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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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정부는 국민연금법 개악기도를 즉각 철회하라

문제점 고치고 지적사항 반영한 법안을 제출하겠다던 정부, 오히려 改惡(안) 제출
– 경실련, 국민연금법 개악의 책임소재를 가려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국무회의 회의록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할 것-


정부는 국민연금법 개정을 위해 정부(안)을 확정하여 지난 10월 31일 국회에 법안을 제출했다. 정부는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취지를 ‘인구구조의 급속한 고령화에 대비하여 세대간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연금 급여수준과 보험료율을 조정하는 등 장기적인 재정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고, 기금규모의 급증과 금융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하여 책임성·전문성을 강화하는 등 현행 국민연금제도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정부(안)은 재정안정에 대한 논의와 근본적 개선 노력은 뒤로 한 채 위원회와 관련하여 부처 이기주의적 발상에 따라 마구잡이로 만들어 오히려 개선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현행 국민연금법에 하에서 제도운영에 관련해서는 <국민연금심의위원회>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및 <국민연금실무평가위원회>가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번에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은 <국민연금실무평가위원회>는 폐지하는 한편 기존의 <국민연금심의위원회>의 구성을 개편하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상설화하되 위원수를 총 21인에서 9인으로 대폭 축소하고 있다. 또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민연금정책협의회>를 신설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번 국민연금법 개정에 있어 주로 재정안정화 방안에 관심의 초점이 집중되면서 관리운영 및 제도에 대한 개정사항에는 크게 관심이 모아지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연금관리운용 및 기금운용과 관련된 내용에 있어 입법예고(안)에서부터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어서 경실련은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우려를 제기하는 한편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심각하게 문제가 지적되었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적사항이 충분히 반영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은 입법예고(안)에 대하여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되고 장관이 공언 사항들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반개혁적 방향으로 개악되어 있다.


국민연금 기금이 앞으로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규모로 누적됨에 따라 기금운용의 책임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하는 방안은 매우 적절하고 시급한 과제이다. 그러나 이번에 확정된 정부(안)은 기금운용기구의 상설화라는 긍정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제도운영의 전반적 과정에서 가입자의 참여를 배제, 형식화하는 반면 정부, 특히 경제부처의 강력한 통제 하에 국민연금제도를 두려는 도저히 납득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방향으로 개악되고 있어 그대로 좌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국무회의가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올바른 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심각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개정안에서 논의되고 있는 위원회는 세 가지로 국민연금심의위원회,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국민연금정책협의회이다. 국민연금과 관련된 위원회에 있어 가장 우선적인 필수과제는 자율성과 독립성 확보라고 할 수 있다. 즉, 정부의 필요대로 일방적인 제도 운영과 기금운용이 되지 않도록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고 궁극적으로는 가입자에 의한 자율적 운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위원회 구성에 있어서 가입자 대표가 구성원의 중심이 되도록 하는 정책방향이 전적으로 타당하고 반드시 그렇게 가야 한다. 국민연금제도에 있어서 기금 및 관리운영과 관련된 내용 중 각 위원회의 구성과 기능에 관한 구체적인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국민연금심의위원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법예고(안)과 확정된 정부(안)에서는 이러한 원칙에 심각하게 반하고 있다. 입법예고(안)에서는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 참여하는 가입자 대표자 수를 14명에서 10명으로 줄이는 대신 복지부 공무원 1명, 그리고 공익위원을 5명에서 8명으로 늘리는 안을 제시함으로써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서의 가입자의 참여를 제한하고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개입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안도 문제가 심각한데 한술 더 떠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은 가입자 대표는 현행 14명에서 12명으로 줄이면서 재경부, 기획예산처 공무원을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시킴으로써 국민연금에 대한 정부의 간섭과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반개혁적 발상이다.


2.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마찬가지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있어서도 입법예고(안)에서는 상설화라는 명분 하에 위원수를 총 21명(가입자 대표 14명, 공무원 6+1명)에서 총 9인으로 대폭 축소하면서 구성에 있어서도 위원장과 상임위원장은 추천위원회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공무원 3명과 가입자가 추천하는 위원 4명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확정된 정부(안)은 이보다 더 어이없는 시도를 하고 있다. 위원장,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나머지 위원의 추천, 위촉에 있어서도 추천위원회가 아닌 국민연금정책협의회라는 급조된 정부주도의 위원회가 추천권을 갖도록 만들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구성에서부터 관여하고 통제하여 결국 연금기금의 운용을 정부의 의도대로 좌지우지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민연금기금에 관심이 높은 부처로 경기부양 및 주식투자 그리고 공적자금 회수 등의 정치적인 목적에 경도되어 있는 재경부와 기획예산처 공무원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그동안 연금기금을 정부 마음대로 사용하여 심각한 국민적 불신을 초래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위험한 발상일 뿐 아니라 연금제도에 대한 불신을 더욱 깊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3. 국민연금정책협의회


무엇보다도 경악을 금할 수 없는 것은 국민연금제도운영에 있어 무소불이의 기관이 탄생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소위 국민연금정책협의회라는 이름으로 국무총리실에 신설되는 협의회가 바로 그것이다. 이 협의회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여 재경부장관, 기획예산처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국무조정실장,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장, 그리고 총리가 지명하는 2인의 전문가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이 국민연금정책협의회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 위원 구성문제를 비롯해 국민연금과 관련된 기본정책에서 기금운용에 이르는 모든 문제를 실질적으로 장악, 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경제논리에 치우친 경제부처와 정치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기관의 구성원에 의해 철저히 장악되어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국민연금정책과 기금운용의 독립성, 자율성이라고 하는 것은 허울에 불과한 것이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하는 의미도 상실될 수 밖에 없다. 국민연금기금이 사회보장으로써의 역할에 최대한 충실하게 하는 일보다는 기금을 형성하고 이를 유용하는 데에만 관심을 가진 구성원으로 짜여지는 협의회를 신설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에 우리는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경실련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국회와 정부, 청와대에 촉구한다.


1. 국회와 보건복지위원회는 국민연금법을 개악하는 정부의 개정(안)을 절대로 통과시켜서는 안 될 것이며 개선(안)이 아닌 개악(안)을 국회에 제출한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이같은 발상을 한 부처의 장관, 관료에 대해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 올해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등 국민연금에 관련된 위원회에 가입자 대표가 과반수 이상 참여하도록 하여 독립성과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대다수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분명히 가입자의 참여를 과반수 이상으로 확대하고 자율성,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사항들이 시정, 반영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제출된 정부(안)은 오히려 이전의 입법예고(안)보다도 개악된 것이며 이는 결국 국회와 국민을 우롱한 것이다.


2. 정부는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법 개악(안)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 국민연금기금운용을 놓고 경제부처와 보건복지부가 줄다리기를 해온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경제부처가 기금운용의 권한을 가지거나 지속적으로 개입하려고 하는 목적은 뻔하다. 주식시장에, 경기부양에 기금을 손쉽게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결의안 채택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여론으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경제부처가 직접 장악하는 것은 무산되었지만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에는 여전히 경제부처가 강력하게 개입하면서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하고 가입자의 참여를 제한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배어 있다. 정부는 국민연금제도가 경제부처의 정책도구가 아니라 국민노후보장을 위한 사회보장제도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이번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법 개악(안)을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다.


3. 청와대는 국민연금 제도를 가입자로부터 빼앗고 정부의 도구로 전락시키려는 반개혁적 발상을 한 관련 부처 장관을 비롯해 관료들을 문책해야 한다.


2003. 11 5.