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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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방송3사의 만화영화 방영에 대한 제안서

우리의 아이들은 만화 속의 캐릭터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새로운 문화 창출의 욕구를 갖게 된다. 등장 인물의 성격, 행동, 만화 속의 여러 상황들 속에서 자신이 주인공인양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동화되는 순간들을 만끽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아이들이 만화 영화를 보고 보여주는 모방행동이나 표현하는 이미지는 칼을 휘두르거나 주문을 외우고 소리치면서 무형의 대상에 대한 적개심을 갖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것이 우리 TV만화 영화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우리는 흔히 아이들은 꿈을 먹고 사는 꿈나무이며 우리의 미래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현재 공중파로 방송되는 어린이 만화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수입만화영화이다. 특히 쉴새없이 변화하는 빠른 화면구성과 현란한 색감으로 아이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일본 작품들은 대부분이 소재나 주제에 관계없이 인간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극한 상황을 만들어 내고 마지막까지 몰고 가서 제시하는 해법은 한결같이 변신하고 합체하는 형태의 거대한 로봇을 동원하거나 마법을 사용하는 등의 황당한 내용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 예: 슈퍼 싱싱캅 , 태양의 기사 피코 , 소년 기사 라무 , 포켓 몬스터 등등과  요술 공주 밍키 세일러 문 , 천사소녀 네티 , 빨간 망토 차차 , 카드 캡터 체리 등)


이런 만화들을 계속 시청하게 하는 것은 상상력을 충족시키고 꿈을 키운다는 미명하에 우리 어린이들의 감성발달을 수입된 대부분의 일본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는 극단적 대결 구조와 선악의 이분법적 존재, 그리고 최고 지상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일본 특유의 편향된 정서에 맡기게 할 우려가 있다. 이제 한국의 어린이들은 만화를 통한 우리 정서의 접근이라는 기회마저 박탈당한 채 일본 만화 속에 담겨진 일본의 정서를 먼저 체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전체의 85%가 일본산 만화영화


방송 3사의 어린이 시간대를 통틀어 방송되는 만화영화의 85%를 일본 작품이 차지하고 있다.이렇게 아무리 채널을 돌려도 국산 만화를 접하기 힘든 현실을 생각한다면 이제 한국의 어린 시청자들은 방송사의 도움으로 어린이 시간대가 되면 일찍부터 자신의 집안에 앉아 만화를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일본에서 몇 년을 살고있는 효과를 충분히 보게된다고 얘기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텔레비전을 이해하지 못하는 젖먹이 때부터 철이 들 때까지 하루에 두 세시간씩 아무런 제약도 없이 국경을 넘나드는 극적인 생활을 하는 우리의 아이들을 보노라면 같은 시간대 일본에서는 자국의 만화 프로그램을 보는 아이들은 몇 % 정도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것은 일본에도 외국의 유익한 프로그램이 수입되고 방송될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에 어쩌면 한국의 어린이들이 일본의 아이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본 만화를 시청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서글픈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수입만화영화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


일본만화가 캐릭터 판매산업의 사전 포석으로 저가로 수입되어 온다고 하지만 일본 만화의 평균 수입가격은 다른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들여오는 작품의 평균 수입가격인 편당 1500불에 비해서는 훨씬 비싼 가격인 편당 2300불 정도의 평균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어느 정도의 정서적 유대가 가능하고 시청률에서도 안정적인 일본작품에 대한 방송3사의 유치경쟁이 일본 작품의 단가를 올려놓은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현재 EBS에서 방영하고 있는 <미운 오리새끼 페오>는 편당 700불이라는 싼 가격에 수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에게 외면 당하고 있지 않은 점을 생각해보면 일본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는 공중파 방송의 만화프로그램에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국내에서 제작하고 방송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기는 하지만 만화의 국내 제작여건 개선이라는 방송제작자들의 숙제는 언제나 제작비라는 걸림돌 앞에서는 약해지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만화영화의 편당 제작비가 우리나라 방송사의 드라마 한편의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기에 시청률이나 광고에 대한 경쟁력이란 측면에서 방송사에서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부문인 드라마와 어린이 만화영화를 수평 비교 할 수는 물론 없을 것이다. 이러한 열악한 현실 속에서 국내 제작만을 고집할 수 없지만 수입만화영화라 할지라도 어린이들의 정서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주제나 스타일면에서 천편일률적인 일본만화영화만을 수입하는 것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우려하며 어린이 프로그램은 출생부터 영상 매체에 둘러싸여 성장하는 우리의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교육투자라는 방송사 임원과 제작진의 근본적인 의식개혁을 먼저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지금 당장은 제작 현실이 바뀌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다하더라도 어린이 프로그램은 그것이 비록 수입만화영화 방영이라는 단순한 작업일지라도 그 속에 아이들의 미래가 담길 수 있도록 준비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99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