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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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2002대선 공약 검증 19 : 공교육정상화
2002.12.16
5,219

대선 후보 교육(공교육 정상화 관련) 공약 검증



<평가검증위원>
강태중(중앙대 교육학과, 경실련 교육위원회 부위원장)
김재춘(영남대 교육대학원, 경실련 교육위원회 정책위원)
김현철(성균관대 교육학과, 경실련 교육위원회 정책위원)


공교육 정상화 비교표





























항 목


이 회 창


노 무 현


교육여건 개선 및 투자확대


-교육재정 GDP 7% 확보

-과밀학급 해소 및 학교규모 적정화

-각종 학교시설, 설비 대폭 확충


-교육재정 GDP 7% 확보

-OECD 평균 정도의 교육여건 구축

-학교간 시설공유 및 공동활용도 제고


교육복지


-취약계층의 대학특례입학 확대

-학교부적응학생 교육과정, 전담교사 양성

-장애인 특수학교 취학율 확대


-교육적 취약계층에 대한 특별지원

-교육투자우선지역 지정

-실업계, 농어촌 고교 무상교육 실현


사교육비 해소방안


-국민 기초학력 보장제도 도입

-방과후 프로그램 개발, 영어교육 강화

-유아 교육 재정지원 확충


-수능제도 개선으로 시험 부담 완화

-대학의 학생선발 방식·시기 자율화

-교육여건 개선 통한 사교육수요 흡수


교원 처우개선 및 전문성 확보


-교사 정년 단계적 환원

-‘교육공무원보수규정’ 별도 제정

-교사연수 안식년제, 연수기관 평가인증제, 수석교사제 도입


-교사 정년 현행유지

-양성 및 임용, 연수과정 개편

-근무여건 개선, 재량권 확대로 자긍심 진작


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 확보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

-교장중심 책임경영제와 규제 철폐로 학교단위 자율권 확대


-사립학교법 개정, 사학진흥법 제정

-학교 단위 자치, 학교장 재량 수업 확대

-특성화고교 집중 육성


최근 들어 대통령 후보들의 교육 관련 대선 공약이 점점 비슷해져 가고 있다. 교육이 정치적 기복을 타지 않게 교육 정책에 일관성을 가져올 국가 기구 또는 대통령 직속 기구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나 교육 투자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 유아교육과 실업계 고교교육의 무상화, 특수교육 강화 등 대부분의 정책에 있어서 점점 더 서로 닮아가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이전의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는 교육의 방향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다소 선회하며 ‘보수성’을 약화시키고 있으며, 노무현 후보는 교육의 공공성 또는 분배적 가치를 강조하는 정책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세부 공약에서 교육의 자율과 다양성을 강조하면서 당초의 ‘진보성’을 조금 퇴색시키고 있다.


공교육 정상화와 관련된 대선 후보들의 공약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 유사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초·중등학교 기초학력 보장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나 단위 학교의 자치권이나 재량권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에서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는 사실상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같은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학교 교육(즉,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하여 어떤 대안으로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두 후보의 입장(공약) 차이는 근본적인 데가 있다. 그 차이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하여 국가가 맡아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에 관한 것이다.


이회창 후보는 대학이나 사립학교 등 교육의 현장 단위에서 사회의 교육 수요 등을 감안하며 자율적으로 교육을 이끌어 가도록 허용함으로써(즉, 국가는 소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교육의 정상화를 이룰 수 있다고 본다. 반면, 노무현 후보는 대학과 학교를 포함한 교육 현장의 자율성이 기본적으로 증진되어야 하겠지만, 입시나 학교 경영의 투명성 등의 문제에 관련된 핵심적인 부문에서는 여전히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과 중재가 필요하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두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면, 먼저, 이회창 후보의 경우 공교육 정상화 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교육 시설 및 교원을 포함한 교육 여건의 획기적 개선이다.


둘째, 대학입시의 자율화이다.


셋째, 평준화정책의 점진적인 개선이다.


이회창 후보가 제시한 세 가지 공교육 정상화 방안 중, 교육 여건 개선에 관한 공약은 공교육의 정상화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을 마련하겠다는 공약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시설이나 교원 관련 여건 개선 문제는 지속적인 노력과 투자를 요구하는 것이다.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공약은 예산 등의 문제에 비추어 현실적으로 무리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바람직하지도 않다. 어느 한 영역에 치우친 투자는 교육의 다른 영역을 희생시킬 수 있기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교원정년의 환원 공약은 현실적으로 정년 단축으로 이미 퇴직한 교사들에 대한 상대적 불평등 및 보상 문제 등 쉽지 않은 문제들이 존재하며, 교사 수급 문제를 다시 조정해야 하는 근본적인 문제들이 존재하고 있어 교육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어 선심성 공약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이회창 후보의 핵심적 공약은 대학 입시의 자율화와 고교 평준화의 점진적인 개선 정책이다. 이 공약은 고등학교와 대학 교육의 자율을 점진적으로 확대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즉 이 후보는 고등학교와 대학 교육에 자율과 책임, 경쟁과 선택이라는 시장 경제의 원리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보인다.


교육에 시장의 원리를 적용하면, 학교나 대학이 이른바 교육 수요자를 의식하면서 효과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 적극적이 되고, 그러한 프로그램에 적합하게 연결된 학생들의 교육적 성취는 눈에 띄게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일부 가정의 지원이 충분하고 우수한 학생들에게만 해당될 가능성이 많다. 즉, 이러한 정책은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를테면, 부모나 가정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을 수 있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에 교육 기회에 대한 접근, 교육 과정에서의 경험, 그리고 교육의 결과에서 현재보다 더 큰 차이가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이 교육적 불평등이 심화된다면, 공교육의 정상화는 바른 의미로 실현되기 어렵다.


공교육 정상화와 관련된 노무현 후보의 공약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교육여건의 획기적인 개선이다.


둘째, 대입경쟁을 완화하고 성적 경쟁을 누그러뜨리겠다는 것이다.


셋째, 고등학교 평준화 제도의 기본 골격을 지금과 같이 유지하되, 특성화학교나 특수목적학교를 확대 운영하여 평준화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노무현노무현 후보가 제시하고 있는 세 가지 방안 중, 첫 번째 교육 여건 개선 방안은, 이회창 후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교육 정상화의 최소한의 조건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이기 때문에 이의를 달기 어렵지만, 앞에서 이회창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 언급한 것과 같은 문제를 똑같이 안고 있다.


한편, 노무현 후보는 공교육의 정상화가 어려운 것은 평가 체제와 대학 입시 체제, 그리고 더 나아가 대학의 서열적인 학벌 구조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그래서 노무현 후보는 교육 정상화를 위하여 성적 경쟁과 대입 경쟁을 완화시키고 현재의 ‘서울대 1극 체제’를 ’10-20개 정도의 좋은 대학 체제’로 바꾸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노무현 후보의 이러한 공약은 좀 더 근원적으로 공교육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대안이 아직 구체화되어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 미완의 공약이다.


그리고 노무현 후보의 입장에 대해서 ‘성적 경쟁이나 대학 경쟁 자체를 모두 부정적으로만 보아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가능하다. 경쟁을 완화시키는 것이 항상 교육을 바르게 이끄는 길만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성적이나 대입과 관련하여 무조건 경쟁을 완화시키겠다기보다는, 교육(학습)과 국가 경쟁력의 견지에서 필요한 경쟁은 오히려 강화시키되, 비교육적이고 소모적인 경쟁은 해소시키겠다는 입장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립학교법의 개정 여부는 두 후보간에 입장차이가 비교적 선명한 부분이다. 이회창 후보가 개정을 반대하는데 비해 노무현 후보는 사립학교법 개정과 사학진흥법 제정을 공약하고 있다. 사학 운영의 투명성과 민주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자율성을 확대하는 것은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재단의 독단적 운영이나 비리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이 후보는 자율권 확대를 위해서라도 사립학교법의 문제에 대한 각계의 지적을 피해가서는 안될 것이다.


이상과 같이 두 후보의 공약을 비교하고 보면, 내용의 비슷함 이면에 기본적인 입장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이미, 국가의 역할에 대한 두 후보의 차이는 언급하였다. 여기에서 좀 더 세세하게 살펴본 공약을 중심으로 보아도 일관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이회창 후보는 불평등한 교육적 조건을 좀 더 평등하게 만든 다음, 각 교육기관이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교육의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교육 정책을 설정하고자 한다. 반면, 노무현 후보는 교육상 소외된 사람들에게 교육 기회를 보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지나친 교육 경쟁이 유발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방향으로 교육 정책 기조를 잡고자 한다.


두 후보의 교육 공약 차이는 근본적인 정책 노선의 차이를 반영할 수 있는 것으로 유권자에게는 선택의 여지를 주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 차이와 달리, 두 후보의 공약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는 앞으로 우리나라 교육 정책에 근본적인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명백하게 드러내져야 할 듯하다. 이 문제는 학교 교육이 정상화된 상태에 관한 것이다.


두 후보는 공교육 정상화의 상태에 대하여 공통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생각은 크게 왜곡된 것이다. 이를테면, 두 후보는 모두 우리 학교 교육이 경쟁이 완화된 상태로 운영되고 사교육의 침탈을 심각하게 받지 않으면 정상화되는 것으로 암암리에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교육에서 경쟁이 사라지고 학원 등에서의 과외 교습이 사라지면 우리 학교 교육은 본질적으로 바람직하게 이루어지는 상태에 이르는 것일까? 아니다. 그 상태에 이르러서도 우리 학교 교육은 다양한 교육수요자들의 불만과 부정적 여론을 일시적으로 잠재우는 대책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개혁을 이루지 못한다면, 여전히 우리 사회의 건전한 시민을 기르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크며, 지식기반사회에서 평생동안 소외됨 없이 자아를 실현하여 갈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데 실패할 가능성도 크다.


이러한 문제까지 포괄하여 교육 정상화를 염원하고 고민하는 진실된 공약이 이루어져야 대통령 후보의 공약다운 공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