이라는 면에서는 돋보였으나 비디오에 나타난 가수들의 외모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어 코미디의 현재의 수준을 넘을 수 없는 코너로 평가되었다. 오히려 대중가수들의 노래를 통해 그 당시의 사회상을 엿본다든지 가요계의 흐름을 시대별로 특정화시켜 비교하는 등의 내용적인 면이 좀더 보강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코미디는 여러 가지 간접 암시의 방법을 통해 시청자에게 많은 것을 전달해 줄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은 코미디가 사회구성원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웃음과 더불어 ‘보면서 생각할 수 있는’ 코미디가 많이 제작되어야 할 것이다.


Ⅴ. 결론 및 제언


즉흥적인 ‘폭소’보다 ‘잔잔한 웃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 인격모독의 발언 중심에서 벗어나 풍자와 해학을 다루어야 한다.


  상대방을 낮춤으로서 자기 자신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듯한 분위기가 일부 기성세대들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코미디가 이런 사회의 모습을 반영해 극을 만들어 나가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웃음거리로 포장된 인격모독의 발언이나 행동이 사회속에서 그대로 재현되어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풍자와 해학을 담은 이야기들이 종종 ‘잔잔한 웃음거리’로 사람들 사이에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 자라나는 세대들은 일부 코미디언들이 사용하는 유머스럽게 변형시킨 과격하고 난폭한 언어를 대화에 그대로 반영함으로써 ‘폭소’를 지향한다. 그냥 일순간 웃고 마는 것이다. 사회는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 가고 있고 그들의 삶속에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감동이 있다. 이런 모습들을 소재로 요즘 세태를 반영한 풍자와 해학을 만들어 내어 다양한 형식을 통해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것이 ‘영양가 있는 웃음’을 생산해 내야 할 올바른 코미디 프로그램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코미디언들의 자질을 높여야 한다.


  요즘은 직접 대본을 쓰고 연기를 하는 코미디언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자기가 하고 있는 분야의 모든 방면에 자질이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웬지 불안하다.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언어의 사용에 있어서 신중하지 못함(비속어의 유행과 비상식적인 대화 등)과 사회현상을 피상적으로만 파악하여 ‘웃기느냐? 웃기지 못하느냐?’라는 기준만으로 코미디에 그대로 반영하는 경우를 빈번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영화나 방송의 드라마 혹은 마당극의 경우는 작품의 희극적인 요소를 평가하는 기준이 웃기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측면보다는 관객 혹은 시청자로 하여금 웃음을 통한 카타르시스(자기정화)를 얼마만큼 느끼게 해줄 수 있는가의 측면이 더욱 강조된다. 작품성있는 희, 질높은 코미디를 만들기 위해서는 연기자나 작가의 자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미디언들이 공부를 이유로 해외유학을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얼나마 많이 배우고 왔는지? 어느 정도 코미디에 반영해 내고 있는지는 코미디가 앞으로 사회속에서 혹은 시청자 사이에 어떻게 자리잡아가느냐?에 따라 평가되어질 것이다.


사회정서를 감안한 소재선택으로 간접적인 사회참여의식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


  한동안 조직폭력배나 건달집단 등이 코미디의 소재로 유행처럼 사용되었던 시기가 있었다. 어느 정도 사회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여진다. 최근 IMF시대를 맞이하여 사회경제적인 불안정의 여파가 심리적으로 확대되어 사회적 불안감과 패배주의적 분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어린 초등학생들까지도 경제현실을 바로 알고 국산품쓰기 운동을 벌이면서 외제학용품사용을 추방하자고 결의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어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그리 긍정적이지 만은 않다. 매점매석, 사재기 등의 이기적인 모습이나 경제현실의 책임전가와 상호비방 등으로 불안심리를 가중시키고 있다. 요즘처럼 웃음을 잃기 쉬운 이러한 때 고통스러운 사회의 문제를 머리속에서 지우고 ‘한번 웃어보자’식의 프로그램으로 허탈감을 조성하기보다는 사회현실을 간접적으로나마 공감할 수 있는 소재 선정을 통해 사회참여의식을 일깨우는 건강한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한다.


  현실에 좌절하고 상실감에 빠져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현실을 풍자하여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도 웃음을 끌어내고 상실감에 빠져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현실을 풍자하여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도 웃음을 끌어내고 생활의 활력소를 제공해 주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다. 바로 이러한 의무와 역할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희극인의 자세가 아닐까하고 사회속의 코미디, 국민과 함께 살아있는 코미디, 진정한 웃음을 제공하는 마음의 안식처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1997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