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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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어린이 방송시간대가 위태롭다

Ⅰ.들어가며


텔레비젼은 이미 어린이의 친구나 다름없는 가까운 존재이다. 텔레비젼은 함께 시간을 보내주지 못하는 부모를 대신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친구들 간에 일어나는 따돌림 같은 것도 신경 쓸 필요 없는 편안한 친구와도 같다.  어린이들은 텔레비젼을 통해 다양한 TV속의 세상을 경험하고 또 상상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이 시간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가장 편안하게 TV를 시청하는 시간은 하루 중 오후 4시에서 7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텔레비젼 시청을 제한하는 부모들조차도 이 시간만큼은 큰 제약 없이 허용하는 시간이 바로 이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방송사들의 어린이방송시간대의 프로그램 편성과 내용을 보면 이는 어쩌면 어린이 시청자들의 짝사랑에 불과하지 않은가 하는 우려를 갖게 된다.


이에 경실련 MEDIA-WATCH에서는 어린이방송시간대의 분석을 통해 어린이방송 시간대가 진정 어린이를 위한 시간대인지 그리고 왜 어린이 시청 시간대가 보호돼야 하는지에 대해 점검해 보고자 한다.


Ⅱ.분석대상 및 기간


  *대상: KBS 2TV, MBC, SBS     
  *기간: 2001년 4월16일 -4월 30일  , PM 4시-7시


Ⅲ.분석내용


 1. 어린이시청보호시간대가 필요하다!


봄철 프로그램 개편으로 MBC는 5시 50분 이후의 시간과 KBS는 6시 30분 이후의 시간을 일반 프로그램으로 편성하였고 SBS는 어린이 방송시간대 중간에 일반프로그램을 1시간이상 편성하였다. 지금까지 평일 오후 4시에서 7시까지의 시간대를 어린이 방송시간으로 인식하고 있는 어린이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상 어린이방송시간대가 축소된 것은 몇몇 어린이 프로그램의 폐지의 결과이다. 이렇게 정작 어린이 시청자는 방송사의 편의주의에 의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방송사가 일방적으로 제공해 주는 대로 수동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한 각 방송사가 주 시청자가 어린이인 만화영화 시작 전과 후에 성인대상 프로그램의 예고편을 무분별하게 방송하고 있어 시청자의 흐름을 방송시작과 함께 잡아 보려는 의도가 엿보이기도 한다.


특히 어린이방송시간대에 성인 프로그램의 예고방송은 이미 그 위험 수위를 넘어 섰다. SBS의 [여인 천하]나, MBC의 [호텔리어], [기획 특집 드라마-늑대 사냥] 의 경우 자막이나 자료 화면이 지극히 선정적이어서 오히려 함께 보는 어른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일 주일 내내 성인 프로그램 예고방송을 접하게 되는 어린이(유아 포함)들은 어느새 이런 드라마의 주인공이 누구이고 무슨 내용을 언제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보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어린이시청자들을 늦은 시간대의 성인 대상 프로그램으로 자연스럽게 시청을 유도하게 함으로써 각 방송사의 드라마 시청률 전쟁에 어린이까지 끌어들이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게다가 어린이 프로의 사각지대인 주말 오후 방송 시간대에 각 방송사가 저마다 성인 대상 프로그램의 재방송을 무분별하게 편성하고 있어  더욱 어린이 시청보호의 필요성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문제는 어린이 시청시간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문제의 심각성을 안고 있다. 때문에 방송위원회 규칙에서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를 13시에서 22시로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어린이시청보호시간대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여 어린이에 대한 보다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할 것이다.



2. 시청지도에 유용한 정보제공 아쉬워!


 프랑스는 방송규제기관인 시청각최고위원회(Conseil Supérieur de l’Audiovisuel : CSA)를 통해 꾸준히 어린이와 청소년 보호 ‘정책’을 발전시켜오고 있다. 예를 들어 “12세와 16세 미만 관람불가 대상이 되는 영화는 보호시간대인 22시 30분전에 프로그램 속에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그러하다.


특히 현재와 같이 방송프로그램 등급제가 영화, 수입드라마, 뮤직비디오, 애니메이션의 4개 부문에 대해서만 실시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7세미만의 어린이가 어린이 방송을 시청하다가 <7세이상시청가 : “이 프로그램은 7세 미만의 어린이가 시청하기에 부적절하므로 보호자의 시청지도가 필요한 프로그램입니다”>라는 등급표시와 5초 정도의 자막을 통한 부연설명만으로는 시청지도를 유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얼마 전까지도 재미있게 보았던 만화 영화를 ⑦이라는 화면 표시에 의해 볼 수 없는 6세 이하의 어린이들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 때 ‘왜 봐서는 안 되는가’에 대한 유아들의 질문에 선뜻 무엇이 부적절 한가에 대한 답을 해 줄 수 있는 부모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프로그램등급제의 기본취지는 어린이․청소년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으로부터 부모들의 TV시청지도를 통해 자녀들을 보호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때문에 프로그램 등급제의 기본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프로그램 등급판정의 타당성 검토가 우선되어야 하며, 각 방송사는 등급기호 표시로 자신의 의무를 한정시키지 않고 어린이, 청소년의 시청지도를 위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어린이 만화영화의 예고방송에도 등급고지 규정을 반드시 지켜 시청자에게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정보를 미리 전해주어야 할 것이다.


3. 넘쳐나는 광고에 노출된 어린이
 
어린이 프로를 시청하는 어린이는 일년에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광고를 접하게 된다. 어린이들은 그들이 원하는 물품과, 먹기를 원하는 식품과 생활 습관에 관한 정보와, 그들에게 좋고 나쁜 것에 대한 것을 TV광고에서 배우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들은 광고에서 시청한 것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고 있으며 또한 텔레비젼에서 보여주는 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어린이 프로그램 시간대에 방송된 광고의 문제점을 보면
첫 째, 광고 자체의 과장 광고와 경쟁사간의 경쟁 광고를 통한 혼란을 들 수 있다.


둘 째, 식품광고에 경품과 사은품을 강조하여 어린이로 하여금 상품구매의 동기를 단순히 경품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유도하고 부추기는 문제이다.


셋 째, 그 날에 방송되는 만화 프로와 연관 된 완구, 식품, 캐릭터 광고, 띠광고 등으로 어린이들로 하여금 상품 구매를 충동시킨다.


넷 째, 어린이와 관련 없는 광고를 들 수 있다.


요즘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700 광고인 휴대폰 벨소리 광고는 어린이들로 하여금 한 번 눌러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만든다. 또한 마치 무료인 듯한 인상을 주어 별 생각 없이 이용하게 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어린이가 소비자로서 사회화되는 과정에 있어 TV광고는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에는 마법의 카메라 기법(반복과 만화 기법 등)이 등장하고 거기에다 매혹적인 음악과 환상적인 장면 연출, 방송되는 캐릭터나 친근한 캐릭터 (백설 공주, 성냥팔이 소녀 등) 등이 어린이들의 주위를 끌게 된다. 따라서 이들 광고를 보게 되는 어린이들은 무의식적으로 형성 된 이미지에 의해 상품을 구입하려고 부모를 조르거나 무분별하게 수용하게 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또한 은연중에  광고의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어 고정관념화 하는 경향을 갖게 되는 것이다.(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해결이 된다)  때문에 어린이에게 TV영상을 통해 구매욕구를 부추길 수 있는 방송 프로그램과 상품을 직접 연결시킨 완구, 식품 등의 광고는 제한이 필요하다.


스웨덴이나 노르웨이의 경우는 어린이 시간대에 광고를 내보낼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고 최근 유럽연합에서는 어린이들을 겨냥한 텔레비전 상업광고에 대한 범유럽 차원의 금지 조처 도입문제를 논의중이라고 한다. “광고를 접하는 사람은 자신이 광고에 노출돼 있음을 알 수 있어야하며 이런 비판능력은 10살쯤 돼야 개발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방송여건을 고려한다면 광고에 대한 엄격한 사전 심의와 광고 수의 제한으로 어린이 시청자를 보호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된다.


4. 어린이의 정서 해치는 엽기 수준의 만화


여전히  방송3사의 어린이 프로그램은 대부분이 일본 만화 영화로 채워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로봇과 괴물이 등장하는 만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KBS 2TV[디지몬 어드벤쳐]의 경우, 유아에서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에게는 “포켓몬 신드롬”이후 “디지몬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만큼 인기가 높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요즘 유행하는 그 어느 엽기에 못지 않을 정도의 폭력성과 더불어 어린이들로부터 공포심을 유발시키는 문제점이 드러난다.


디지몬은 공룡, 곤충, 신, 악마 등 여러 동물에 관한 데이터를 입력해 컴퓨터 네트워크에서 탄생, 진화한 인공 생명체이다. 이들은 각각의 특징을 살린 공격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적이 되는 디지몬과 전투를 치르면서 그 힘과 환경에 따라 진화한다.이때 진화 과정에서는 빠른 화면 전개로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이 진화라는 것이 디지몬들끼리 싸워 이김으로써 더욱 강한 디지몬이 되는 것이다.


출생 자체가 혼돈 그 자체인 이들 몬스터들은 기존의 TV만화에 나오는 귀여운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다. 이들 디지몬 중에서 피노키몬은(4/23) 동화 속에서 나무 인형 피노키오가 인간들에게 당한 것을 마치 복수라도 하듯이 디지몬으로 변하여 어린이들을 공격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람 인형을 만들어 인형을 공격하면 어린이들은 주술에 걸린 것처럼 고통스러워한다. 그리고 총을 쏘는 장면에서는 “이게 가짜 총인 줄 알어?”하며 미나 일행을 향하여 진짜 총알임을 환기시킨다.


또한 피노키몬은 자신이 위급해지자  자신의 부하를 단숨에 버리고 죽이기까지 한다. 이 프로를 시청한 어린이들은 더 이상 동화 속에 나오는 가슴이 따듯한 친근한 캐릭터인 피노키오가 아니라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어린이의 적인 피노키몬을 기억할 것이다.


이처럼 디지몬은 그 이전의 포켓 몬 보다 업그레이드 형태의 몬스터로서 어린이들의 친구인 캐릭터를 하나씩 적으로 만들어 나간다. 게다가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인형중의 하나인 곰인형을 그 어느 공포영화의 괴물보다도 더 무섭게 보여주기도 한다. 온통 실밥투성이인 곰인형이 디지몬으로 변하여 어린이들을 공격하는데 어린이들은(특히 7세 전후)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왜 자기가 예뻐하고 좋아하는 곰인형이 나쁜 디지몬이 되어 어린이들을 공격하는지를 말이다. 이러다 보니 잠잘 때 꼭 끼고 자던 곰인형이 무섭기까지 하다.


이와 같은 괴물 만화 영화는 SBS의 [비스트 워] 또한 마찬가지이다. 동물들의 전쟁으로 그 모습이 공포스럽고 흉칙하며 선악 대결 구도를 갖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만화영화는 어린이들이 보기에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다. “내 안에 악의 힘이 뻗치기 전에 나를 없애죠”와 같은 대사는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들 몬스터류 만화의 공통점을 보면 변신을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공주시리즈(세일러 문, 카드캡터 간호 천사 등)에나 나오던 변신이 이제는 몬스터들의 변신으로 대를 이은 것을 볼 수 있다. 이 때 변신이라는 것이 자칫 자기 보다 힘이 센 사람이 되는 것으로 보여짐으로써 약한 자를 물리치고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동물 세계의 논리인 약육강식의 사고를 어린이들에게 심어줄 우려가 있다.


5. 밀려나는 어린이 프로


KBS 2TV [TV캠프 우리누리]가 폐지되고  [사건 파일]이라는 일반 대상 프로가 신설 됐다. [TV캠프 우리 누리]는 어린이들에게 자연 속에서 심신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장의 역할을 해왔다. 이 프로는 우리 팀, 누리 팀으로 나누어 팀 대결을 통해서 함께 하는 협동심을 길러줄 뿐 아니라 그 속에서의 건강한 웃음을 주는 프로였다. 그러나 시청률이라는 잣대를 어린이 프로에 들이미는 과정에서 그만 폐지되었다. 그리고 대신해서 심야 시간대에나 맞는 사건 재연 프로그램이 신설된 것이다.  어린이 시청자들은 산과 계곡 속에서 맘껏 달리는 친구들의 모습대신에 이제는 강도나 살인범들의 이야기가 화면을 가득 채우는 프로를 시청하게 되는 것이다. 적어도 공영방송인 KBS라면 좀더 어린이 프로그램에 대한 배려를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극적인 편성을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어린이들의 볼 권리를 뺏는 것일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모방 심리를 부추기고 어른 범죄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게 만드는 것으로 그 문제점이 크다 할 수 있다.


Ⅳ.결론 및 제언


 정보화사회에서 텔레비전 방송은 사람의 사상, 교육을 바꿀 수 있는 큰 힘을 지니고 있다. 특히 어린이의 창조적 가치관 형성과 인성교육에 있어 방송이 지닌 위력은 실로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어린이 시청자는 방송사의 편의주의에 의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3사가 몇몇 어린이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어린이 방송 시간대를 일방적으로 축소하는 것 등이 그러하다. 또한 어린이 프로를 재방, 삼방하는 것과 스포츠 중계나 외부 행사 프로그램(청룡영화제 등)과 관련하여 우선순위로 결방하고 결방 시에도 아무런 해명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여 방송사가 어린이 시청자를 홀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텔레비젼 시청 시간대중 가장 취약한 시간대가 바로 어린이 방송시간대라는 점에서 어린이시청시간대의 보호가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어린이방송시간대는 단순히 일반시청시간대의 들러리가 되어서는 안되며 진정한 의미에 어린이를 위한 시청시간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각 방송사가 어린이날을 전후로 해서만 어린이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우리 사회가 어린이들을 보호하고 지켜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우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대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린이날조차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은 거의 없으며 그저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다는 점에서 지금부터라도 방송사들이 어린이 프로그램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말보다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공급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어린이 프로그램은 시청률보다는 아이들에게 보다 유익하고 좋은 프로그램을 엄선하여 제작 방송해야 하는 적극적인 의미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즉 어린이 시청자들이야말로 미래의 건강한 방송을 만들어 나갈 주체라는 생각으로 어린이 시청자를 위한 애정과 세심한 배려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