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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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기업의 ‘홍보장’으로 전락한 드라마

1. 들어가며


여러 프로그램 장르 중에서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몰입을 가장 쉽게 이끌어 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특징은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등장한 소품이나 장소 그리고 주인공이 사용하고 있는 상품이나 공간 등에 대해 관심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드라마의 배경이 첨단산업의 업종으로 설정되고 외제차, 명품과 같은 화려한 소품들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TV드라마를 통한 간접광고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심심치않게 나오고 있다. 특히 종영된 드라마를 포함한 몇몇 드라마는 외제차 홍보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이러한 경향들이 위화감 조성이나 기타 정서적인 문제들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은 차치하고라도 드라마자체를 협찬사들에 대한 광고로 연결시키는 효과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방송법에 의해 방송위원회에서 제시하고 있는 “방송심의관련 규정” 중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의 제5조(광고효과의 제한)에는 “①방송사업자는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작, 구성하여서는 안된다. ②방송사업자는 협찬주 또는 관련있는 제3자의 상품과 용역의 구매를 권유하는 표현을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명기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미 몇 년 전부터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의상이나 소품 등의 로고가 광고효과를 유발한다는 지적에 의해 방송에서는 그런 부분들을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아예 로고자체를 프로그램제목으로 가리는 방식으로 처리해왔다. 그러나 오락 프로그램과는 달리 드라마에서는 자칫 이런 처리들이 작품의 흐름을 차단할 수 있음을 우려한 탓인지 협찬사들의 상품이나 기업로고들이 아무런 규제없이 그대로 화면에 나타나고 있어 드라마를 보는 것인지 광고를 보고 있는 것인지 혼동스럽다.


이에 경실련 MEDIA-WATCH에서는 최근의 경향들에 대해 4월 29일부터 5월31일까지 방영된 방송3사의 드라마들과 시트콤을 중심으로 간접광고에 대한 사례들을 살펴봄으로써 방송의 협찬, 간접광고의 실태와 문제점에 대해 몇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2. KTF의 또다른 이름 CTF – SBS ‘유리구두’


이 드라마는 극의 전반에 걸쳐 무선이동통신 업체인 CTF가 배경이 되고 있다. 이는 협찬 업체인 KTF의 K만을 C로 바꾼 것으로 로고의 문양과 색상은 동일하기 때문에 KTF를 의미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사례1>주인공인 태희(김지호)와 선우(김현주)가 사무실에 있는 모습에서 배경으로 사무실문과 주변에 KTF를 연상할 수 있는 CTF로고가 여러차례 나옴.
(5월11일,12일 방영분)
<사례2> 작은 글씨로 Corea Team Fighting이라는 슬로건이 여러차례 나왔는데 이는 현재 광고로도 방송되고 있는 KTF의 월드컵 기원 문구인 Korea Team Fighting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5월11일,12일 방영분)
<사례3> 기획하고 있는 신제품인 ‘아이콘 팩’은 아이콘을 눌러서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내용이 KTF의 매직팩 서비스와 매우 유사한데 이 기획안에 대해서 주인공들이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모습에서 아이콘 팩이라는 이름이 부각되었으 며 현재 ‘매직팩’의 광고에서 보여주고 있는 기능들을 설명하고 있어 제품에 대 한 광고가 되고 있다.(5월12일 방영분)

SBS ‘유리구두’는 드라마 자체가 KTF의 광고홍보를 목적으로 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매회 마다 기업로고와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알파벳 글자 하나 바꾸어 직접적인 광고는 아니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누가 보아도 협찬사가 어디인지 명확하다면 글자하나를 바꾸는 것은 단지 직접적인 비난을 피하기 위한 면피용이자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특히 협찬사들의 기업을 상징하는 문구나 상품의 특징, 내용 등을 방송의 내용과 불가피하게 관련되는 듯한 구성으로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은 교묘한 형태의 간접광고일 뿐이다.


이미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서 여러차례 지적되고 있음에도 드라마를 보는 것인지 광고를 보고 있는 것인지 구분하기가 힘들 정도로 혼동스럽게 만드는 것은 고의적으로 시청자들을 기만하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이러한 홍보방식은 협찬주에게 충분한 광고효과를 주고 제품의 구매를 유도하여 드라마가 자칫 기업의 홍보장으로 전락할 우려를 낳는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하고자 한다.


3. 삼성 ‘홈플러스’와 청호 ‘나이스 정수기’ – SBS ‘나쁜 여자들’


이 드라마 역시 배경이 되고 있는 대형할인마트인 ‘홈플라자’가 삼성의 ‘홈플러스’임을 쉽게 연상케 하는 부분들이 눈에 띄인다. 또한 정수기 업체인 청호의 경우 상호나 제품명을 전혀 변경하지 않은 채 화면에 그대로 보여지고 있다.


드라마의 내용 중에서 구조조정 팀편성 건으로 배실장(선우재덕)과 박재경(박솔미)이 일식집에서 식사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차별화로 승산 있어요. 품질은 백화점, 가격은 할인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마트의 신화 창조..”라는 대사를 하는데 이것은 장소를 협찬 받고 있는 ‘삼성 홈플러스’를 간접 홍보하는 인상을 준다. ‘홈프라자’와 ‘홈플러스’는 이름과 로고가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충분히 삼성 홈플러스를 연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역시 고의적인 간접광고에 지나지 않는다.(5월 1일 방영분, 사례4 )


또한 마트의 매니저인 김신호(박광현)가 오토바이로 출근할 때 회사 정문을 청소하는 아주머니에게 초코렛을 던져주는 장면에서 청소부 아주머니 뒤로 협찬장소인 ‘Home Plus’의 문구가 선명하게 보였다. 제작진의 부주의라고 하기에는 의도적인 카메라 앵글임이 확연히 드러나는 사례이다. (5월 1일 방영분, 사례5)


<사례6> 열매(성유리)가 일하는 직장에 나봉출(이종수)이 찾아와 물류창고 주차장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삼성 홈플러스를 연상 할 수 있는 CJ GLS택배라는 글씨가 써 있는 큰 트럭이 주차되어 있었다. 굳이 삼성 홈플러스와의 관계를 언급하지 않아도 CJ GLS택배의 트럭과 로고가 그대로 노출되어 광고효과를 유발하고 있다.(5월2일 방영분)


<사례7> 봉출(이종수)이 취직한 정수기회사에서 “정수기를 팔아와야 연수점수를 높게 받을 수 있다”는 선배와의 대화 중 선배 뒤로 진열되어 있는 정수기들에 주식 회사 청호와 나이스라는 로고가 그대로 보였다.(5월2일 방영분)


4. 드라마를 종횡무진하는 BMW – MBC ‘위기의 남자’와 ‘로망스’


얼마전 종영한 KBS의 ‘겨울연가’에서 배용준이 타고 다니던 포드의 뉴 익스프로러가 방송이후 동일 색상만 30여대가 팔렸다고 한다.(문화일보 5월6일 기사) 이처럼 상표가 드러나지 않아야 하는 의류와 가구 등과는 달리 자동차의 경우 따로 규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큰 광고효과를 얻고 있어 수입차종의 협찬 공세가 치열하다.


MBC의 ‘위기의 남자’와 ‘로망스’에는 BMW의 자동차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위기의 남자’의 경우 인기 상승중인 주인공 강준하(신성우 분)와 함께 매번 BMW X5가 등장하고 있어 그 광고효과는 더욱 컸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수입차의 협찬을 받는 드라마의 대부분이 차를 타고 가는 장면을 길게 잡거나 카메라의 앵글을 다각도에서 잡아줌으로써 의도적인 노출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사례 8> 준하(신성우)와 금희(황신혜)가 공항으로 가는 장면에서 자동차의 앵글을 전 면, 후면, 측면으로 다양하게 잡고 있어 극중 강준하가 타고 다니는 BMW X5 를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MBC ‘위기의 남자’ 5월 28일 방영분)


<사례 9> 채원(김하늘)이 진해에 가서 엄마가 렌트한 차를 빌려 타는데 빨간색 BMW 컴포터카가 나왔으며 대화 중 차가 멋있다며 직접적으로 차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MBC ‘로망스’ 5월 9일 방영분)

TV드라마속 간접광고는 드라마속의 상황이나 주인공의 이미지와 결합되거나 드라마의 인기도에 따라 효과가 배가되면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TV광고를 하는 그 어떠한 일반 상업광고보다 높은 홍보효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방송에서의 광고 특히 드라마속의 협찬과 같은 간접광고에 대해서는 광고라는 특성 때문에 이미 프로그램속에 이미지화되어 있는 광고에 대해 쉽게 판단하고 지적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 문제를 심의하고 재발방지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의 취약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5. 옷의 로고는 가렸지만… – 시트콤 ‘뉴 논스톱’


MBC의 시트콤 ‘뉴 논스톱’은 간접광고에 대한 심의규정을 매우 착실히 준수하는 듯하다. 출연자들의 의상마다 로고가 있는 자리에 ‘뉴 논스톱’로고를 붙이고 있다. 그러나 비록 의상의 로고는 가렸지만 출연자가 광고하고 있는 상품과 출연자의 음반에 대한 홍보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사례 10> 정태우가 월드컵 티켓을 얻기 위해 경품으로 월드컵 티켓을 주는 음료수를 쌓아놓고 마시고 있다. 비록 음료수상표는 가렸지만 병뚜껑 등을 이용한 경 품 이벤트를 하는 것과 병의 모양과 색깔 등으로 미루어 어떤 제품 (초록매실)인지 쉽게 알 수 있었으며, 극에 출연하는 장나라가 광고 모델로 나오는 제품이라 더욱 홍보성이 강하다.(4월29일 방영분)


<사례 11-1> 효진은 애인이 생기면 같이 가려고 월드컵 티켓을 사두었다. 소개팅이 잘 되어 월드컵에 같이 갈 수 있는 남자가 생기자 경림의 톡득한 춤을 따라 하며 노래(‘착각의 늪’)를 불렀다.(4월26일 방영분)


<사례 11-2> 동근이를 면회하러 가는 다빈이의 차안에서 박경림의 노래(‘착각의 늪’)가 오자 세 여자(다빈, 경림, 나라)가 모두 동시에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사례 11-3> 장나라가 선배언니 결혼식장에서 축가를 부르기로 한 약속을 깜박 잊는 바람에 대신 박경림이 결혼식장에서 축가(자신의 노래 ‘착각의 늪’)를 불 러 주었다.


극중 출연하고 있는 박경림의 노래가 여러 차례 반복되어 나옴으로써 드라마가 한 가수의 홍보의 장이 된 듯 하다. 박경림의 노래는 4월29일 이전에도 여러 차례 극중에서 반복되어 불려졌다.


이처럼 방송프로그램을 통한 간접광고는 일반상업광고를 통한 직접적인 광고와는 달리 방송이라는 공적인 자원을 사사로이 이용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방송광고의 거래질서를 해치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방송에 대한 공신력을 저하시킨다는 문제점이 있다.


6. 핸드폰에서 패스트푸드점 까지


위에 제시한 사례 외에도 신세대들에게 어필하기 쉬운 핸드폰 서비스나 패스트푸드점의 간접광고도 자주 눈에 띈다.


<사례 12> MBC 시트콤 ‘연인들’
호경이 화장실에 있는 사이, 선균이 심심해하는 호경을 위해 핸드폰으로 노래를 불러주기 위해 핸드폰으로 노래를 선곡하는 과정에서 특정회사(SK)의 서비스인 ‘NATE’라는 글씨가 선명히 보이고, 노래방으로 연결되는 과정까지 자세하게 보여 준다. (5월13일 방영분)


<사례 13> MBC ‘위기의 남자’
금희, 준하, 선영이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 간 패스트푸드점에서 줄을 서 있는 장 면에서 짜증을 내는 여학생의 뒤로 KFC 로고와 그림이 선명하게 보였다. (4월29일 방영분)


<사례 14> SBS ‘나쁜 여자들‘
슈퍼에 갔다오는 박재경(박솔미) 손에는 마시던1.5ℓ우유팩이 들려져 있었는데 색 깔과 무늬만 봐도 알 수 있는 서울우유라는 것이 식별 가능했다. 아버지와 포옹하 는 장면에서도 계속 우유가 싱크대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이 화면에 보였다.(5월2일 방영분)


7. 결론에 대신하여
– 과도한 협찬, 드라마의 질 저하시킬 수도-


현대물에서 첨단 산업이나 세련된 공간연출과 외양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일 것이다. 특히 드라마의 야외제작이 활발해 지면서 많은 업체로부터 제작지원을 받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협찬은 협찬에서 그쳐야 한다. 그것을 빌미로 드라마 자체를 기업체들의 홍보의 장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심의규정에 대한 위반이기 이전에 시청자들을 기만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프로그램 안에서 협찬사와 제품의 노출빈도가 높아지는 단순한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협찬사를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 본말이 전도되는 경우까지 이르게 될 수도 있다. 만약 협찬사에 대한 암묵적인 홍보가 관행이 되어 버린다면 앞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협찬사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대부분의 드라마가 현대적인 취향의 트렌디물로 흐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시청률과 협찬사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트렌디 드라마는 사회적인 의식이나 작품성과는 거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시청자들인 청소년들로 하여금 출연 연예인들의 소품이나 의상 등을 따라하게 함으로써 소비지향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따라서 드라마 제작진의 책임의식과 주의가 요구되는 부분이며 동시에 이에 대한 심의규정의 구체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협찬형태를 공정하게 밝히지 않고 협찬사에 대한 모종의 보답(?)이라는 방식으로 방송내용과 불가피하게 관련이 되는 내용으로 노출이 이뤄진다면, 시청자들은 방송사와 협찬사에 의한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이 기업의 노골적인 요구이든 제작진들의 필요에 의한 것이든지 간에 방송의 공정성을 저해하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프로그램인지 광고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하는 속임수를 사용하는 등의 부당한 처사는 어떠한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 이와 같은 방식이 거듭될수록 프로그램과 협찬자의 협력관계는 프로그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결국 프로그램은 왜곡될 수밖에 없으며, 시청자들은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의 기능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과거 협찬고지방송의 세부기준 및 방법이 제도화되기 이전에는 협찬의 제도화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2000년 “협찬에관한규칙”이 제정된 이후 오히려 교묘한 방식으로 협찬을 통한 간접광고가 횡행하면서 많은 우려를 낳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방송위원회의 심의결과가 대부분 주의, 경고조치에 머물러 있어 실제적으로는 형식적인 심의에 한정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때문에 방송위원회의 보다 책임있는 심의과정과 결과없이 지금과 같이 단지 형식적인 심의에 머문다면 협찬사와 방송사 모두에게 실효성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임을 분명히 인식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