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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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공공근로사업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촉구한다!!

14일, 정부는 실업대책의 일환인 ‘공공근로사업’의 종합시행지침을 마련하여 각 부처가 제각기 추진해오던 실업대책을 범정부차원에서  통일성있게 추진하기로 했다. 애초에 각 부처간의 사전협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던 공공근로사업이 행정자치부에 의해 통일성있게 추진되고, 세부적인 지침이 늦게나마 마련된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공근로사업은 근본적으로 몇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이미 신청자 접수를 받았고 세부적인  시행지침까지 확정된 1,2차 사업의 경우 당장  생계가 막막한 실직자들을 위해  조속히 시행되어야 할테지만 아직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3차 공공근로사업부터는 아래에서 지적하는 문제점들을 충분히 검토하여 개선․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첫째, 공공근로사업의 선정시 실직자의 호응성과 경제적 효율성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


35만명의 실직자 구제를 목표로 계획되었던  공공근로사업의 1차 신청자는 예상인원의 20%에 불과한 9만여명이었다.  실직자들을 위한 사업이 실직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사업내용의  마련에서부터 실직자들이 실제 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파악하여 실직자 개인의 적성에도 맞고 자기성취감과 일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실업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현재의 일자리가  장래 새 일자리로 발전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사업들이 시행되어야 한다.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실직자들이 생산성과 경제적 효율성이 다소 떨어진 취로사업 위주의 실업대책은 지양되는게 마땅하다.


현재의 실업대란이 장기화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정부는 이왕이면 실업자도 구제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국가경제의 인프라도 구축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대책수립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가령 지하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의 경우 21세기 정보화사회에 대비한 미래지향적 사업이기도 하고 실직자들에게 생계지원 뿐만 아니라 일의 보람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고려해볼만  하다. 정부에서 지방의원,학계,민간단체 등이 참여하는 ‘공공근로사업추진위원회’를 설치․운영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곳에서 이와같이 경제적 효율성이 높은 창의적인 사업들을 많이 창출해내기를 바란다. 
  
둘째, 현재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는 공공근로사업 임금체계는 각 사업의 내용과 강도, 작업장소, 이동거리 등을 고려하여 현실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가장의 소득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생계를  이어가는 가정의 경우 한달에 40-50만원은 살아가기에 턱없이 부족한 보수이다. 특히 생명의 숲 가꾸기 사업이나 국립공원쓰레기청소 사업과 같이 가정을 떠나 꽤 오랜시간 동안 산속에서 생활해야 하는 경우는 숙식비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고 보수도  현실적으로 다시 책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행자부가 자원봉사사업과 공공근로사업의 개념을 구별하지 않고  공공근로사업을 자원봉사의 형식으로 진행시키는데서 발생한 문제이다. 


공공자원봉사사업은 사회봉사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임금과  작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여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지만 공공근로사업의 성격이 강한 ‘생명의 숲 가꾸기 사업’이나 ‘국립공원  쓰레기청소사업’의 경우는 산속에서 오랫동안 지내야 하고 작업강도도 높기 때문에 보수에 대한 재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공공근로사업은 실직자의 성,연령,계층,장애 등 개인의  특성별로 고루 모집,배치하고 대상지역에 따라 균형을 갖출 수 있는 전국적 규모의 사업이어야 사회적 형평성을 이룰 수 있다.


또한 현재 가장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는 건설일용직  노동자와 고용보험미적용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하고,  여성인력과 고학력실직자, 그리고  신규실업자들을 공공근로사업에 끌어들일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경실련은 실직자의 호응도가 적고 경제적 효율성도 떨어지는 취로사업 위주의 실업대책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한번 밝히며  실업대책으로서의 공공근로사업이나 공공자원봉사사업과 관련하여 고려해볼만한  몇가지 사업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재활용사업이다.


재활용은 경제위기의 시대에 국민운동으로 전개되어야 할 사업이다. 재활용 사업은  수거, 분류, 운반 등  작업과정에 남녀 실업자가 고루 동참할 수 있는 경제적 효율성이 높은 사업이기도 하다. 시군구동 단위로 시범운영중인 재활용센터에서 혹은 민간단체들이 시행중인 재활용센터나 알뜰시장 등에서 실업자가 고용인으로 일하면서 일의 보람도 느낄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경제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본다. 
  
둘째, 농수산직거래 사업이다.


농수산 유통구조의 복잡화, 비효율성으로 농수산민과 국민 모두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게 현실이다. 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 지역주민이 이용하기 편리한 빈공터에 농수산 직거래 시장을 개설해서 실업자가 직접 구매,운반,운영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줄 수도 있을 것이다. 공간확보, 지역상인의 반발 등 정부 행정조직으로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난점이 있기는 하지만 경제적 효율성 등 여타 기준에서 봤을 때 이번 기회에 강력히 추진해볼 수도 있는 사업이다.   


셋째, 방과후 아동교육사업이다.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실업자  가정이나 저소득층 아동들은 다니던 학원을 끊고 거리를 방황하는 일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여성과 고학력  실업자 가운데 능력있는 사람을  선발해서 아동을 보호하고 교육시키는 일은 매우  의미있다고 할 수 있다.  방과후 학교공간을 이용하는 초등학교,  지역사회복지관, 아동시설 등이  무수히 늘고 있으나 담당교사와 보조교사가 없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에서 여성과 고학력 실업자를 파트타임  근로자로 활용한다면 실업대책 뿐 아니라 사회복지측면에서도 의미있는 사업이  될 것이다. 또한  저소득층 노인 및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위원도 실업자를 위한 대책이 될 수 있다. 이는 2-3주의 단기간동안 전문사회복지 교육을 받은 후 바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위 사업들은 실업자 호응이 높고 국민들이 바라는 주요 사업들로서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형평성 및 생산성 면에서도 높은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다만 행정적 실행성이 낮거나 보통수준이기 때문에 정부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이런 사업들을 기피하려는 타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일방적 주도에 의해서 집행되는 것이 아니라 실업자들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수렴하고 민간자원의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사업들이다. 때문에 경제위기  시대에 귀중한 국민세금으로 추진되는 공공근로․봉사사업인 만큼 창의적이고도 미래지향적 사업들이 충분한 준비검토를 통해 추진될 수 있기를 바란다.    (1998.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