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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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해결사를 자처하는 방송3사 오락프로그램 분석보고서

Ⅰ.들어가며


오늘날의 문화는 미디어 문화이고 이 중심에 텔레비젼이 존재한다. 인간이 텔레비젼을 만들었지만 이제 그것은 우리를 통제하고 우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점차 텔레비젼과 함께 하는 우리의 삶은 그것이 산출하는 삶으로 변형되어 간다.


요사이 쇼, 오락프로그램에서는 우리의 일상생활을 간섭하고 해결을 자처하고 나선다. 이전의 해결사 프로그램은 맞선을 보게 한다든지(사랑의 스튜디오) 고마운 분에게 음식을 전한다든지(삐삐 요리방 등등) 헤어졌던 친구나 은사님을 찾게 해주는(TV는 사랑을 싣고)것으로서 단순한 오락프로가 아닌 그 나름의 전문성을 띄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었다.


하지만 현재 방영되고 있는 오락프로그램의 해결방식은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에 대한 접근이 없이 가시적인 해결책만을 제시함으로써 그 문제의 심각성 마저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또한 출연자들에게도 단순히 텔레비젼에 자기가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러한 텔레비젼의 사탕 발림식의 해결법이 과연 얼마만큼 유효할지 의문이다.


이제 이러한 코너들의 출현이 연예인에 대한 무자비한 학대(?)로 일관하던 이 프로그램들에 변화를 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구경거리를 연예인이 아닌 일반시청자로 그 대상을 바꾸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매번 비슷비슷한 인물들에 싫증이 난 시청자들에게는 언뜻 새로운 느낌을 선사하는 듯한데 다음 프로그램들을 통하여 과연 이 프로그램들이 진정한 해결사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혹은 일반인들의 사연이나 그들 자신을 말장난거리로 이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Ⅱ.분석대상 및 분석기간


1. 분석대상


  *일요일 일요일 밤에 <러브 하우스>  (MBC) 
  *목표달성 토요일 <목표달성 꼴찌탈출>   (MBC)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 <아버지의 이름으로>  (KBS 2TV) 
  *두 남자 쇼 <남편 일찍 귀가>  (SBS)


2. 분석기간 : 2000년 10월30일 – 11월5일


Ⅲ.분석내용


1.부부 신장개업!


(1) 당혹스런 카메라의 방문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러브 하우스>코너는 부부문제를 해결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많은 지원자 중에 선택된 부부를 직접 방문하여 관계를 점검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것이다. 이 때 제작진과 카메라는 선택된 가정을 불시에 방문해서 당사자를 무척 당황스럽게 만드는 동시에 부부 문제의 대부분이 아내의 게으름과 산만한 집 구조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카메라는 지저분한 집안 구석구석을 카메라가 샅샅이 비추며 진행자 신동엽이 호들갑을 떨며 맞장구를 치고  부시시한 아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당황한 출연자는 더욱 우스운 모습으로 비친다.


이 모습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이 집안을 들여다봄으로써 모든 문제가 여자에게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마치 여자가 게으른 것이 부부 불화의 문제의 원인으로 생각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아침에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면


어떤 가정이든 이와 비슷한 모습일 수밖에 없으며 일반적인 주부들의 아침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카메라의 무분별한 들이밀기와 교묘한 편집 기술이 합쳐진 결과이며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을 가시적인 것에서 찾으려는 얕은 수에 불과한 것이다.


(2) 어이없는 원인의 발견과 해결책


일차적인 문제점을 나태한 아내와 지저분한 집안에서 찾아낸 다음 이들 부부에게 내려진 해결책은 집안을 완전히 개조해 주는 것이다. 그 동안 부부는 8일간의 별거를 하면서. 나름대로 부부문제에 있어 전문가라는  핑크박사님의 조언으로  불만이 담긴 편지를 주고받는 것이 고작이다. 그 다음은 여자의 외모를 바꾸는 것이다. 아내가 날씬하고 세련되게 보여야만 남편으로부터 사랑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최고의 메이컵 아티스트에게 러브마사지를 배우게 한다. 그리고 나서 이들 부부는 새롭게 꾸며진 자신들의 멋진 까페 같은 집에서 만나게 되고 핑크박사님 앞에서 서약을 하게 된다. ‘집안 분위기도 바꾸고 마음도 바꾸고’ 이로써 이들 부부의 몇 년 동안 지속되어온 골이 깊을 대로 깊어진 문제는 모두 해결된 것으로 끝난다.


정말 이들 부부는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일까? 카메라는 시종일관 집이 어떻게 바뀔까하는 궁금증을 시청자들에게 심어준다. 이때 간간히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설명이 나오는데 여자 디자이너의 모습은 그야말로 날씬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지원자의 부시시한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다수의 시청자들은 그다지 마음이 썩 내키지 않는다.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 주겠다는 그럴듯한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그 뒤에 감쳐진 상업성과 편협한 이데올로기의 논리에 우롱 당하고 있다는 불쾌감 때문이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시청자에게 커다란 행운을 돈 한푼 안들이고 주는 듯 하지만 그 이면에는 협찬사들의 간접광고들의 문제점을 지적 할 수 있다. 이러한 해결책의 제시는 오락프로그램에 있어서 시청자의 고통을 희화화시키고 상업화시키는 것 이상으로는 볼 수 없다.


2. TV가 꼴찌를 탈출시킨다?


(1) 정말 꼴찌를 탈출할 수 있을까?


11월 4일 방영에서는 그야말로 꼴찌를 탈출한(?) 1기들이 아직도 꼴찌에서 머물고 있는 2기를 방문했다. 이들과 함께 한 수학선생님은 이 코너가 만들어낸 새로운 스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수학선생님의 강의가 시작됐고 그의 화려한 장기인 분필격파 또한 보여졌다. 수업태도는 공부를 하려고 하는 것인지 수학선생님의 진기명기를 감상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이다. 신기해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더불어 한 단계 높은 분필격파를 기대하는 모습만이 비쳐질 뿐이다. (테크노, 다단계, 공중 4단계분필격파) 그 다음은 김정민이 퀴즈를 내면 1기 2기들이 함께 문제를 푸는 것이다. 이는 ‘왕꼴찌는 누구인가?’가 당연 관심 집중이다. 이 때 답을 못쓰면 계속 다음 문제를 풀게 되어 최종적으로 남는 사람이 왕꼴찌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어처구니없이 문제들을 맞추고, 안되는 공부를 억지로 하는 것으로 꼴찌탈출이 가능할까? 설령 1기들처럼 간신히 면한 꼴찌가 무슨 의미가 있을지 알 수 없다.


선생님은 오늘과 같은 모습으로 하면 밝은 미래를 맞을 것이라는 칭찬을 해주지만 과연  이런 꼴찌탈출 수업으로 과연 그들의 미래가 밝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2) 또 하나의 스타 신드롬


2기 오디션에 참가한 이들 꼴찌들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튀고 싶은, 한마디로 스타가 되고 싶은 십대들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1기들이 어느 정도 전파를 타고 얼굴이 알려진 후라 2기 오디션에 참가한 아이들은 “누가 더 구제불능인가”를 보여주는데 총력을 다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또한 이 과정을 거쳐간 꼴찌들의 모습에서 다분히 상업적으로 이용당하는 듯한 느낌만을 갖게 된다. 그리고 집안에 카메라를 설치해서 시청자들은 이들 꼴찌가 공부를 하는지 안하는지, 장난은 어떻게 치며 말은 어떻게 하는지, 잠은 어떻게 자는지를 알 수 있다. 이는 아이들을 엿봄으로써 볼거리화 시키는 것이다.


“반등수 20등 목표-그들만의 목표를 위해 끝까지 나가겠습니다.”라는 제작진의 의도가 정말 그들만의 목표로서 끝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3) 학급의 꼴찌는 국가적인 꼴찌(?)


이 프로그램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성적 꼴찌를 모든 면에서의 꼴찌로 보이게 한다는 점이다. 이 코너는 몇 명의 꼴찌를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다음 합숙을 통해 ‘학급석차 20등’을 목표로 함께 공부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벌써 2기를 맞은 이 코너는 상시적으로 카메라를 설치하여 아이들의 모든 생활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이 아이들은 전국적인 전파를 타며 “내가 꼴찌”임을 인식시키고 있는데 그렇지 않아도 ‘성적우선주의와 학벌만능주의’에 찌들어 있는 아이들에게 또다시 성적에 대한 강박을 심어주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된다. 오히려 학급에서는 비록 꼴찌를 하고 있지만 각자가 갖고 있는 개성과 특기로 다른 방면에서 우수할 수 있음을 인식시켜 주는 것이 진정한 ‘꼴찌탈출’이 아닐까 생각한다.


3 .아버지의 이름으로! 외우고 또 외우고


아버지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타들을 만나게 해주기 위해 그 스타의 신상명세를 낱낱이 외워야한다. 이것이 우리시대의 부정이다. 자식의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한 아버지의 노력도 어쩌면 눈물겹다. 아이들이 스타를 동경하는 것은 뭐라 비난할 것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그 진행과정이나 만남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 11월4일 방영 분에서는 탤런트 한고은을 만나고 싶어하는 아들을 위해 아버지가 도전장을 냈다. 커다란 장막 안에 한고은이 앉아있고 한문제 한 문제를 맞힐 때마다 한고은의 신체일부나 목소리를 들려주며 감질나게 한다. 아버지가 맞혀야하는 문제들은 한고은에 관한 모든 것으로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그녀의 활동에 관계된 것보다는 다음과 같이 매우 사적인 문제에 집중되고 있다.


“한고은이 미국에서 고등학교 때 받은 상은 무슨 상인가?”


“한고은의 미국초등학교시절 짝꿍의 이름은?”


게다가 문제를 틀리면 스타를 만날 수 없게 되어버리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진행자들은 억지스러운 힌트를 계속 주고 있다.


또한 한고은의 신체일부가 드러날 때마다 그녀를 동경하는 아들보다는 아버지가 더 눈길을 주고 있는 모습을 화면에 담고 자막으로까지 처리(아버지가 볼에 입맞춤을 하고 싶은 듯… )하여 애쓰고 있는 아버지의 권위를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진 만남도 문제점은 여전히 남는다. 스타를 동경하고 만나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스타의 고된 일상이나 일과 관련된 모습들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을 이해하거나 스타의 화려함에 대한 환상을 깰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집에서 얼굴보고 손 한번 잡아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화면에 나오는 것이 그 정도이니 화면 밖에서 더 많은 시간을 갖는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아버지가 혼신을 다하여 만나게 된 스타와의 만남이 건강한 모습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런 형식적이고 사소한 부분에 치중하기보다는 스타와 팬으로서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의미 있는 만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4. 남편 일찍 귀가시키기


이 코너는 아내의 남편 테스트하기에 방송사 제작진이 따라나선다. 예전에 ‘기분 좋은 밤’의 <악마의 유혹>과  유사한 형식으로 이루어져있다. 단지 집으로 빨리 귀가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이때 남편의 귀가를 위해 4명의 도우미가 회식자리에 투입되어 즉석 이벤트를 연다. 당연히 남편이 ‘꽝’이 나오게 해서 벌칙을 주는데  바로 ‘일찍 귀가하세요’이다. 이와 함께 회사 동료들 또한 “너 집에 가”라고 말한다.


11월 2일 방영 분에서는 남편이 회식자리가 끝난 후에도 집으로 귀가하기보다는 다시 당구장으로 들어간다. 그러자 제작진들은 당구의 고수를 투입해서 내기 당구를 하게 하고 당연히 이번에도 남편은 지게 된다. 당구장을 나온 남편이 이번에는 술집으로 향한다. 재빨리 제작진들은 가게 안에  우연히 라디오 방송이 흘러나오는 것처럼 해서 아내의 사연을 들려준다. 하지만 남편의 반응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쯤 되면 제작진이 의도한 ‘남편 일찍 귀가시키기’는 실패한 셈이다.  그 많은 제작진과 부인이 남편의 뒤를 따라 다니면서 남편의 퇴근후의 모습을 엿보는 것과 그와 관련해서 벌어지는 해프닝만 보여주는 것말고는 아무런 해결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시청자들은 남편의 이른 귀가를 위해서 왜 저렇게 많은 사람들의 동원과 물량이 필요한지 알 수가 없다.


결국 제작진은 남편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깜짝쇼를 연출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일찍 귀가 하겠다는 약속을 국민들 앞에서 하도록 강요한다.


카메라 앞에서도 실패한 “일찍 귀가하기”가 앞으로 이 남편에게 얼마만큼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이것 역시 출연자를 해결의 주체가 아닌 단순한 희화화의 대상화로 끝나버렸다는 점이 더 큰 문제점으로 남는다.


Ⅳ.결론 및 제언


이들 해결사 프로그램은 대상의 사생활 들여다보기와 엿보기가 우선이다. 카메라는 시청자의 눈을 끌 수 있는 부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본래의 의도보다 항상 앞질러 가게 된다. 따라서 문제의 해결을 위한 원인을 찾기보다는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고, 대상을 희화화해서 웃음거리로 만드는데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때 TV에 비쳐지는 모습은 변형되고 왜곡되어 나타나게 되며 이에 방송은 임의적인 해석으로  그 해결방법을 제시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해결의 차원보다는 사생활 간섭으로 보여진다.  또한 조언을 해주는 전문가들의 수준도 재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해결사 프로그램을 통해서 시청자들은 텔레비젼이 갖고 있는 두 개의 얼굴을 보게된다. 해결 작전이라는 미명 하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주는 얼굴과 그 이면에 대상을 볼거리로 이용하는 얼굴이다. 그렇다면 이런 프로그램에 있어 해결이란 전제는 다분히 과장되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요즘같이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우리주변을 둘러보면 정말 우리의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곳이 많다. 소년소녀 가장이나 고아원, 양로원 등 소외 된 그들이야말로 정말 러브 하우스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들의 고통을 따스한 정으로 감싸안을 수 있는 해결사의 모습을 기대한다. (2000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