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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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KBS 드라마 ‘학교’ 분석보고서

1. 서론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곳이 학교라는 이유로, 때로는 교권침해라는 이유로 우리사회는 학교의 현실을 과감히 드러내기를 주저해왔다. 연일 TV와 신문지면을 통해 학교와 청소년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에도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듯 드라마의 세계 역시 그 수위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현실과 이상과의 적절한 조화는 드라마의 생명이다. 허구의 세계만을 그려내는데 집착하거나, 현실 그 자체만을 반영할 때 드라마는 그 빛을 잃게 된다.


그러나, 드라마 ‘학교’는 학교 현장의 모습을 투명하게 보여주고 민감한 교육관련 문제를 사실적으로 접근하면서도 긍정적인 대안제시로 현실과 이상을 적절히 조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우기 사랑일변도의 멜로 드라마가 우세한 황금저녁 시간대에 교복입은 학생들과 학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은 미니시리즈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했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본 회에서는 드라마 ‘학교’의 분석을 통해 드라마 제작상의 소재선택 등 새로운 시도와 가능성의 기초를 마련하는데 보탬이 되고자 한다.


2. 분석기간 및 분석대상


1999년 3월 15일 ~ 1999년 4월 6일


KBS 2TV 미니시리즈 ‘학교’(월, 화요일 저녁 9시 50분)


3. 분석내용


1) 영상의 미학인가? 미화인가?


“딩동댕동~” 결코 가볍지 않은 종소리를 신호로 경쾌하면서도 빠른 템포로 드라마 ‘학교’의 주제곡이 시작된다. 그림같고 영화같은 느낌, 후레쉬가 터지는 듯 환상적인 느낌, 주제곡이 흐르는 화면에서 이미 드라마 속의 영상기법을 눈치채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감각적이면서 세련된 영상기법이 드라마를 돋보이게 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대각선 구도나 흔들어 찍는 기법이 특정인이나 특정상황을 미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지적되었다.


<사례1> 디스코 클럽에서 영한과 두나가 춤을 추는 장면을 360。돌려 찍기 (7회, 3월15일 방영분)


<사례2> 반장인 혁수가 원석과 그 패거리에게 담배를 달라고 하고 원석은 혁수에게 머리를 맞고 담배에 불을 붙여주는 장면을 대각선 구도로 잡음         (9회, 3월22일)


<사례3> 락카페에서 두나와 반 친구들이 병맥주를 먹으면서 반장인 혁수가 춤추는 것을 보는 장면을 위에서 아래를 향해 대각선 구도로 잡음  (10회, 3월23일)


<사례4> 폭력써클 일진회가 가짜 일일호프 티켓을 학생들에게 강매하고 받은 돈을 일진회 장에게 상납하고 손을 비비는 장면을 아래에서 위로, 대각선구도로 잡음 (10회, 3월23일)


<사례5> 학교 건물 뒤편에서 혁수가 일진회에 불려와 상납하는 장면을 대각선 구도로 잡음 (11회, 3월29일)


카메라를 순간 들고 흔들어 찍는 방식이나 대각선 구도 안에 인물을 넣는 방식은 혼란스러운 분위기나 불안한 심리상태를 연출하여 영상에 훈련되지 못한 대다수 기성세대는 물론이고 다양한 뉴미디어를 접촉한 영상세대에게도 화면이 압도당하기 쉽고, 짐짓 포장된 모습만을 보는데 그쳐, 특정상황과 문제의 성격을 흐리게 만드는 우를 범하게 된다. 특히 학교 폭력과 관계되는 장면에 주로 사용되는 카메라의 대각선 구도는 연출의 효과가 큰 만큼 시청자들에게는 심리적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인물 행동의 동기와 결과를 파악하기보다는 인물이나 상황 그 자체에 매몰되어 동기와 결과에 상관없이 미화되는 경향이 있어 신중한 사용이 요구된다.


2) 금기시된소재, 민감한 소재 -리얼리티를 살려내다


손쉬운 소재의 선택으로 드라마를 만들어오던 안이한 제작태도에서 벗어나 민감하지만 중요한 학교교육의 문제를 정면에서 다룸으로써 교육현실의 고정관념을 극복했다. 지금까지 청소년을 다룬 대부분의 드라마가 현실의 균형감각을 최대한 살리지 못한 채 현실보다 이성문제 등 재미 위주의 소재선택과 이상적인 성격만을 추구하는데 그쳤던 데 비해, ‘학교’는 참고서 강매문제를 시작으로 교권침해, 왕따현상, 교내 폭력, 교사 성추행. 성적 증후군, 교사 채벌 등의 다양하고 금기시된 교육관계문제를 과감하게 다룸으로써 학교현장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다루었다.


<사례1> 시험문제를 문제집에서 베낀 교사와 항의 전화한 학부모 그리고 이를  추궁하는 교감(명계남 扮)과의 갈등 (7회 3월15일)


<사례2> 소지품 검사한다는 얘기가 흘려지자 담배등을 숨기는 장면 (7회, 3월15일)


<사례3> 유흥업소에서의 미성년자 고용문제 : 고등학생인 영한이 단란주점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남자아이에게 “반말하지마 나보다 한살이나 어린게”라고 말해 미성년자 고용의 문제점을 보여줌 (7회, 3월15일)


<사례4> 밤새 포카를 치다가 지각하고 수업시간에는 하품만 하면서 교과서만  읽히고 자습시키는 교사의 모습 / 교사 고액과외 장면 (8회, 3월16일)


<사례5> 여고생의 임신과 미성년자 낙태문제 (9회, 3월22일)


<사례6> 교감에게 꾸중을 들은 교사가 수업 중 감정에 앞서 학생을 출석부로  심하게 귀와 얼굴을 때려 고막이 터지는 장면 (10회, 3월23일)


<사례7> 자신의 편견으로 일진회와 아무 상관없는 우혁을 짱으로 몰아간 학생  주임교사(강석우 扮)가 사실이 아님이 밝혀진 이후에도 자신의 잘못을 곧바로 인정하지 않는 권위주의적인 모습 (13회, 4월5일)


<사례8> 교사직업이 쥐꼬리만한 월급에 비전도 없고 꿈도 없다는 직설적인 내용을 표현하는 장면 – 이재하(이창훈 扮)선생과 애인과의 데이트에서  (13회, 4월5일)


<사례9> 학생주임교사가 교육개혁의 핵심이 교사에 있는 것처럼 왜곡되어 진행되고 있다는 문제점을 제기함 (14회, 4월6일)


3) 갈등해결의 철학 – “나는 할 수 있다.”


드라마 ‘학교’에서는 교사, 학생, 학부모 중 어느 한편도 가해자로, 피해자로 규정되지 않는다. 학생 내부의 갈등에서도 절대적인 가해자와 피해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왕따를 가해했던 학생이 왕따의 피해자가 되어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그 속에서 스스로의 가치판단으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것이 이 드라마의 특징이다.


학교교육의 제 문제는 구조적인 해결 없이 그 본질적 치유는 불가능하다. 법을 만들고 제도를 만들고 사회적인 의식을 변화시키고….


그러나 구조적인 해결이라는 이유 때문에 현실의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각자의 몫까지도 미뤄지거나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선생님과 학생 모두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동반자의 개념을 갖고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스스로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그 무엇보다 아름다울 것이다.


“나는 할 수 있다.” “내가 일어서야 한다.”는 철학이 뿌리가 약한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강한 힘이 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사례1> 왕따를 당했던 학생이 거부의사를 밝히지 못해 고통을 당하다가 혁수와 그 패거리의 요구를 거부하면서부터 스스로 굴레에서 벗어남


<사례2> 왕따를 시켰던 혁수가 그 패거리와 폭력써클 일진회로부터 왕따를 당하면서 고통을 받게 되고, 본인 또한 스스로 그 굴레를 벗어나 다른 친구(우혁)가 매도당한 위기상황을 해결해줌


<사례3>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힘들어하던 두언이가 시험문제를 훔치지만 시험지를 백지로 내고 가출했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아버지와의 갈등을 해결함


<사례4> 폭력써클 일진회의 짱으로 우혁을 단정하고 몰아가던 학생주임 교사가  사실이 밝혀진 후 처음에는 스스로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솔직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으나 술자리를 통해 자신의 편견이 오랫동안 굳어져 왔음을 시인하면서 인간적인 모습을 보임과 동시에 스스로도 오랫동안  학생주임역할에 길들여진 피해자임을 고백하는 과정


<사례5> 전교1등을 하면서 성적에 대한 불안감과 경쟁관계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아오던 정화가 과외도 안가고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는 등 갈등의 과정을 겪지만 그 갈등 속의 주체가 되어가면서 스스로 자유로워지는 과정


4. 결론 및 제언


교실과 교무실 안의 어두운 이야기에서부터 밝고 따뜻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가득 찬 시선들이 드라마를 통해 허물어져 갔다. 모범생 아니면 문제아로 구획 지어왔던 기성세대의 편견. 문제아는 항상 이럴 것이라는 틀과 그 틀을 재생산하는 고정관념이라는 괴물이 문제아와 모범생 각각에게 정해져 있는 공식과 기준을 벗어버리고 자유로운 인간으로서 각각의 개성과 능력을 인정하고 살려주는 드라마의 구도 속에서 사라져버렸다.


교사 역시 성숙해가는 인간임을 그려 권위적인 존재, 일방적인 존재이기를 거부하였다. 그리하여 드라마 ‘학교’는 학생과 교사. 교사와 학생, 그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가 주인공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학교”의 참모습일 것이다.


문제만 있고 해결책은 없는 그런 곳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없다. 교사도 변화하고 학생도 변화하고 학부모도 변화의 주체가 되어 모두를 구속하는 구조와 특을 변화시키는 것, 그 문제의식의 출발이 드라마 ‘학교’에 살아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드라마 ‘학교’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우선 “스타에 의존하지 않는 드라마는 뜰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드라마 학교를 통해 파기되었다. 영웅적인 존재를 만들고 이에 의존해 왔던 기존 드라마는 스타 시스템을 필요로 하고 스타시스템에 의존하는 순간 드라마의 틀은 이미 예정되어 버린다. 때문에 스타급 연예인 몇 명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부터 벗어나 드라마의 새로운 기획과 구성, 탄탄한 줄거리로 좋은 드라마, 새로운 드라마를 양산하는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


단순한 소재의 대상이자 청소년이라는 특정계층의 전유물로 취급되던 ‘학교’가 청소년과 기성세대를 동시에 TV앞에 앉혀 놓았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이는 드라마의 보다 다양한 소재선택과 현실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증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소재의 빈곤을 이유로 비슷한 소재선택을 반복해 오고 예측 가능한 구도와 식상한 내용으로 드라마를 제작해왔던 관행으로부터 탈출하여 드라마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더불어 남녀간의 복잡한 애정관계를 주고 다루는 드라마 시장에 새로운 소재와 내용으로 승부하여 드라마 시청층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제작진의 적극적인 의지와 시도가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99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