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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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정부는 의약분업 실시를 위한 올바른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라

지난 8월 24일 의약분업추진협의회 제4차 회의에서 1999년 7월부터 실시할 의약분업의 안이 발표되었다. 이 안을 살펴보면 우선 “전임약사와 조제실을 갖춘 병원급 이상 외래환자는 의료법 등 각종 제도를 보완 정비해 환자 스스로 본인의 의사에 따라 원내 또는 원외에서 조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병원 외래 환자를 의약분업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또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어 주사제도 의약분업의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한편 현재까지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의약분업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되는 의약품 분류가 약사의 임의조제를 상당히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현재 발표된 분업안에는 몇 가지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다.


첫째,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병원외래 환자의 원외처방전 발행이 의무화되지 않으면 외래 환자가 의원에서 병원으로 더욱 집중될 것이다. 둘째, 주사제를 분업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주사제의 오남용을 더욱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의약분업이 목표하는 바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약에 의한 이윤 획득이 근절되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의약분업 모형의 설정과 의약품의 분류가 올바로 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지난번 합의된 의약분업 모형이 성공적인 것이 되려면 다음의 사항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함을 밝힌다.


첫째, 의료전달체계 구축을 위한 현실성 있는 대책이 제시되고 추진되어 1, 2, 3차 의료기관의 기능이 분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의료전달체계가 실시된다 하더라도, 2차 병원의 외부처방전 발행은 의무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의약품 가격을 대폭적으로 인하하여야 한다. 오랜 기간 동안 의약분업이 난항을 겪은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약에 의한 이윤이었다. 왜곡된 의료관행을 막기 위해서 의약분업의 실시와 함께 의약품 가격이 인하되고, 약가 심의제도와 의약품 유통구조도 동시에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 정부는 아주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셋째, 현재의 의약품 분류 초안이 광범위하게 재검토되어야 한다. 약사의 임의 조제가 가능한 한 억제되는 수준으로 일반의약품의 범위가 축소되어 의약분업에서 벗어나는 부분이 없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넷째, 주사제 사용 증가를 막기 위한 대책이 동시에 실시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 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주사제 사용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하여 주사제를 분업대상에서 제외하였다 하더라도 주사제 사용 증가를 막기 위한 대책은 동시에 실시되어야 한다.


또한, 원외처방전을 발행할 때 주사제 처방 내역도 경구제 처방내역과 함께 기재함으로써 투약내용 전체를 약사가 알 수 있게 해야 할 것이고, 주사제만 투여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처방전을 환자에게 발행함으로써 투약내용을 공개해야 할 것이다.


의약분업은 의사와 약사의 직능을 분리하여 약물의 오․남용을 줄이고 전문인력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림으로써 보건의료의 사회적인 편익을 확대시키는 제도이다. 의약분업이 실시되지 않고는 우리 나라의 보건의료제도의 혼란상을 극복하여 이를 선진화시키는 것이 절대로 불가능하다. 이에 우리는 1999년 7월 예정된 대로 의약분업이 반드시 실시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천명하면서 다음의 사항을 주장한다.


  1. 병원 외래 환자의 경우도 원외처방전 발행을 의무화해야 한다.
  2. 주사제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3. 의약품 분류는 약사의 임의조제가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재조정되어야 한다.
  4. 의약품 가격은 적정 이윤만을 허용하는 것으로 대폭 인하되어야 한다.
  5.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공개해야 한다.


우리는 정부가 위의 내용이 포함된 새로운 의약분업안을 9월 말까지 마련하여 의약분업추진위원회에서 논의하여 주기를 촉구한다.


1998년 9월 15일


의약분업추진협의회 위원 김용익(서울대 의대 교수), 문창규(서울대 약대 교   수), 양봉민(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여운연(한국소비자연맹 사무  총장),  전인구(동덕여대 약대 교수), 하승창(경실련 정책실장)


소비자 단체(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문제를연구하는시민의모임, YMCA, 한국소비자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