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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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공익성을 표방한 오락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 보고서

I. 모니터 취지 및 목적


매년 연말이 되면 각종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은 소외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접하며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오락프로그램도 예외는 아니어서 불우이웃이나 장애인을 돕고자 하는 의도로 마련되는 코너들이 만들어지고 스타급 연예인들이 대거 등장하여 동참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자선적인 취지를 갖는 프로그램 이외에도 저질시비나 아이템 부족의 비난을 받고 나면 ‘공익’이라는 이름을 걸고 변신을 꾀하는 오락프로그램들도 눈에 띈다.
물론 좋은 취지로 기획된 것들임에는 분명하지만 대부분 겉포장만 그럴듯할 뿐 내용에 있어서는 여느 오락프로그램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본래의 의도를 희석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


또한 스타와 카메라의 권력을 이용해 선행을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줄 뿐 아니라 선행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단순히 프로그램의 명분을 위해 이용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경실련 MEDIA-WATCH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이웃돕기를 비롯하여 공익성을 표방하고 있는 오락프로그램들을 분석, 문제점을 살펴보고 오락프로그램의 발전적인 모습을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II. 모니터 대상 및 프로그램 개요


1. 분석기간 : 2001년 12월7일 – 12월16일


2. 분석대상 : MBC “느낌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러브하우스’ SBS “아름다운 밤”의 ‘박남매의 트로트 하이웨이’ SBS “토요일은 즐거워”의 ‘스타경매 와우쇼’ SBS “초특급 일요일만세”의 ‘희망마라톤’ ‘물물교환합시다’


3. 프로그램(코너) 개요


(1) MBC “느낌표”
공익성 오락프로그램을 표방하고 나선 ‘양심냉장고’와 ‘칭찬합시다’의 계보를 잇는 프로그램으로 독서권장, 환경 등 공익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2)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러브하우스’
열악한 환경에 있는 신청자의 사연을 받아 채택된 가정을 찾아 무료로 집을 개조해준다.


(3) SBS “아름다운 밤”의 ‘박남매의 트로트 하이웨이’
박경림이 자신의 콤플렉스인 목소리를 극복하여 고속도로 운전자를 위한 트로트 테잎을 만들어 그 수익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려는 목적으로 마련된 코너로 ‘박경림 가수만들기’가 주 내용을 이루고 있다.


(4) SBS “토요일은 즐거워”의 ‘스타경매 와우쇼’
스타들이 자신의 애장품을 내놓거나 요리 등을 만들어 인터넷을 통한 경매를 한 후 그 수익금을 불우이웃을 위한 모금에 사용한다.


(5) SBS “초특급 일요일만세”의 ‘희망마라톤’과 ‘물물교환합시다’
‘희망마라톤’- 장애아동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특별기획으로 조성모를 주축으로 연예인들이 마라톤을 하는 코너.
‘물물교환합시다’ – 거리에서 물물교환을 통해 경제를 익히고 최종물품을 사연을 신청한 불우이웃에게 전달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코너.


III. 모니터 내용


1. 한없이 가벼워지는 ‘공익’과 ‘자선’


<사례1> SBS “아름다운 밤“中 ‘박남매의 트로트 하이웨이‘


‘박남매의 트로트 하이웨이’는 유행처럼 되고 있는 자선적인 코너가 아닌 장기적인 이웃돕기프로젝트라고 기획의도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장기적이라고 해도 지금까지의 내용들로는 단순히 박경림의 개인적인 콤플렉스 극복을 위한 노력에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고 있다는 것 이외에는 원래의 의도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얼마만큼 장기적으로 갈 지 모르겠지만 테잎이 나와 판매될 즈음이면 개편이나 기타의 이유로 폐지되어 소외계층을 돕는다는 의도가 한낱 명분으로만 남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사례2> SBS “초특급 일요일만세” 中 ‘거리에서 배우는 경제-물물교환합시다’


이 코너는 두가지 목적을 갖고 있다. 소비의 천국인 한국에서 물물교환을 통해 알뜰경제를 배운다는 것과 그 최종물품을 필요로 하는 불우이웃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이 두가지 모두 한낱 명분에 지나지 않음을 실감케 한다. 알뜰경제를 배운다는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내용들이 눈에 띄는데 저렴한 가격이라고 홍보하면서 자막으로 바지가격10만원을 표시한다거나 샴푸와 린스가 55,000원이라고 소개하는 부분에서 오히려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


또한 경제를 배우기보다는 경제에 대한 오히려 경제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그 과정을 살펴볼 때 교환가치가 같지 않은 물품을 교환함으로써 얻어진 이익은 강제성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올바른 경제행위에 의해 창출되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사례3> MBC“느낌표” 中 ‘신동엽의 하자하자’


아침을 못먹고 오는 청소년들의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그들에게 아침밥을 먹여준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이 코너는 우선 우리 교육현실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단순화시킨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몇몇 학교에 찾아가 아침밥을 먹여준다고 해서 입시로 인해 이른 등교를 해야하는 학생들의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게다가 회를 거듭할수록 아이들의 모습이나 그들의 생각을 담기보다는 신동엽의 오버액션이나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 더 많은 시간이 할애되어 처음의 의도를 희석시키고 있다.


2. 카메라 권력으로 강요되는 선행


분석대상 프로그램이나 각 코너들이 대부분 소외계층을 위해 모금을 하거나 물건을 팔아 그 이익금을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강매를 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초특급 일요일 만세”의 한 코너인 ‘거리에서 배우는 경제-물물교환 합시다.’의 경우 매우 저렴한 물건을 시작으로 계속적인 물물교환을 통해 사연을 신청한 불우이웃에게 필요한 물건으로 교환하는 방식을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강매로 보이는 부분이 있어 불이웃 돕기가 자발적이지 않은 카메라권력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사례4> “초특급 일요일 만세”中 ‘물물교환 합시다’ 12월 9일 방영분
-복덕방에서 떼어온 그림을 당구장 난로와 교환하며 억지로 떠넘기다시피 함
<사례5> “초특급 일요일 만세”中 ‘물물교환 합시다’ 12월 16일 방영분
-하리수가 거리에서 만난 군인에게 거의 강제로 건전지와 장갑을 교환


일반인에 대한 카메라 권력은 어디까지 가능한 것일까? 진심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모습이 역력히 드러남에도 카메라와 연예인이 다가와 요구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선행이 강요가 될 때는 이미 진정한 선행이라고 할 수 없다. 이렇게 강요하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또 다른 재미요소로 삼고 있는 것은 프로그램이 그 원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오락프로가 그 안에 이러한 내용들을 제대로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3. 의도된(?) 홍보의 장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현한다는 취지에서일까?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앨범홍보나 도움을 준 상점이나 협찬업체에 대한 홍보를 눈에 띄게 하는 경향이 있다.


<사례3>SBS “초특급 일요일 만세”中 ‘물물교환 합시다’ 12월 9일 방영분
-남희석 매니저 부인이 운영하는 꽃가게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로 교환하며“Jinyflower”라는 상호와 take out하는 커피 가격까지 자막으로 소개
-미용실 “이철 헤어커커”라는 상호와 헤어제품 가격(55,000원)을 자막으로 소개.
<사례4>SBS “초특급 일요일 만세”中 ‘물물교환 합시다’ 12월 16일 방영분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물물교환 안내방송을 한 후 클릭B의 김상혁이 새 앨범
홍보
<사례5>SBS “토요일은 즐거워“ 中 ‘스타경매쇼 와우’ 12월8일 방영분
-가수 최진영의 새 앨범제목을 자막으로까지 처리


여기에서 홍보되는 업체 중에는 연예인과 관련된 업체들(지인이 운영하는 상점이나 연예인들의 단골집 등)이 대부분인데 이런 경우에는 방송에 나왔다는 것과 동시에 유명 연예인이 찾는 곳이라는 것만으로도 두 배의 홍보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
가수들의 새 앨범소개도 빼놓을 수 없는 지적사항이다. 물론 가수가 자신의 앨범을 알리고 싶은 것은 당연하겠지만 ‘홍보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 참여한다.’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4.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오락프로그램의 고질병


(1) 선정성


<사례6> SBS “토요일은 즐거워” 中 ‘스타경매쇼 와우’ 12월8일 방영분
-최진영의 김치찌개 판매 도우미로 나선 안젤라&페니가 손님들 앞에서 춤을 추는장면에서 카메라가 하반신을 집중적으로 보여줌
-시비를 거는 손님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안젤라&페니가 손님에게 술을 따라줌


장사를 위한 도우미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성적 매력이나 여성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손님을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이다. 특히 여성출연자들이 손님에게 술을 따르는 것은 좋은 목적을 갖고 하는 장사임에도 유흥업을 연상시켰다.


<사례7> SBS“초특급 일요일 만세”中 ‘물물교환 합시다’ 12월 16일 방영분
-하리수가 휴가 나온 군인에게 접근하여 포옹하며 거의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건전지와 장갑을 교환함.
-이불가게에서 주영훈이 웃옷을 벗고 하리수와 함께 침대에 누움.


성적인 매력을 이용하여 물건을 강제로 교환하는 것은 여성의 상품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며 하리수와 주영훈이 침대에 함께 눕는 장면은 프로그램 진행에 전혀 불필요한 것으로 하리수라는 연예인을 단순히 섹스어필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무수히 지적되는 선정성이 공익이나 자선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에서조차 없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 우리 오락프로그램의 고질병이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도리가 없다.


(2) 부적절한 언어사용


<사례8> MBC“느낌표” 中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12월8일 방영분
– 김용만이 “어릴 때는 요정에 관심이 있었는데 요즘은 다른 요정(술집)에 관심이 있어요”라고 말함
– 책을 많이 읽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비교하면서 “그런 것은 전혀 모르죠. 복장부터 자유분방하지 않습니까?”라고 말하며 책을 읽지 않는 학생을 비하함.


공익성 오락프로그램의 대표격인 “느낌표”는 참신한 기획과 아이템으로 방송 초반부터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앞에서 제시한 이러한 사례들은 이 프로그램이 기획은 참신하지만 진부한 진행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요인이다. 교양이 아닌 오락프로그램이기에 유머 섞인 대화로 자칫 딱딱할 수 있는 내용들을 재미있게 진행하는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남을 비하하거나 청소년들이 듣기에 부적절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3) 차별성 없는 구성


<사례9> SBS“토요일은 즐거워”中‘스타 경매쇼 와우’ 12월8일 방영분
-최진영이 경매로 내놓은 김치찌개 장사를 하기 위해 거리홍보를 하는 장면과 요리를 배우고 장사하는 모습


그동안 오락 프로그램이나 코너들에 대한 독창성의 문제는 여러 번 지적되어 왔다. 이 코너에서 거리홍보를 하는 모습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게릴라 콘서트’를, 요리를 배우고 장사를 하고 결산하는 모습은 ‘신장개업’을 연상케 한다. 좋은 취지로 기획하는 코너는 모두 이런 포맷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아무리 기획이 좋아도 참신함이 떨어진다면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공익성 혹은 자선성 프로그램은 식상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더 자극적인 내용들로 눈길을 돌리게 할 여지가 있다.


5. 대상에 대한 배려 없는 ‘도움주기’


<사례10> SBS“초특급 일요일 만세”中 ‘희망마라톤’ 12월 9일 방영분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임상묵씨의 사연을 보여주면서 ‘장애인 남편과 정상인 아 내의 결혼’이라고 나레이션과 자막으로 처리
이 사례는 장애인=비정상인 이라는 편견을 제작진이 갖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예이다. 장애인은 비정상인이 아니라 단지 크고 작은 장애가 있을 뿐이다. ‘장애인 남편과 비장애인 아내의 결혼’이라고 표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의 이러한 조심성 없는 태도는 단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불쌍한 사람을 돕는 것을 동정심에 호소하고 있을 뿐, 시청자들에게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요소를 조금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을 비롯한 소외계층들이 원하는 것은 동정심이 아닌 편견의 극복임을 제작진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례11> MBC“일요일 일요일 밤에”中 ‘러브하우스’


‘러브하우스’는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코너로 어려운 형편에 있는 사람들의 집을 고쳐주고 때로는 생계대책을 세워주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신청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부분이 있어 지적하고자 한다. 전체적인 구성에서 기존의 낡은 집을 샅샅이 조사하여 어떻게 개조를 할 것인지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어떻게 이런 집에서…” “도저히 살 수 없는…” 등의 말을 자주사용하고 있다. 정말 개조가 시급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집은 가족들의 삶의 보금자리였고 나름의 추억을 담고 있는 공간임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구석구석 열어보며 빨래 감이 쌓여있거나 잡동사니가 있는 곳까지 카메라에 노출시키는데 그것은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을 드러내어 당사자에게는 수치심이 될 수도 있다는데 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VI. 결론 및 제언


오락프로에서 단순한 재미를 추구하기보다는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자 노력하는 것은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다. 그러나 몇몇 프로그램이나 코너에서 이런 노력들을 별 의미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문제점들이 드러나는 것을 보며 오락프로에서 공익적인 내용이나 자선적인 내용을 담아내기에는 무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획력의 부재, 스타시스템만에 의존한 제작, 선정성과 가학성 등 숱한 지적을 받아온 오락프로그램들이 그 탈출구로서 택한 것인 공익성이나 자선이라면 잘못된 선택이었다.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 역시 기획력이 부재한 상태에서 스타들만을 이용해 캠페인을 벌이는 식의 방식을 따르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그동안 제기된 숱한 문제점들이 그대로 노정 되고 있는 것을 보며 시청자들이 어떻게 의미 있는 내용을 얻을 수 있을까?


소외계층을 돕거나 경제를 배운다, 책을 읽자는 등의 원래 의도는 희미해지고 여전히 스타들의 말장난과 좌충우돌하는 행동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버린다면 오히려 소외계층은 프로그램의 단순 소재로 이용될 뿐이며 공익이라는 것은 가볍고 우스운 것이 되어버리고 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유익한 오락프로그램의 대안이 공익성은 아니다. 오락은 그 방법이나 내용이 건강한 것이라면 그저 웃고 즐기는 것으로도 만족을 찾을 수 있다. 반드시 감동을 주고 공익성을 담보해야만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오락프로그램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