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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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외국기업에 노동법상 특례 인정하는 경제특구지정법안의 철회 촉구

지난 7월 24일 정부가 마련한『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의 제도적 뒷받침을 위해 8월 19일 재정경제부가 입법예고한 [경제특별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안)]은 외국인 친화적 경영여건을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경제특별구역에 입주한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해서 노동관계법중 일부 법률규정의 적용배제 조항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경제특구에 입주한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 제57조(월차유급휴가) 및 제71조(생리휴가)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용하지 아니함(동법안 제9조 제5항)은 물론,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5조(근로자파견대상업무) 및 제6조(파견기간)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동법안 제9조 제6항)는 것이다.


말하자면 경제특구 입주 외국인투자기업은 근로기준법상의 월차휴가와 생리휴가를 주지 않아도 무방하며, 근로자파견법상의 파견대상업무의 제한이나 1년(1년 연장 가능)이라는 파견기간의 제한을 받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재경부의 이 같은 발상은 기상천외하다. 32년전인 1970년 1월 1일 제3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추진하는데 외자유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하여 「수출자유지역설치법」과 함께 「외국인투자기업노동조합및노동쟁의조정에관한 임시특례법」이 제정된 일이 있다. 이 임시특례법은 외자기업에서 노동조합을 설립할 때와 노동쟁의가 발생한 때에는 노동청장에게 신고서를 제출하고(제4조 및 제5조), 외자기업의 노동쟁의 조정을 위해 보건사회부에 「외자기업노동쟁의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제3조), 이 특별조정위원회에 의한 조정이 성립되지 아니한 때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에 회부하도록 하였다(제6조).


이 법은 외자기업의 노사관계를 공익사업에 준하여 특별관리하는 것으로서 노동쟁의를 강제조정할 수 있도록 하여 노동자의 기본권을 제한하였기 때문에 위헌론에 봉착하였는데 결국 1986년 5월 9일 폐지되고 말았다.


재경부의 경제특구법안은 32년전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당시는 노동자의 기본권 제한은 외자유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앞세운 제3공화국의 개발독재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2002년 ‘국민의 정부’의 핵심부서인 재경부가 외자기업에 대한 노동법 적용상의 특례를 “외국인 친화적 경영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 불가피하다고 강변할 수 있을 것인가.


30여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당시와는 비교도 안되는 세계 10위권을 지향하고 있다. 이제 외자유치도 보편적(global) 기준에 따라 추진해야하며, 노동시장에서 외자기업에 대해 국내기업보다 유리한 여건을 애써 제공하는 것은 기업간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이며 굴욕적·매판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정부조직법상 재정경제부장관은 “경제정책의 수립·총괄·조정, 화폐·금융·국고·정부회계·내국세제·관세·외국환·경제협력 및 국유재산에 관한 사무를 장리”하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재경부장관은 효율성이 뛰어난 경제정책과 이와 관련된 재정정책을 수립·추진하게 되어있지, 노동권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은 부여받은 바 없다.


재경부의 특례법안은 “외국인 친화적 경영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결국 30여년전의 개발독재 시대로 회귀하였고 자신 있는 정책을 고안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노동자의 권리만을 제한하려고 하는 것이므로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